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825호 (2011년 09월 28일)

‘결혼은 선택’ 젊은이 급증

기사입력 2011.09.21 오전 09:59

날이 갈수록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엔 경제적 압박이 심화되는 추세다.

날이 갈수록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엔 경제적 압박이 심화되는 추세다.

결혼은 특별 행사다. 그러면서 평생 한 번뿐인 중대 행사다. 최근에야 2~3번 결혼하는 이가 적지 않지만 아직 일반적이지는 않다.

동시에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일본은 사정이 좀 다르다. 결혼을 선택으로 보는 젊은이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결혼=선택’ 인식의 역사는 일본이 더 길다. 복합 불황이 한창이던 1090년대 중·후반부터 결혼은 기피됐다. 1986년엔 ‘싱글라이프’란 책이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 ‘결혼하지 않는 일본’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다. 미혼화의 진전·확대를 염려하는 보도도 끊이지 않는다. 남녀 모두 공통 현상이다.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는 걸 뜻한다. 미혼(未婚)과는 구별된다. 문제가 된 건 1990년대부터다. 1992년 ‘국민생활백서’에 ‘저출산·고령화 도래의 영향과 대응’ 편에서 공식적으로 비혼이 다뤄졌다.

“출생률 동향은 유배우(有配偶) 비율과 유배우 자녀의 출생률 요인에 좌우되는데 이게 비혼화·만혼화 추세와 직결된다”는 인식 정리다. ‘비혼·만혼화→ 결혼 커플 비율 하락→ 출생률 하락(저출산)’의 근거 추적이다. 시대 상황과 맞물린 여성의 경제 자립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성별 역할 분담의 의식 저하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남성 생애미혼율, 10년 새 2배 늘어

미혼화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부터 보자. 대표적인 게 생애미혼율(生涯未婚率)이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다. 정확하게는 50세 미혼 비율을 일컫는다.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독신 인생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생애미혼율은 상승세다. 남성 16%와 여성 8%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990년 6%와 4%였던 것에 비해 2~3배 이상 늘어났다. 더욱이 남성의 생애미혼율은 과거 30년간 10배나 급증했다. 결혼 적령기의 미혼 비율은 보다 심각하다.

2005년 현재 30~34세 남성의 미혼율은 47.1%에 달한다. 둘 중 하나는 미혼이다. 여성도 32%로 낮지 않다. 추세 전망은 한층 암울하다. 2030년 생애미혼율이 남녀 각각 29%와 22%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가족 인연(혈연)의 상실을 의미한다.

미혼 증가는 저출산 문제와도 밀접하다. 결혼율이 줄면 자녀 출산도 감소한다. 저출산과 결혼 여부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2명에 불과하다(한국 1.09명). 가임 연령(15~49세)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다.

반면 부부완결출생아수라는 통계도 있는데, 이는 2.09명으로 집계된다. 결혼만 하면 2명 이상은 낳는다는 얘기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정확히 짚자면 합계출산율보다 부부완결출생아수가 더 중요하다. 부부가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의 평균치(2.09명)가 합계출산율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결혼이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지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역시 장기·구조적인 경기 침체를 빼곤 설명하기 힘들다. 어떤 이유든 그 기저엔 돈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엔 경제적 압박이 심화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향후의 생활 조건을 중시하는 결혼 선택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얼굴보다 재력이 먼저라는 현실 인식 증가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제력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케이스가 훨씬 늘어났다. 배우자를 찾는 남녀 미혼자의 이상형에도 갭이 벌어지는 추세다. 남성의 현실 연봉과 여성의 희망 연봉에 격차가 커졌다는 의미다.

여성은 리스크가 작은 결혼을 원하는 이가 대다수다. 남성도 비슷한데, 결혼 이후 맞벌이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특이한 건 고액 연봉 남성일수록 맞벌이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비즈니스미디어)다. 독신 남성 중 연봉 500만 엔 이상의 45.4%가 결혼 후 맞벌이를 원했는데, 이는 500만 엔 이하의 38.9%보다 높았다. 한편 고액 연봉 남성일수록 독신 생활 만족도(53.5%)도 높은 편이다. 500만 엔 이하 남성 중 혼자 있는 게 즐겁다는 응답은 48.1%로 나타났다.

