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트렌드&라이프 다섯 번째

‘남심(男心)을 잡아라.’ 요즘 시대의 마케팅 화두다. 전통적인 소비 주체로 각광받던 여성을 제치고 이제 남성 고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외모 가꾸기에 소홀하지 않은 ‘그루밍족’과 문화 활동을 즐기는 정적인 ‘초식남’, 그리고 버는 것에만 익숙해져 자신에게 투자하길 어색해하던 베이비붐 세대의 중년들도 자신만을 위한 소비에 눈뜨기 시작했다.

또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경제력을 갖춘 30, 40대 싱글남의 증가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상위 10%의 ‘VIP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한 업계의 전략적인 러브콜은 남성 전용 제품에서 남성만을 위한 특화된 ‘맨 온리 공간’으로까지 진화, 발전하게 됐다.

쇼핑 공간에서 라운지까지 ‘맨 온리’ 마켓
[황의건의 Style & Story] 남자에 손짓하는 ‘맨 온리’ 공간
대표적 쇼핑 공간인 한국의 백화점들이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유명 남성 브랜드를 유치하고 직접 구매에 참여하며 유통 자체에서 기획, 제안하는 ‘백화점표’ 남성 편집 매장을 주요 백화점에서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용기 있게 ‘남성만을 위한 명품관’을 최근 강남점 6층에 리뉴얼 오픈, 남성만을 위한 마켓 확보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말 남성복 전문 편집 매장 ‘멘즈 컬렉션’과 카페 ‘베키아에누보’를 필두로 일본의 이세탄 멘즈관, 프랑스의 라파예트 옴므 등 세계적인 백화점의 남성 전용 쇼핑관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남성 매장을 만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6층 전체를 톰 포드, 돌체앤가바나 등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분더숍, 맨온더분 같은 멀티숍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셀렉션, 카페를 비롯해 안경·책·음반이 공존하는 복합 남성 문화 공간으로 리뉴얼했다. 특히 미국 백화점 바니스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유명 디자이너 제프리 허치슨을 기용해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요즘 이른바 잘나가는 남성들 사이에서 최대 이슈는 ‘특화된 남성들만의 공간’이다. 한국 남성들이 지인과 함께 만나서 대화를 나눌만한 프라이빗한 장소를 떠올려 보라. 기껏해야 흡연이 가능한 커피 전문점이거나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식집 룸이다. 애석하게도 문화를 즐기며 남성들끼리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사우나 외에는 별로 없다.

영국 귀족 라운지를 표방한 ‘프라이빗 라운지’는 이러한 고민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무나 갈 수는 없지만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로망. 웨스틴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서울 스테이트타워 남산 꼭대기 층(26층)의 젠틀맨 멤버십 클럽 ‘더 스테이트 룸’은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최상위 VIP 남성들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수제 가구로 꾸며진 서재와 미팅 룸, 다이닝 룸, 시가 바에서 해외 바이어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한 후 사우나가 아닌 라운지 내 남성 전용 스파에서 헤어트리트먼트를 받거나 이발을 할 수 있는 남성 그루밍 트렌드를 이해한 공간, 재단사가 직접 슈트를 맞춰 주는 비스포크 서비스까지…. 상위 0.1%의 하이 소사이어티를 표방한 최초의 젠틀맨 멤버십 클럽은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한바탕 입소문을 타며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창조하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도 남성 전용 라인을 앞다퉈 선보이고 외모를 가꾸고자 하는 남성을 잡기 위해 뷰티 클래스를 개최하는 등 ‘맨 온리’ 마켓은 급격히 진화화고 있다. ‘맨 온리’ 공간은 소외돼 있던 우리 한국 남성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마켓의 또 다른 시도이며 새로운 문화적 교감의 흡족한 결과물이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