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웃는 기업, 우는 기업

패러다임 시프트. 대전환. 요즘 광파리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화두입니다. 광파리는 날마다 테크놀로지(IT) 소식을 쫓아 정신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며 삽니다. 먼 훗날 뒤돌아보면 지금이 큰 변환기였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테크놀로지 업계 판도가 확 달라지고 있습니다. PC 시대에는 어땠나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테크놀로지 시장을 쥐고 흔들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치고 PC를 사용하지 않는 이가 없죠. 그 많은 PC에 윈도 운영체제(OS)를 공급했으니 세상에 이렇게 기막힌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인텔도 PC의 핵심인 프로세서를 공급해 떼돈을 벌었습니다. ‘윈도’와 ‘인텔’의 환상적인 결합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윈텔’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도 이런 구도를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자기네 OS를 깔고 자기네 프로세서를 탑재하게 하고 싶었겠죠. 그러나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환상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뒤집힌 업계 판도…포스트 PC 승자는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의 눈물

애플은 2008년에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앱스토어를 열어 판을 뒤엎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과 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버렸습니다. 이 바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물론 세계 최대 폰 메이커인 노키아마저 위기에 빠졌습니다.

애플이 깃발을 날릴 때 태클을 걸고 나선 선수가 있습니다. 구글입니다. 구글은 아이폰이 인기를 끌자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OS로 내놓았습니다.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윈도모바일이 외면당해 대안이 없는 판에 안드로이드가 나왔습니다. HTC와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를 적극 채택해 재미를 봤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양강 체제가 형성됐습니다.

세계 2위 폰 메이커인 삼성의 대응도 재미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관한 한 후발 주자였습니다. ‘아이폰 쇼크’란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다급했을 겁니다. 삼성은 자체 OS 바다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폰을 개발했습니다. 작년 중반에는 갤럭시S를 내놓아 모토로라와 HTC를 추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아이패드에 도전하고 있죠.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은 뒤에는 PC 시장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포스트 PC’라고 말했습니다. PC 업계는 가만히 있다가는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일제히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세계 최대 PC 메이커인 HP는 지난해 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한때 PDA로 이름을 날렸던 팜을 인수해 자체 OS(웹OS)를 탑재한 폰과 태블릿을 개발 중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는 PC와 모바일의 융합입니다. 지금은 PC용과 모바일용 OS가 달라 호환이 쉽지 않습니다.

불편하다면 편한 쪽으로 움직일 게 뻔합니다.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플랫폼 장악에 성공한 구글은 크롬이라는 PC용 OS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둘을 합칠 것이란 추측도 있습니다. 애플 역시 PC용 맥 OS와 모바일용 iOS를 따로 가져가진 않겠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중요해진 게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입니다. 하드웨어 스펙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쉽진 않겠지만 스펙이 다소 달리더라도 핑핑 돌아가게 하려면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강해야 합니다. 삼성과 LG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보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제 ‘IT 코리아’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점차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