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망 내수주’ 입체 분석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 미국의 경기 하강 우려 때문이다. 세계경제 3대 축 중 하나인 중국 역시 내·외부의 문제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도주였던 자동차·화학·정유 업종의 주가 상승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또 시가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역시 힘을 못 쓴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기존의 주도주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내수주’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국내 10개 증권사의 추천을 받아 투자 유망 내수주를 분석했다.
[Special ReportⅠ] 차·화·정 대안 급부상…오리온과 롯데쇼핑 ‘강추’
대우증권·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로부터 향후 투자 유망한 내수주를 세 종목씩 추천 받은 결과 오리온과 롯데쇼핑이 각각 3곳의 증권사로부터 향후 가장 주목할 만한 내수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이마트와 종근당이 각각 2곳의 증권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추천받은 종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 30표(10개 증권사×3종목) 중 유통 업종이 8표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음식료·화장품 업종이 5표, 제약·바이오 업종이 4표로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은행(3표), 미디어·엔터테인먼트(2표), 보험(2표), 섬유·의복(2표)이었다. 건설, 교육, 인터넷·소프트웨어, 증권은 각 1표씩이었다. 업종 분류는 한경비즈니스가 상·하반기 실시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수출 기업은 IT의 삼성전자, 자동차의 현대자동차, 화학의 LG화학처럼 뚜렷한 업계 리더를 찾기 쉽지만 내수 기업은 몇몇 업종을 제외하곤 각 영역에서 뚜렷한 ‘절대 강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각 증권사에서 추천한 내수 종목 역시 다양한 업종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과 롯데쇼핑은 각각 3곳의 증권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내수 종목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꼭 한 번 주목해야 할 기업들이다.

[Special ReportⅠ] 차·화·정 대안 급부상…오리온과 롯데쇼핑 ‘강추’
오리온, 곡물가격 하락하면 실적 더 좋아져

오리온은 KTB투자증권·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은 국내는 물론 해외의 실적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기업”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향후 3~4년간 중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오리온은 국내 제과 부문에서 회사 목표치인 10%보다 높은 10.5% 매출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외 제과 부문에서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전년 대비 30% 늘어난 6821억 원, 144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러시아에서도 전년 대비 10% 늘어난 32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오리온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유는 지난 5월 인상한 제품 가격이 향후 실적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베트남에서 지속되는 고성장 역시 오리온에 긍정적 요소다.

정종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은 대표적 원·달러 환율 하락 수혜주로 원·달러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은 580억 원이 늘어난다”며 “이는 영업이익의 20% 수준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에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 원재료 비용이 낮아져 실적 개선이 더 뚜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은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유통주는 상류층이 주도하는 백화점이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소비 확산 트렌드가 중산층 및 서민층까지 넓어지면서 순수 백화점주보다 백화점, 대형 마트, 슈퍼마켓, 홈쇼핑 등을 망라하는 종합 유통 업체인 롯데쇼핑의 수혜가 전망된다.

또 다른 이유는 롯데쇼핑의 롯데마트가 예상외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롯데쇼핑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로 이익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상반기에는 해외 부문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대형 마트의 매출 신장률이 부진했고 인수·합병(M&A) 부재로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어들었지만 하반기에는 2012년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롯데쇼핑의 저평가 매력을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6월 주당 54만 원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29일 주당 45만1000원까지 내리막을 걸어왔다. 정종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의 주가수익률(PER)은 절대 저평가 국면이라며 2011년 PER는 11~12배 수준으로 과거 PER 평균 12.4배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Special ReportⅠ] 차·화·정 대안 급부상…오리온과 롯데쇼핑 ‘강추’
종근당, 제네릭 시장 최강자로

이마트와 종근당은 각각 두 개 증권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대표적 마트 업체인 이마트 역시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소비 확대 트렌드’의 수혜 종목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를 유망 내수주로 추천한 증권사는 KT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다.

도현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정부의 내수 부양책으로 고용 개선 및 물가 안정이 이뤄지며 마트 업계 전반의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년도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성장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이마트가 상시 할인 정책(EDLP)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라며 “최근 투자 심리 악화의 주 요인인 마진율 하락이 중단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 상품 대비 총이익마진(GPM)이 5% 정도 높은 해외 소싱 상품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마진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애널리스트는 “현재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 중국법인 중 적자 규모가 큰 점포 10개 정도를 매각 추진 중”이라며 “매각 성공 시에는 연간 300억~400억 원의 지분법 손실 개선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역시 이마트의 수익성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마트의 2011년 예상 PER는 12배로 시장 대비 할증 수준이 20% 정도 된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60%가 넘는 할증을 받아 온 것을 따져보면 주가가 매력적 수준까지 떨어졌고 하반기 구조조정과 마진율 상승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KT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추천했다.

종근당의 투자 매력은 제네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종근당이 제네릭 시장에서 한미약품을 제치고 최강자로 올라서며 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칸데모어’, ‘모프리드’ 등 신규 제네릭 효과로 3분기에서 실적 개선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종근당의 2분기 매출액은 1128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0.9% 신장한 201억 원을 달성해 분기 영업이익 200억 원을 넘어섰다. 3월 특허 만료된 위장관 운동 촉진제 ‘가스모틴’의 제네릭 ‘모프리드’는 상반기 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4월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의 제네릭 ‘칸데모어’는 2분기 2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여기에 ‘아프로벨’, ‘코아프로벨’, ‘디오반’, ‘코디오반’ 등 다수의 순환기계 치료제 특허 만료 제네릭 경쟁에서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양호한 성장과 함께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높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 채권 회수가 잘되고 있어 반짝 실적 이후 정체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Special ReportⅠ] 차·화·정 대안 급부상…오리온과 롯데쇼핑 ‘강추’
“정부 정책 무게 중심 바뀌어”

10개 증권사는 이 밖에 GS건설(건설), 대교(교육), 제일기획·GKL(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삼성화재·현대해상(보험),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유통), 하나금융지주·BS금융지주(은행), CJ제일제당·코스맥스(음식료·화장품), 엔씨소프트(인터넷·소프트웨어), 녹십자·동아제약(제약·바이오), 우리투자증권(증권, 이상 괄호 안은 업종)을 추천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팀장은 “최근 정부가 체감 경기 상승을 위해 원화 강세, 내수 부양,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정책의 무게 축이 기존 ‘수출과 기업’에서 ‘내수와 가계’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리스크는 있겠지만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일부 내수 업종의 긍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