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산 관리자와의 만남

중국의 경극 중에서 ‘패왕별희(覇王別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다. 초나라의 항우(項羽)와 한나라의 유방(劉邦) 사이에 있었던 초한전쟁이 그 배경인데 천하의 영웅이라고 일컫는 항우가 자신의 애첩 우희와 이별하는 장면이 중심이다.

초한전쟁에서 승리한 유방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많았지만 개인적인 역량 측면에서는 항우의 상대가 아니었다고 한다. 항우는 그야말로 지략과 용맹, 호방한 기질 등 당시 영웅으로서 필요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초한전쟁에서 항우는 유방에게 패한 것일까.

사마천의 ‘사기(史記) 항우본기’를 보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유방과 항우의 주변 인물들에 많은 관점을 두고 기술돼 있는데, 두 사람 주위 인물의 역할과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이들의 생각을 수용했던 용인술이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유방은 장량·소하·한신 등 자기 사람을 정확히 쓸 줄 아는 인물이었던 반면 항우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지략가 범증(范增) 한 사람도 제대로 기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 자산 관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보의 수용, 선택 여부와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 시장에서 유방과 같이 멋지게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핵심은 자산 관리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방향을 줄 수 있는 조언자를 만나는 것이다.
[재테크 스쿨] 유방의 승리는 ‘똑똑한 참모’가 만들었다
성실성·신뢰성이 최우선

좋은 자산 관리자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다. 이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원칙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도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금융권이라면 더더욱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평생을 지속해 유지하는 것이므로 머리가 좋은 자산 관리자도 좋지만 보다 정직하고 성실한 관리자가 더 높이 평가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당 자산 관리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지 여부다.

자산 관리자가 고객의 자산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리자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자산 배분 시스템 인프라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자산 관리자(Asset Manager)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금융회사를 골라야 할까. 첫째, 상품군이 다양해야 한다. 상품군이 다양하지 못하면 선택의 폭이 좁아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한정된 상품군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다 보면 자산의 쏠림 현상이 강해지는 리스크가 수반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양한 상품군은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투자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는 상품들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 투자 대상인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에도 자산을 지키고 오히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외 국채 직접투자, 헤지 펀드 등의 다양한 대안 투자 상품 등이다. 이 또한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별성 없이 획일화되지 않고 적절한 리스크와 이에 따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둘째, 자산 관리사를 길러내고 키워내는 해당 금융회사의 시스템이다. 다양한 상품군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적정한 타이밍에 자산 배분해 줄 수 있는 직원들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은 궁극적으로 해당 금융사의 능력이다.

즉 직원들에 대한 교육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한데, 쏟아지는 투자 정보를 실제 자산 관리에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분석이 이뤄지는지, 그리고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교육시켜 주는 시스템이 잘 짜여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최근 자산 관리자들은 수험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투자 정보 자료를 수집,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한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신문과 잡지 외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데 도움 줄 수 있는 자료와 이를 분석하고 고객에게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자산 관리자의 능력은 자산 관리에서 중요하다.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당 금융회사의 직원 교육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금융회사는 이러한 분석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이미 선도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금융회사들이 이를 앞장세워 홍보 전략으로 삼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셋째, 자산 관리 이외에 부동산·세무·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어드바이저 서비스(Advisor Service)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다. 자산 관리에서의 ‘수익’은 100%가 아니다. 장기적인 재무 설계에서 각자 개인 상황에 맞춘 세무·부동산·법률과 같은 통합 컨설팅 서비스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자산 관리라고 하면 아직도 펀드와 예금 등의 투자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실제로 살아가면서 결정해야 하는 모든 재무적인 사항들은 모두 자산 관리의 대상이다. 당장 집을 사야 할지, 전세로 지내야 할지, 관심 있는 부동산을 사야 할지, 또 생각하는 가격대가 맞는지, 자녀에게 장기 증여 플랜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생각지 못한 법률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의 결정도 자산 관리와 직결돼 있으므로 이는 전문가의 객관적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 교양 콘텐츠 서비스도 제공 받을 수 있다면 플러스알파의 자산 관리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뚜렷한 투자 철학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도 경쟁력이 화두가 된 요즘이다.

변화무쌍한 금융 환경에서 장기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면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 위기 이전 일부 미국 투자은행들이 수익성이 좋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채권에 무리하게 투자해 구제금융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뚜렷한 철학’있는지 살펴야

금융회사와 고객 자산의 성장이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금융회사의 투자 철학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투자 철학을 갖춘 회사여야만 금융 위기와 같은 어려운 환경을 맞더라도 명쾌한 투자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 선진국도 투자자들이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 단순한 서비스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철학, 회사의 투자 센스를 보고 결정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서 주인공인 돈 코르네오네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다양한 관점으로 조언해 주던 집사 톰 하겐이 생각난다. 완벽해 보이기만 하던 대부가 자신의 견해와 다른 조언을 해 주는 집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객과 평생 자산 관리 전문가의 관계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할 수 없는 외생변수가 많이 생겨나는 자산 시장이다.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을 가진 장기 투자 마인드가 중요하다. 이에 더해 유방의 훌륭한 조언자들 같은 좋은 자산 관리자를 만나 꾸준하고 장기적인 승리를 거두면 어떨까.

서정환 미래에셋증권 도곡지점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