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영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언급돼 왔다. 경제계 및 정부에서도 육성 시책을 내놓고 지원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의 위상은 미약하기만 하다. 더구나 규모면에서 경쟁이 안 되는 대기업마저 불황으로 휘청이는 시대에 자본과 인력 등에서 뒤처져 있는 중소기업들엔 확실한 경쟁력이 더욱 절실하다.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개발·제조·디자인·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특화된 중소기업이 핵심 역량 분야만 직접 수행하고 나머지는 상호간 협력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인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매출·경쟁력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은 인수·합병(M&A)과 달리 각 기업이 각자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투자비용과 위험을 분산하고 자원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협업체 구성부터 자금 융자 지원 등 중소기업 간 협업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정영태(55) 사무총장을 만나 협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들었다.
[이제는 협업시대]“협업으로 중소기업 전성기 열어갈 것”
[이제는 협업시대]“협업으로 중소기업 전성기 열어갈 것”
중소기업 간 협업 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커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지금의 생태계가 쉽지 않아요. 그 대안이 바로 협업이지요. 중소기업 간 힘을 합쳐 역량을 키우고 시장의 파이를 키움으로써 성장 선순환 구조의 발판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들 수 있어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가 잘하는 영역에 역량을 결집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기술 융합이나 혁신도 이룰 수 있는 겁니다.

협업 사업 지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죠.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할 이유는 많아요.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고 청년 실업이 심각한 시대에 젊은이들에게 희망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요. 중산층이 없어지고 중견회사도 적어지고 있죠. 허리가 잘록한 구조입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늦기 전에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완화해 선진국형 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답이 협업인 것이죠. 또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그 배경입니다. 이제는 단일 기술로는 더 이상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쉽지 않아요. 융합적 사고에서 비롯된 기술 융합이 필요한데 그걸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중소 벤처기업입니다. 세계시장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글로벌 벤처를 만들기 위해 서로가 손잡고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도 협업 사업은 중요한 것이죠.

협업체들 간 경영권(소유권)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까.

매니지먼트에서도 융합 경영이 나와야 합니다. 남들과 결합했다가 분리도 했다가 때론 컨소시엄을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지주회사를 만들고 각자는 독립적인 전문 영역을 확보하면서 대기업화할 수도 있는 겁니다. 동네 병원들이 모여 클리닉으로 집합하는 예가 있지요. 소비자가 보기엔 큰 종합병원 형태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운영은 각각입니다. 각자가 하나일 때는 힘이 약해 보이지만 함께하면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거죠. 관리비용 면에서 절약되는 건 말할 것도 없지요.

협업에 대한 중소기업 현장의 분위기나 인식은 어떤가요.

[이제는 협업시대]“협업으로 중소기업 전성기 열어갈 것”
취지에는 많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뼈저리게 느껴 참여하는 경향이 아직 활발하지 못해요. 거기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그간 대기업의 발전 모습을 보고 비즈니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한다고 욕심을 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협업의 방법론을 잘 몰라요. 하고 싶어도 그저 막연한 겁니다.

그 부분은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죠.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문화와도 연관이 있어요. 우리 국민은 각자는 똑똑한데 힘을 합쳐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배려와 협동의 문화가 약합니다. 그런 면에서 협업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죠.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2만4000달러 시대가 됐어요. 협업의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돼야 할 때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첫 번째는 교육입니다. 협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사장과 임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꾸준히 교육을 하고 있어요. 또 협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파트너 회사를 찾아주고 엮어주는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협업 관리자(PM)를 파견해 자문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죠.

현재 지역·권역별로 10명의 PM을 운영 중인데 파트너 기업을 함께 탐색하고 사업 계획서 작성을 지원해 주고 협업체 승인이 난 후에도 꾸준히 ‘관리’해 주기도 합니다. 보다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 협업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성공 사례 발굴 및 홍보가 필수적이에요. 몇 년 사이 유형별로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융자 지원도 실시합니다. 협업체 승인을 받은 중소기업이 자금 계획을 신청하면 평가와 심의를 통해 지원이 이뤄집니다.

협업체 지원 및 승인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자발적으로 협업체를 구성하거나 또는 PM을 통해 협업체를 구성한 뒤 온라인 협업 정보 시스템(www.cobiz.go.kr)에 승인 신청서 및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지방 중소기업청에서 현장 평가와 심의를 한 뒤 승인 결과를 알려줍니다. 협업체를 구성하는 게 가장 어려운데,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당사자인 중소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비즈니스의 A to Z를 해야 한다는 소유욕을 버리는 인식의 전환이 큰 장벽이죠. 제도와 문화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기술의 융합, 경영의 융합이 이뤄지려면 그런 사고를 가진 인재가 필요한데 아직 PM 인력들이 풍부하지 못합니다. 협업하는 기업과 비즈니스를 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적 유인책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모두가 중소기업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문화 콘텐츠에서부터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농업, 복지나 사회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육성돼야 합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게 협업이에요.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당사자들이 협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소기업의 시대를 열어가려면 혼자 가는 것보다 손을 잡고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