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로펌 두렵지 않다. 시장 개방은 오히려 기회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법률 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로펌들이 해외 초대형 로펌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 법률 시장의 ‘톱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성장해 온 것처럼 한국의 로펌도 이미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법률 시장을 이끄는, 아니 세계 법률 시장에서 ‘무서운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베스트 로펌’을 조사했다.
2011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의 질주, 광장·태평양의 맹추격, 그리고 반전을 노리는 율촌과 세종. 여기에 언제든 최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저력의 화우와 바른. ‘2011년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의 결과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는 본격적 시장 개방으로 ‘무한 경쟁’에 들어간 한국 로펌들의 경쟁력을 짚어보기 위해 진행됐다. 국내외 다양한 로펌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해 신뢰도를 높였고 로펌의 주요 수요자인 대기업들이 참여해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조사는 모두 9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 시장’, ‘조세 및 공정거래’, ‘기업 인수·합병(M&A)’, ‘송무 및 중재’, ‘인사 및 노무’,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국제 분쟁’, ‘형사’, ‘기업 일반’이 바로 그것이다.

조사는 설문지를 통해 진행했다. 설문 대상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한국의 2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법률 업무 담당자로 했다. 총 85개의 기업 법무팀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 참가자는 부문별로 국내 모든 로펌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로펌 2곳씩을 써냈으며 각각 1표로 계산해 이의 합계로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각 부문의 점수를 합산해 선정한 ‘종합 순위’에서 김앤장이 1위를 차지했다. 총득표수는 498표로 전체 득표수의 33.17%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지난 조사에서는 전체 득표수의 31.43%를 받았으며 이번 조사에서 1.5%가량 상승한 결과를 냈다. 김앤장은 ‘인사 및 노무’ 부문을 제외한 8개 부문별 조사에서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김앤장, 9개 중 8개 부문 1위 차지
2011 한국의 베스트 로펌
2위는 광장이 차지했다. 광장의 득표수는 257표로 전체 득표수의 17.12%를 차지했다. 광장은 지난 조사에서 전체 득표수의 13.14%를 차지하며 3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득표율을 크게 높이며 2위에 올랐다. 각 부문별 조사에서 ‘인사 및 노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김앤장의 독주를 막았다.

광장은 최근 국내 로펌 중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로펌이다. 광장은 한경비즈니스 조사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로펌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3위에는 태평양이 올랐다. 태평양의 득표수는 230표였으며 전체 득표수의 15.32%를 차지했다. 태평양은 지난 조사의 득표율(16.47%)과 거의 비슷한 표수를 얻었지만 광장의 급부상에 아쉽게 3위를 차지했다. 태평양은 9개 평가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나타냈으나 ‘국제 분쟁’과 ‘송무 및 중재’ 부문에서 특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평양의 국제 분쟁 부문은 업계에서 ‘톱’으로 인정받는 부문이다. 태평양은 국내 최초로 국제중재와 국제 소송 전문팀인 ‘국제중재팀’을 출범시킨 로펌이다.

종합 4위는 율촌이었다. 율촌은 역사적으로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펌이다. 지난 조사에서도 율촌은 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김앤장의 독주를 견제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51표를 얻어 53표를 얻은 김앤장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율촌의 득표수는 168표로 전체의 11.19%를 차지했다. 지난 조사에서 종합 5위를 차지했던 율촌은 이번 조사에서 한 계단 뛰어오른 모습을 보였다. 율촌은 지난 조사에 비해 전 평가 부분에서 고른 상승세를 나타낸 게 눈에 띄었다.

세종은 종합 순위 5위에 올랐다. 득표수는 115표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세종은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82년 설립된 ‘1세대 로펌’ 세종은 업계 내외에서 설립 이후 금융·증권·기업자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6위와 7위는 화우와 바른이 차지했다. 각각 53표(3.53%), 51표(3.39%)를 기록했다. 화우는 기업 M&A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상위 그룹에 드는 저력이 빛났다. 또 바른은 ‘송무 및 중재(4위)’, ‘형사(3위)’ 등 분쟁 처리 능력이 ‘톱 클래스’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위는 지평지성(31표. 2.06%), 9위는 KCL(17표, 1.13%), 10위는 남산(9표, 0.59%)이 차지했다.

취재=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