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별 ‘히든카드’는
한 제품을 3~4년간 판매하면서 연구·개발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는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4를 내놓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36개 제조사들은 치열한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프로세서의 속도 경쟁은 올 들어 1개월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정도로 제품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는 5월 29일 최단 시간 100만 대 판매(국내·공급 기준)를 달성하며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9월 4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갤럭시S2 LTE 버전을 내놓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다.">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개발 능력은 갤럭시S2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11월 국내에 아이폰이 등장한 뒤 6개월 만에 갤럭시S를 출시한 바 있다. 반도체 최소화 공정 경쟁에서 보여준 삼성만의 저력을 발휘해 큰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갤럭시S2가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국내 출시된 갤럭시S2는 당시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에서 최고의 하드웨어 스펙을 자랑했다. 프로세서는 1.2GHz 듀얼코어, 디스플레이는 4.3인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 디스플레이 표면에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내손상성이 강한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를 탑재해 선명도와 터치감을 동시에 높였다.
시장의 기대도 대체로 만족시키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엔가젯은 4월 말 갤럭시S2에 대해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을 넘어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을 수 있다”고 호평했다.
또 갤럭시S2의 디스플레이에 대해 “아이폰 4보다 뛰어나다”며 “카메라와 브라우저,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모든 부분이 전작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영어와 일본어로 전자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사이트 슬래시기어도 “갤럭시S2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가장 진화된 기술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갤럭시S2의 놀라운 하드웨어 스펙
>LG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옵티머스2X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옵티머스 블랙(사진)과 옵티머스 3D를 공개하면서 ‘스펙’ 경쟁에 불을 붙였다.">시장 분위기도 안드로이드 진영이 아이폰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원래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독점적인 지위에서 하나의 제품을 오랜 기간 판매하는 것이 전략이다.
아이폰3G도 2007년 출시한 이후 3년 동안 판매된 뒤 2010년 상반기에 아이폰4가 출시됐다. 그러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로 후속 기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현재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버전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발 빠르게 LTE 단말기를 내놓고 있는 반면, 애플은 아이폰5의 출시 시기를 하반기로 미룰 가능성이 높고 LTE 버전을 추가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힌 것이 없다. 업계에서는 아이폰5에 LTE 버전이 추가될지, 3G와 LTE의 호환이 가능한 모델을 내놓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안드로이드 진영의 36개 제조사들은 꾸준히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 5월 안드로이드폰의 판매량은 1억 개가 넘었다.
매일 40만 개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휴대전화, 태블릿 PC 등)가 개통되고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등 일부 사용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누적 숫자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넘어설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와 휴대전화 제조 업계는 하반기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를 주목하고 있다. LTE는 1세대 아날로그, 2세대 디지털(CDMA), 3세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에 이은 차세대 방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애플이 LTE에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르게 단말기를 내놓아 기선을 제압하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지금까지와 다른 게임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9월 말 SK텔레콤을 통해 1.7GHz 듀얼코어 칩셋에 4.5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갤럭시S2 LTE 버전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갤럭시S2가 1.2GHz 듀얼코어에 4.3인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에 비해 하드웨어 사양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갤럭시S3이 10월에 출시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갤럭시S2 LTE 버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갤럭시S와 갤럭시S2의 차이가 칩셋 속도, 화면 크기 등인 것을 감안하면 갤럭시S3이냐 갤럭시S2 LTE 버전이냐는 구분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갤럭시S2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단 기간 100만 대 판매(국내·공급 기준)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좋기 때문에 갤럭시S2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2 LTE 버전에는 기존 3G HSPA를 함께 지원하는 퀄컴의 멀티모드 칩셋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하반기 1.7GHz의 처리 속도를 지원하는 MSM8960 칩셋을 주요 제조사에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LTE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미국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4월 메트로PC에 ‘갤럭시 인덜지’를, 5월에는 버라이즌에 ‘드로이드 차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드로이드 차지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LTE 월드 서밋’에서 최고 LTE폰에 선정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안드로이드 프로요(Froyo) 버전에 4.3인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 1GHz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800만 화소 카메라 등 첨단 기능을 탑재했다.
시장 관심은 4세대 이동통신에 쏠려
>팬택계열은 5월 세계 최초로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베가 레이서를 발표했다.">삼성전자가 갤럭시S2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 LG전자는 3종의 모델을 들고 나와 다양한 시장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전자가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1’에서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인 옵티머스2X,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3D가 그것이다.
