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무송

“1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화요일은 하루 종일 대학에서 강의하고 나머지 주중에는 라디오 생방송을 하고 주말엔 SBS ‘자기야’ 녹화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음반 발매 계획은 계속 멀어지고 있어요. 작년에 3곡을 만들어 놓고 계속 그 상태라니까요.”

가수 이무송. 본업 외에도 공주영상대학 실용음악과와 쇼핑호스트과 교수, 라디오 DJ에 중년 ‘예능돌’까지, 직함도 다양하다. 게다가 틈틈이 외국인학교 9학년인 아들 동헌이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으니 바쁘다는 아우성이 괜한 엄살은 아니다.

인연 만들기, 책임감 느껴
[스타 비즈 인사이드] 중매쟁이 변신…“결혼은 환상 아닌 현실”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한동안 음악이며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 육아에 ‘올인’하고 있었을 때는 주체하지 못할 에너지를 다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폭풍 친화력’까지 갖춰 주변엔 늘 사람이 많다.

그런 ‘재산’을 토대로 했으니 ‘중매쟁이’ 사업을 시작한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8월 결혼 정보 회사 ‘바로연(ww w.baroyeon.co.kr)’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고 노래하던 아내 노사연은 홍보대사를 맡았다.

“우리 부부가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예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사실 커플 매칭 시장은 시장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거나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하면 안돼요.”

오랜 연예계 생활로 쌓은 신뢰와 탄탄한 네트워크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엔 대한전공의협의회·SK텔레콤·대한한방병원협회 등과 업무 제휴를 맺었고 주변에서도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지인들이 많아 새삼 ‘내가 잘못 살아오지는 않았구나’하는 걸 느끼는 중이다.

그 덕분에 얼마 전엔 ‘1등 배우자감’이 가장 많은 결혼 정보 회사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면 그동안 결혼 정보 회사로부터 ‘상처받은 영혼’들이 많아 그들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주일에 한두 번은 가입 상담을 받으러 온 예비 회원들을 직접 만나는데 그분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인연을 만나려고 찾아오는 곳인데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우리가 ‘무한 매칭’을 내세운 것도 사람의 인연을 맺는 일에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뜻이에요. 또 업계 최초로 2억 원짜리 책임보험에 가입해 혹시라도 매칭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했어요. 사람 마음을 돈으로 보상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경제적인 보상밖에 없잖아요.”

또 하나의 경쟁력은 바로 감성 매칭 서비스. 뇌파의 변화를 이용하는 감성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상대 회원의 외모 호감도, 음악적 성향, 영화적 성향, 음식 성향을 파악해 최적의 이상형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는 데 감성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잘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 현재 이 감성 매칭 서비스는 특허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올해 결혼 18년 차인 이무송·노사연 부부. 인연을 찾아주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코칭을 해야 할 입장이 된 만큼 더 모범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은 결혼 생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까발려진’ 상황. 심지어 얼마 전에는 노사연이 방송에 나와 “그동안 행복한 척하며 살았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쏟아 남편조차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스타 비즈 인사이드] 중매쟁이 변신…“결혼은 환상 아닌 현실”
싸움에 ‘도가 튼’ 부부의 리얼 어드바이스

아닌 게 아니라 두 사람은 결혼 후 10년간 정말 지독히도 싸웠다고 한다. 생각보다 보수적인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결혼 1주일 만에 아내가 ‘이혼하자’고 한 게 그 시작이었다. 둘 다 늦은 결혼이었던 만큼 오랫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차이’가 만들어낸 싸움이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는 또 육아 문제로 부딪쳤다. 바쁜 아내를 대신해 육아의 대부분을 맡아 했던 남편과 아들이 너무 친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아내가 소외감을 느꼈던 것.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난 후 비로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평화가 찾아왔다.

“아내는 내게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또 그게 부담이었고요. 그렇게 싸우다 보니 서로 상처를 주었던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면 훗날 배신감이 크지 않겠어요? 첫 인연도 소중하지만 그걸 지키고 유지해 가는 게 더 중요하고 어려운 법이니까요.”

결혼 생활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뒤 시작하는 ‘중매쟁이’ 사업이라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그.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성혼 그 이후까지 진심어린 조언을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적어도 ‘바로연’을 통해 맺어지는 커플들은 그들 부부가 겪은 시행착오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도록 진솔한 경험들을 들려줄 참이라고.

“돌아보면 진짜 왜 그렇게 싸웠나 모르겠어요. 온갖 일을 다 겪어서인지 지금은 싸울 일이 없어요. ‘자기야’에 출연하면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 폭로전으로 치닫다 보면 방송 후에 싸우는 커플들도 많은데 우리는 딱 보면 ‘방송용으로 양념 좀 치는구나’하고 알아요(웃음).”

가정이 평화로우니 하는 일이 잘되는 것은 당연지사. 3년째 진행하고 있는 KBS 라디오 ‘이무송, 임수민의 희망가요’는 올해 ‘2011 PD 대상’을 받으며 높은 청취율을 증명해 보였고, 그 덕분에 어딜 가나 아줌마 팬들의 지지와 성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세를 몰아 최근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프로덕션을 설립, 케이블 채널 등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있죠. ‘바로연’도 그렇고, 프로덕션도 그렇고 지금은 둘 다 미약한 정도지만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