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리처드 뮬러 지음│장종훈 옮김│448쪽│ 살림│1만5000원
[book]제2의 9·11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는 법 外
원제는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도 유명한 인기 강좌였다. 저자는 중성미자 연구와 핵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로 미국 연방 정부의 고위 과학고문도 지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부르는 예민한 문제들이 과학적 논쟁과 맞물려 있다. 이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나 광우병, 천안함 사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과학적 이슈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방사능 폭탄을 맨해튼 한가운데에 설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후에야 과학 자문을 불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물어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오늘날 정부에서 이뤄지는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첨단 기술과 관련돼 있다. 태양열발전에 대해서도, 석탄을 가솔린으로 가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모르면서 자기 나라를 청정에너지 국가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저자는 여러 이슈들의 정치적인 면만 이해하고 기술적인 면을 모른다면 어떻게 연구 자금, 무기 감축, 북한이나 이란의 위협, 첩보, 감시 활동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테러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다. 문제는 테러 방지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느냐에 있다. 많은 이들이 컨테이너로 밀수돼 들어올 수 있는 핵무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화물을 검사할 수 있는 핵 감지기나 정교한 엑스선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물에 섞여 들어오는 핵무기를 찾아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소형 핵무기가 반입되더라도 그 피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저자는 9·11 테러와 같은 가솔린을 이용한 항공기 테러의 재발 위험성이 더 높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수많은 테러 가능성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면을 함께 보는 균형 잡힌 감각이 필요하다.

테러리즘 외에도 에너지·원자력·우주·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물리 지식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요리하는 인간, 지구를 지배하다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조현욱 옮김│ 309쪽│사이언스북스│1만7000원
[book]제2의 9·11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는 법 外
인간과 침팬지는 해부학적이나 유전학적으로 많이 닮았다. 둘이 공통 조상에서 갈려 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문명을 일굴 만큼 진화적으로 그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뇌가 그 차이를 만들었다는 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5% 정도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고비용 기관이다. 이런 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뇌에 에너지를 지속적·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인간의 체중 대비 기초대사율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신체의 다른 부분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그만큼 줄여야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랭엄은 소화기관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소화에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을까. 바로 음식을 익혀 먹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익혀 먹으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먹을거리를 불에 익히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단단하고 질긴 섬유질이나 육질이 부드럽고 연해진다. 이에 따라 씹고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증가한다.

게다가 음식을 불로 익혀 먹으면 식사 시간도 훨씬 줄어든다. 침팬지가 음식을 먹는데 하루 6시간 이상 소비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기에 과일이나 잎을 먹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지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먹는 과일은 먹기 좋은 상태로 재배된 경우다. 이에 비해 야생의 과일은 물리적으로 단단할 뿐만 아니라 껍데기·외피층·털이 겹겹이 싸고 있어 이를 먼저 벗겨내야만 한다.

야생 과일은 오래 씹어야만 껍데기나 씨에서 과육을 분리할 수 있고 과육도 오래 씹어서 잘 분쇄해야만 귀중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인간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식사할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은 불로 익혀 먹는 덕분에 음식을 씹는 데 걸리는 시간을 침팬지와 비교해 하루 약 4시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게 생긴 여유 시간을 이용해 인간은 사냥을 비롯해 다른 활동에 투자하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요리를 했는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생물학적 증거인 화석에 주목하고 있다. 요컨대 식습관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해부학적 구조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화석으로 증거를 수집하자 해부학적 변화의 흔적이 나타났다.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의 진화 단계에서 그 어떤 단계보다 큰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인간은 이미 200만 년 전부터 불로 음식을 익혀 요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셰프(chef: 요리사)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됐다니 정말 놀랍다.
[book]제2의 9·11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는 법 外
스웨덴 패러독스
유모토 겐지 외 지음│박선영 옮김│284쪽│김영사│1만2000원

복지 논쟁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웨덴 모델’에 대한 탐구서다. 스웨덴은 복지 정책과 사회보장이 잘 갖춰진 반면 세금과 사회보험료, 즉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이 높은 나라다. 2007년 스웨덴의 국민 부담률은 64.8%에 달했다.

반면 스웨덴은 엄격한 경쟁 사회의 일면도 갖고 있으며 매년 세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수위권을 달리기도 한다. 고복지·고부담·고성장이 양립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이 현상이 바로 ‘스웨덴 패러독스’다.



[book]제2의 9·11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는 법 外
티몬이 간다

유민주 외 지음│312쪽│이콘│1만3800원

국내 소셜 커머스 1위 업체 티켓몬스터의 성공 스토리를 담았다. 티켓몬스터는 2010년 1월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살던 집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7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가고 있으며 3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회사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젊은이들의 헛고생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이트도 없고 명함도 없고 제안서도 없던 이들은 50% 할인 서비스로 유쾌한 돌풍을 일으켰다.



아우디 그녀, 세상을 사로잡다
이연경 지음│240쪽│문학동네│1만3000원

아우디코리아 이연경 마케팅총괄이사의 도전기다. 그는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처음 홍보 일을 시작했다. 아우디와는 아우디코리아가 세워지기 전 아우디 공식 수입 업체에 입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아우디가 정식으로 한국 진출을 결정하면서 첫 번째로 스카우트한 사람이다. 아우디코리아에서 이사가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세 살.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자동차 업계에서 삼십대 젊은 여성 마케터가 살아남은 비결을 들려준다.



[book]제2의 9·11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는 법 外
역사의 미술관

이주헌 지음│368쪽│문학동네│1만6000원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나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과 현상 가운데 그림으로 그려진 사례들을 모아 주제별로 풀어 썼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유독 역사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희로애락의 파도를 타고 투쟁을 벌이는 인간의 열정을 주로 그림에 담았다. 동양인들이 자연의 기운에 심취해 산수화를 최고의 회화 장르로 발달시켰다면 서양인들은 인간의 드라마에 열광한 것이다. 미술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