올해 1월 국내 출시한 옵티머스2X는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칩셋을 장착한 스마트폰이었다. PC의 그래픽 칩셋 제조업체로 유명한 엔비디아(nVidia)사가 만든 1GHz ‘케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스’를 업계 최초로 장착한 것.
하드웨어 스펙 우위 경쟁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은 LG전자는 이번에는 디스플레이에서 승부를 걸었다. 5월 말 국내에서 출시된 옵티머스 블랙은 현존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화면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옵티머스 블랙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는 밝기와 절전 성능을 대폭 개선한 ‘노바(Nova)’ 디스플레이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로 업체 최초로 700니트(nit: 휘도 단위)의 밝은 화질을 제공해 맑은 날 야외 시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700니트는 맑은 날 촛불 1㎡ 안에 양초 700개를 모아 놓은 것과 같은 밝기를 뜻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의 AMOLED가 305니트라고 알려진 것에 비하면 2배의 밝기다. 야외 활동이 많은 소비자에게 적당하다.
또 배터리 효율을 높여 1500mAh 배터리 기준, 8시간 통화가 가능하다고 LG전자는 얘기하고 있다. 화면이 밝을수록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 효율성을 높인 결과다. 옵티머스 블랙은 가장 얇은 부분이 6mm, 가장 두꺼운 부분은 9.2mm로 무게는 109그램이다.
MWC 2011에서 공개된 옵티머스 3D는 세계 최초로 3D 영상을 촬영·재생·공유할 수 있는 3D 스마트폰이다. 500만 화소 듀얼 렌즈로 촬영한 3D 동영상과 이미지를 4.3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안경 없이 감상할 수 있다.
LG전자 또한 4세대 이동통신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5월 26일부터 LG전자는 LTE 단말기인 ‘레볼루션’을 미국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칩셋은 1GHz 스냅드래곤을 장착했고, 화면은 4.3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국내에도 LTE 서비스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1.5㎓ 프로세서 기본, 1.7㎓ 얘기까지
>SK텔레시스는 감성적인 UI를 어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초 발표한 SK텔레시스의 두 번째 스마트폰인 ‘윈’.">지난해 시리우스와 베가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국내시장에서 깜짝 2위를 차지했던 팬택계열은 자신감이 붙은 분위기다.
올해 10종의 신제품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된 베가가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으로 주목받은 것을 계기로 성능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1.2GHz 프로세서를 장착한 베가S를 내놓은 팬택계열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베가 레이서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베가 레이서에는 퀄컴 1.5GHz 듀얼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 외에 1GB DDR2 램 메모리, 4.3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 듀얼 스피커를 적용했다.
스마트폰의 해외시장 공략도 올해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에 스마트폰을 선보인 후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중국와 유럽까지 무대를 넓히게 된다. 하반기 중 미국 시장에 LTE용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의 계열 휴대전화 제조사인 SK텔레시스는 지난해 10월 자사 최초의 스마트폰인 리액션폰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5월 두 번째 스마트폰인 ‘윈’을 출시했다. 1.2GHz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데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에 다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의 관심이 적은 편이다. 1.2GHz 프로세서를 쓰긴 했지만, 최근 추세인 듀얼코어가 아닌 싱글 코어로 리액션폰에 들어간 프로세서의 클럭 수만 높였다.
SK텔레시스는 감성을 자극하는 UI를 내세우고 있는데, 사용 빈도가 낮은 앱의 색상이 저절로 옅어지는 앱 셰이드, 문자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TTS, 외부 스위치로 스마트폰 대기 시간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전 모드인 에코 모드 등을 지원한다.
KT의 자회사인 KT테크는 6월 7일 고성능 스마트폰 ‘테이크 야누스’를 KT를 통해 출시했다. KT테크 또한 ‘현존 휴대전화용 프로세서 중 가장 빠른’ 퀄컴 1.5GHz 듀얼코어 칩을 탑재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팬택계열이 5월 중순 발표한 베가레이서와 속도가 동일하지만 ‘세계 최초’를 빼앗긴 만큼 ‘현존하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를 표방하고 있다. 모토로라 아트릭스에 쓰인 qHD급 고해상도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독일 유명 음향기기 업체 젠하이저의 이어폰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프로세서 속도 경쟁은 하반기 들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일반화됐고, 프로세서 제조업체 퀄컴이 하반기에 1.7GHz 듀얼코어를 내놓을 계획으로, 시장의 관심은 쿼드코어가 언제 나올지에 모아지고 있다.
다만 정보기술(IT) 관계자들은 프로세서 속도가 빠를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기 때문에 무작정 빠른 것보다 전체적으로 최적화된 사양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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