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KB CEO ‘두각’


캠퍼스 잡&조이가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CEO’를 조사했다. 설문은 리서치 전문 회사 마크로밀코리아가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했으며 자매지 한경비즈니스의 ‘2011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과 업종별 매출액 순위 및 대학생 대상 사전 인지도 조사를 기반으로 총 13개 부문, 155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부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CEO가 전체 1위를 차지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득표율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회장은 ‘그룹(기업집단)’ 부문에서 66.2%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 부문에서 유일한 두 자릿수 득표율이며 전 부문에 걸쳐서도 과반수의 득표율을 보인 CEO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지난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삼성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점이 대학생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삼성’ 두 글자의 파워

이 부문 2위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8.7%)이 올랐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1999년 3월 계열 분리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만 잘나갔던’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제는 ‘글로벌 톱 5 자동차 회사’로 발전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사재 5000억 원을 기부하며 사회 공헌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어 3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7%)이, 4·5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3.1%)과 구본무 LG그룹 회장(2. 6%)이 각각 차지했다.

‘IT·전기·전자·통신’ 부문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26.6%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르며 삼성맨의 저력을 보여줬다. 최 부회장은 ‘실적(47.4%)’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11년 1분기에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지만 단 6개월 만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 부회장의 뒤를 이어 이석채 KT 회장(13.3%)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13.1%)이 2·3위에 선정됐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부문에서는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34.1%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같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인 기아자동차의 이형근 부회장(29.4%)은 2위를 차지했다. 두 CEO의 득표율 차이는 4.7%로 그리 크지 않았다.

‘건설·중공업·조선·기계’ 부문의 승자는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19.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창조·독창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김 사장은 두산의 ‘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이 부문 2·3위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17.7%)과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13. 2%)이 나란히 꼽혔다. 공교롭게도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한경비즈니스 선정 ‘2011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에서도 나란히 3·4위에 올랐던 기업이다.

‘그룹(기업집단)’에서 3위를 차지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통·상사·운송’ 부문에서도 선전, 33.5%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소통 능력’을 선택 이유로 꼽은 학생이 총 53명에 달했다. 정 부회장에 이어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11.8%),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9.0%)이 각각 2·3위에 올랐다.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공기업’ 부문에서는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4.8%로 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 직후 취임한 김 사장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빠른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그가 ‘추진·결단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부문 2위는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14.5%), 3위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10.8%)이 선정됐다.

금융 분야는 금융지주(그룹)·은행·증권·카드·보험 총 5개 부문으로 나눠 조사했다.

결과는 KB금융지주의 압승이었다. 5개 부문 중 금융지주(그룹)·은행·카드에서 KB금융지주의 CEO들이 1위를 차지했다. 우선 ‘금융지주(그룹)’ 부문에서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31.2%로 2위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15.7%)과 약 2배 차이의 득표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실적’과 함께 ‘소통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2003년부터 3년간 고려대 총장을 지내며 특히 대학생들과 친숙한 금융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취임 후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업이 바로 전국 41개 대학 주변에 오픈한 ‘KB락스타존’이다. 20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대학생 전용 영업점으로 ‘역사와 전통’으로 대변되는 KB금융을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젊은 KB, 대학생을 사로잡다

소통 능력은 ‘은행’ 부문 1위를 차지한 민병덕 KB국민은행 행장에게서도 돋보인다. 민 행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소통 능력’을 꼽은 학생은 총 60명이다. 이는 전체 CEO 중 1위다. 지난 5월 KB국민은행 전체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보낸 ‘친필 감사 편지’는 민병덕식 소통의 상징이다. ‘실적’ 역시 민 행장을 이 부문 1위로 올린 이유다. 민 행장에 이어 2위는 서진원 신한은행 행장(19.0%)이, 3위는 이순우 우리은행 행장(12.3%)이 차지했다.

어느 부문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카드’ 부문에서도 KB금융의 저력이 이어졌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20.0%)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2위·18.7%)을 제치고 수위를 차지했다.

‘증권’ 부문에서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20.9%)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20.8%, 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1표 차이로 1·2위를 나눠 가졌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펀드와 랩어카운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간접투자 시장의 라이벌로 손꼽힌다. 연초에는 자문형 랩 수수료를 두고 양 사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보험’ 부문에서는 삼성 계열의 두 보험사 CEO인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26.6%)과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19.8%, 현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두 CEO 모두 ‘실적’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부문에서 각각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지난 8월에는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와 금융소비자연맹이 실시한 ‘믿음직한 보험사’ 설문에서 각각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부문 1위를 차지해 신뢰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스마트폰의 힘, 카카오의 힘

‘인터넷·게임·모바일’ 부문 1위는 전 국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변화시킨 ‘카카오톡’의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26.6%)이다. 김 의장은 ‘창조·독창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의장을 선택한 이유로 ‘창조·독창성’을 꼽은 대학생은 총 158명으로 전체 CEO 중 최다 득표다. 김 의장의 이력은 남다르다.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하며 화려하게 등장,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된 후에는 NHN 공동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2007년 NHN에서 나왔다. 3년 후 그가 세상에 들고나온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현재 사용자 3000만을 돌파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바로 그 애플리케이션이다. 김 의장의 뒤를 이어 ‘리니지 신화’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0.1%)가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김상헌 NHN 사장과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12.7%)는 공동 3위에 올랐다.

다양한 업종이 몰린 ‘기타’ 부문에서는 여대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12.5%)이 1위에 올랐다. 서 사장은 지난 ‘닮고 싶은 CEO’ 설문에서도 제조업(비IT 계열) 부문에서 여대생의 지지 끝에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취업을 앞둔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서 사장은 ‘실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 사장에 이어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11.8%), 민영진 KT&G 사장(10.4%), 김상후 롯데제과 사장(7.9%)이 각각 2~4위에 올랐다. 5위로 선정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7.5%)은 여성 중 유일하게 부문별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CEO가 됐다.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전국 대학생 1000명 선정 ‘올해의 CEO’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