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철 온오프믹스 사장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정신없는 세상에서 스펙을 무시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사장과 이상규 부사장은 각각 1985년생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의 ‘허브’
“전문 분야가 있으면 되는데, 왜 꼭 대학에 가야 하나요. 그래서 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창업했습니다.” 오프라인 이벤트를 온라인에서 관리해 주고 모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맥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온오프믹스는 오랜 바닥 다지기를 끝내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며 막 비상하려는 단계에 있다.

양준철 사장은 만 열여섯 살에 처음 회사를 차리고 ‘이비즈키(e-biz Key)’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았다. 경력으로 따지면 10년이 넘은 셈이다. 그는 왜 그렇게 일찍 창업을 했을까.

“어릴 때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지방의 양계장에서 일했던 일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가 양계장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지만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그때 부모님의 눈물을 보며 창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열네 살 때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돈을 번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기업용 솔루션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때 이상규 씨를 만났다. 이상규 부사장은 그때 부산정보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인터넷 창업 동호회 사이트를 통해 양 사장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경력 10년의 베테랑 창업가

두 사람의 만남은 당시엔 거기서 끝이었다. 이 부사장 역시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고등학교는 마쳐야 했기에 부산에 다시 내려가면서 두 사람은 일시적으로 헤어지게 된다. 한동안 각자의 사업을 계속했다. 이 부사장은 부산에서 컴퓨터를 유통하는 사업을 했다.

양 사장보다 한 살 많은 이 부사장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사업을 하고 있을 무렵 양 사장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양 사장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창업을 준비했다. 처음 사업했을 때 돈을 좀 번 게 있었는데 그 돈을 두 번째 사업에 다 넣었다. 만 18세였던 양 사장은 당시 23세 된 벤처기업가란 사람이 찾아와 창업을 같이 하자고 했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양 사장에게 맡기고 자신이 나머지를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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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그때 들고나온 모델이 3D 쇼핑몰이란 것이었는데 기술적으로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죠. 기술적인 측면을 보니 마음에 들었어요.”

얘기만 들으면 굉장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문제는 3D로 구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이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끌어들인 자금을 당시 사장이 제멋대로 유용했다는 점이다.

뜻밖의 이유로 실패한 뒤 크게 상심한 양 사장은 그 뒤 자신의 블로그에 염세적인 글을 많이 썼다고 한다. 염세적인 글이었지만 이런 글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이 그의 글을 보고 전화했다. 이 사람 덕분에 양 사장은 2004년부터 다음에서 일하게 됐다. “경험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직을 관리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 사장이 다음과 네오위즈를 거치며 일을 배우고 있는 동안 이 부사장은 컴퓨터 유통 사업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 부사장 역시 조직을 좀 경험해 봐야겠다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2006년이었다.

“게임 개발사에 취직해 일을 좀 하다가 다시 창업을 해보자고 서울로 왔죠. 예전에 양 사장을 봤을 때 느꼈던 강렬한 인상이 기억나 연락했는데 마침 집에 있더라고요. 그날 집으로 찾아가 창업하기로 바로 의기투합했죠.”

온오프믹스는 원래 양준철·이상규 두 사람이 만든 서비스가 아니었다. 2007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 온오프믹스는 조재호·김대중이라는 두 사람이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개인 사업으로 회사를 꾸리고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류한석 소장은 리트머스라는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하면서 온오프믹스를 유망한 사업으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사이트를 만든 조재호 씨가 큰 병에 걸려 쓰러졌고 사이트 운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어느 날 류 소장이 저에게 연락했어요. 제게 이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이름도 기가 막히게 잘 지었고 콘셉트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한 세상인데 이상하게도 행사 신청과 접수는 여전히 오프라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온오프믹스는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행사 유치를 위해 외부 업체에 주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면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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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익원은 유료 행사 등록·결제 대행

온오프믹스는 처음엔 벤처기업들의 행사나 시민 단체의 모임 등을 온오프믹스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접수하곤 했는데 최근엔 대기업들도 온오프믹스를 통해 행사 등록을 받고 있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최근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연동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모임을 개설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고 페이스북·트위터 등과 연동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일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온오프믹스는 어디에서 수익이 날까. 무료 행사의 참가 신청과 등록을 대행할 땐 전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유료 결제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참가비를 받는 행사는 온오프믹스에서 등록 및 결제를 대행하고 여기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현재 약 2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매달 200여 건이 넘는 유료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유료 행사가 늘수록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온오프믹스의 수익도 늘어나는 거죠. 최근에는 다양한 여행 상품을 판매하거나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쪽으로 기능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땐 직원이 둘뿐이었지만 지금은 8명으로 늘었고요.”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