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의 모습, 미국도 똑같네

멕시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온 불법 체류자 카를로스(데미안 비쉬어 분)는 정원사로 일하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반항기 가득한 아들 루이스(호세 줄리안 분)에게 더 좋은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다. 카를로스는 좀 더 안정된 생활을 위해 큰마음 먹고 여동생에게 돈을 빌려 중고 트럭을 구입하지만 희망찬 출근 첫날 트럭을 도둑맞는다. 카를로스와 루이스는 도둑을 찾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곳곳을 찾아다닌다.
[영화] 이민자 A Better Life 外
1000만 달러의 중급 규모 예산에 전부 히스패닉 계열 배우로 채워졌으며 영어와 스페인어가 뒤섞인 낯선 독립영화, 게다가 네오리얼리즘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비토리오 데 시카의 1948년 작 ‘자전거 도둑’의 리메이크. 그러나 ‘이민자’는 선댄스 영화제에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고 그 결과 카를로스를 연기한 멕시코의 대배우 데미안 비쉬어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민자’는 서먹하기만 했던 부자 카를로스와 루이스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는지에 관한 절절한 드라마다. 힘겨운 일상과 추방의 위협에 시달리며 사춘기 아들에게 원하는 만큼 사랑을 베풀지 못했던 아버지와 “이렇게 살 거면 날 왜 낳았느냐”며 반항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깊은 속내를 깨닫는 회한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아는 로스앤젤레스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영화·드라마·소설을 통해 로스앤젤레스의 이미지를 밝고 화려한 쾌락의 도시나 혹은 냉혹한 갱스터들이 총질하는 범죄의 현장 딱 두 가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자’는 상영이 시작된 지 10여 분이 지나면 미국 영화가 아닌 남미 어딘가에서 온 영화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눈부신 태양은 없고 대기는 황갈색의 스모그 같은 느낌으로 가득 채워진다. 서핑과 조깅을 즐기는 건강미 넘치는 주민들은 엑스트라처럼 등장한다.

대신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한 히스패닉 계열 주민들과 한국인·유대인 등의 블록이 보인다. 현실 사회와 할리우드의 메인 스트림 영화에서 투명 인간 취급당하던 이들이 ‘이민자’에서 비로소 목소리와 육신을 얻어 부활한다. 그리고 빈부 격차와 인종차별의 그물망 안에서 어떻게든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애쓰는 순간 무관심한 관객들로부터도 뜨거운 공감의 순간을 이끌어 낸다.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감독 김형준
출연 박희순, 박시연, 주상욱, 김정태

간통 전문 형사 선우(박희순 분)는 복직을 3일 앞둔 날 불륜 현장을 덮치기 위해 모텔에 출동한 그의 앞에는 두 구의 시체만 있을 뿐이다. 목격자는 죽은 남자의 아내 수진(박시연 분)이 유일하다.
[영화] 이민자 A Better Life 外
인류멸망보고서
감독 김지운, 임필성
출연 류승범, 송새벽, 김강우, 김규리,진지희, 배두나
[영화] 이민자 A Better Life 外
사찰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게 되고 제조사는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천상의 피조물’).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괴바이러스가 출몰해 서울 한복판이 좀비로 뒤덮인다(‘멋진 신세계’). 지구에 당구공 모양의 괴혜성이 날아오자 일가족은 방공호로 대피해 7년의 세월을 보낸다(‘해피 버스데이’).




배틀쉽
감독 피터 버그
출연 테일러 키치, 리암 니슨, 리한나,브루클린 데커
[영화] 이민자 A Better Life 外
다국적 해상 훈련 첫날, 태평양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견되자 수색 팀이 파견된다. 수색대가 괴물체에 접근한 순간 괴물체는 거대한 장벽을 구축한다. 괴물들의 대규모 공격으로 지구는 위험에 처하고 육·해·공을 넘나드는 합동 작전이 펼쳐진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