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안보 정상회의, 재계 총수들도 뛰었다
3월 26~27일 양일간 열린 ‘2012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핵 테러 위험으로부터 세계를 지키는 방안들이 논의된 자리였고 정상 합의문인 ‘서울 코뮈니케’는 역사의 한 편에 남게 됐다. 세계 53개국 58명의 정상급 인사가 모인 드문 자리인 만큼 핵 안보 정상회의 기간 동안 논의된 것은 안보 문제만이 아니었다.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는 재계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이는 한국 경제의 현황과 미래를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였다.안보 외교 못지않은 ‘비즈니스 외교’
먼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3월 28일 저녁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을 초대해 만찬을 열었다. 이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슈미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의 만남 이후 8개월여 만에 다시 자리를 함께 했다. 이 회장은 슈미트 대통령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삼성전자 및 계열사의 성공적인 헝가리 진출에 대해 헝가리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함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월 25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보기술(IT)·건설 분야의 사업 협력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홍수 피해가 많은 태국에 조기 재해 경보 및 대응 시스템 구축 등 SK의 IT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터키 레제프 에르도만 총리와 국내 10대 그룹 경영진 간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 외에 SK의 김신배 부회장, 정만원 부회장 등도 가봉·네덜란드·베트남 등 정상 및 기업인들과 만나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홍보하는 한편 비즈니스 분야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3월 28일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을 만나 KT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소사이어티’ 구축과 ‘디지털 가봉’ 프로그램 후속 프로젝트 참여 등 상호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가봉이 스마트 소사이어티를 구축하는데 KT그룹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 서아프리카 구심점으로서 IT와 사회 진화의 선도국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KT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ICT 인프라는 물론 응용 분야까지 많은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협력 관계가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는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리는 3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코엑스에 ‘ICT 홍보관’을 열고 세계 정상들과 대표단, 취재진 등에게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3월 25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났고 26일엔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또 모하메드 술래만 히다얏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을 만나 일관제철소 건설 등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3월 28일엔 사이드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를 만났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월 27일 베트남의 응웬 떤 중 총리와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와 만났고 앞서 3월 26일에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빈 알후세인 국왕과 만나 롯데건설의 사업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4단체는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한·인도네시아 조찬 간담회’를 열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인 150여 명이 참석해 신흥시장 인도네시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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