얼굴보다 재력을 중시하는 결혼이 성행하는 건 일본 사회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주지하듯 20~30년 전 일본 상황은 경제성장과 생활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였다. 엄청난 속도로 국부가 늘면서 그 수혜가 중산층 대량 양산으로 연결되는 등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그랬던 게 버블 붕괴로 급변했다.

안정감은 불확실성으로 대체됐다. 10명의 근로자 중 3명 이상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정규직 불안감도 나날이 높다. 정규직이지만 수입 증가 기대감은 추락한 지 오래다. 기업 금고는 탄탄해도 직원 지갑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직장에서의 인연’ 크게 줄어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과거 여성의 결혼 이상형 조건은 3고(高)로 표현됐다. 신장(키)·연봉·학력의 3박자가 높은 남성을 선호했다는 얘기다. 돈은 3대 조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고액 연봉이 단독의 절대 변수는 아니었다. 물론 다른 요소도 여전히 중시된다.

이와 관련해선 1980년대의 3고 선호가 이젠 3저(低) 지지로 탈바꿈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저자세·저위험·저의존 등의 3저다. 저자세는 뽐내지 않고 여성을 우선하는 매너를, 저위험은 리스크가 작은 안정된 직장과 자격 보유자를, 저의존은 속박하지 않고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근의 배우자 선정 변수 1순위는 안정된 생활 조건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혼 인구 증가 배경과 관련해 재미있는 건 직장 환경의 변모다. 한때 ‘(주)일본’으로 불릴 만큼 ‘회사 인간’이 많았던 탓인지 ‘직장에서의 인연(職緣)’이 줄어든 게 미혼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종신 고용 붕괴와 비정규직 증가에 따라 직장 환경이 딱딱·살벌해지면서 직장을 매개로 짝을 찾던 결혼 관행이 깨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남녀 직원의 절대 다수가 정규직이었던 예전엔 직장 환경이 결혼 상대를 찾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회사 내부에서의 서클 활동 등 사교 모임도 상당했다. 그 덕분에 사내 결혼도 적지 않았다. 굳이 사내 결혼이 아니면 직장 선후배가 중매인으로 변신해 거래처 이성을 소개해 주는 것도 그다지 특이하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말 그대로 직연(職緣)이 깨져버렸다. 당장 직장 동료의 신분 자체가 세분화됐다. 정규직부터 비정규직, 파견 사원, 아르바이트 등 신분 격차가 꽤 벌어졌다. 게다가 파견 사원 등은 친해질만 하면 직장을 옮기는 까닭에 네트워크의 영속성도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미혼화의 고착 추세를 저지할 방법은 없을까. 우선 의식 개혁이 자주 거론된다. 대표적인 게 전형적인 남성 전업, 여성 가사를 둘러싼 의식 개혁이다. 가령 남성 가장이 가계를 전부 부담한다는 식의 구태를 극복하는 게 그렇다.

‘결혼은 선택’ 젊은이 급증
어차피 구조 변화에 따라 남성 1인이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도 함께 부담하자는 얘기다. 다만 이를 위해선 환경 정비가 우선 과제다. 원하면 맞벌이를 할 수 있고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 기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회제도 중에선 청년 근로자에게 안정·장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해고 공포의 비정규직과 잔업 위험의 정규직 모두가 맞벌이를 구조적으로 저해하고 있어서다. 일과 가정 양립 조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규직으로의 전환 배치 등 고용 환경 손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더불어 부모의식도 개선 과제다. 결혼 적령기 자녀에게 예비 배우자의 경제력만 강조하지 말자는 의미다. 다양한 삶의 기준과 가치관 등을 둘러싼 교육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1-09-2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