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도입 아파트 수명 늘려 재건축 줄인다
재건축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2011년 12월 29일 아파트 수명을 50~ 100년으로 늘리는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도입을 발표했다. 장기 수선 충당금 제도를 적극 활용해 아파트의 수명을 늘린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한 보험 성격인 장기 수선 충당금의 집행 취지를 살려 평상시에 아파트 건축물과 시설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 아파트 수명을 늘릴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장기 수선 계획을 통한 ‘아파트 시설물 생애 주기 관리’를 본격 추진하고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장기 수선 계획 및 장기 수선 충당금 집행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장기 수선 충당금은 아파트를 대규모로 수리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주택 소유자로부터 매월 징수, 적립해 마련하는 재원이다.

시는 우선 생애 주기 관리 1단계로 2012년부터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소장 교육, 공동주택 전문가 파견, 장기 수선 충당금 기금화 학술 연구 용역(사업비 1억 원) 등을 할 계획이다. 이어 2013년에는 장기 수선 계획 수립 기준과 매뉴얼을 마련해 보급하고 아파트 장기 수선 전문 위원회를 운영하고 지원한다. 마지막 3단계로는 2014년에 서울시가 20%를 출연하는 조건으로 장기 수선 충당금의 기금화를 원하는 단지를 신청 받는다. 2020년까지는 모든 단지의 기금화를 추진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아파트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도입 아파트 수명 늘려 재건축 줄인다
입주민, 관리비 10배 늘 수 있어

아파트 시설물 생애 주기 관리 정책은 2011년 7·27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단지들을 점검한 결과 장기 수선 계획에 따른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시는 폭우 이후 노후 공동주택과 저지대 주택 등 수해에 취약한 49개 단지를 선정해 장기 수선 계획의 적정성과 전기·변전시설 등 안전시설 실태를 점검한 결과 장기 수선 충당금 적립액은 평균 37%에 그쳤으며 집행률도 47%에 불과했다

김윤규 주택정책과장은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도입은 서울시 주택정책이 공급 위주에서 관리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전체 아파트는 3794개 단지에 128만5697가구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 중 300가구 이상, 또는 150가구 이상이면서 승강기 등이 설치된 약 100만 가구에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적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관련 용역을 거쳐 이르면 2020년부터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낡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트는 기존 정비사업 외에 주민들이 유지·관리(업그레이드)를 택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미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돼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는 기존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라고 해도 전기·배선 교체나 건축물 구조 등 반드시 필요한 수선 대상의 유지·보수 활동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애 주기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아파트 입주민이 내야 하는 장기 수선 충당금이 많게는 10배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행 충당금 적립액은 ㎡당 평균 79원 선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당 440~910원 정도로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용면적 85㎡ 아파트라면 현재 매달 6715원 수준에서 3만7400~7만735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