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 연수가 길다는 것은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이 많다는 말이다. 젊은 층에 비해 직급이 높은 이들이 많을 때 근속 연수가 길어진다. 반면 신입 사원을 많이 뽑거나 이직·해고 등이 잦을 때 근속 연수가 짧아진다. 일반적으로 근속 연수는 ‘고용 안정성’을 내포한다. 직원들이 일이나 보상 등에 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비즈니스 조사 결과 상장사 527개사 중 근속 연수가 가장 긴 곳은 S&T중공업이었다. S&T중공업은 1959년 설립돼 운수장비 사업, 기계사업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주로 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기계를 다루는 곳인 만큼 품질 우선이 중요하고 숙련도가 높은 직원이 꼭 필요하다.

2위부터 4위까지는 각각 현대비앤지스틸·풍산·한국유리공업이 차지했다. 업종은 철강금속과 비금속광물에 해당한다. 조사 대상 전체 530개사 중 근속 연수가 15년 이상인 곳이 총 43개사인데, 그중 23곳이 철강금속과 비금속광물 업종이었다. 철·구리·아연·시멘트·유리 등으로 부품을 만들 때 경험이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만큼 신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도 볼 수 있다.

5위는 휴비스(19.7년)다.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기술력과 생산능력 등을 결합해 만든 섬유 기업이다. 총 89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계약직은 15명에 불과하다.

6위는 아세아제지로 근속 연수가 19.6년, 7위는 대원강업으로 19.4년을 기록했다.

1위부터 7위까지는 모두 제조업에 해당한다. 원료는 다르지만 가공 제조하는 공정으로 대량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낸다. 제조업 근속 연수가 높은 배경에는 힘 있는 노동조합, 숙련된 기능공의 필요성,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 등이 자리하고 있다. S&T중공업 관계자는 “젊은 층이 제조 현장을 기피하면서 평균 연령대가 높아져 근속 연수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층에서 선호하는 금융업·유통업·서비스업의 근속 연수는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8위에 랭크된 티이씨코가 톱 10 중 유일한 서비스 업종이다. 조사 대상 530여 곳 중 서비스 업종에서 근속 연수 15년 이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금융업 중에서는 한국외환은행(17.3년)과 기업은행(16.7년)만 근속 연수가 길었고 유통업 중에서는 (주)남성(15.3년)이 유일했다.

금융업과 서비스업의 평균 연봉은 5000만~9800만 원, 7405만~9700만 원(29페이지 표 참고)으로 상위권인 반면 근속 연수는 하위권에 속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환경 변화가 빠르고 인력 이동도 잦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직하는 것과 연봉 부담으로 회사에서 퇴사를 종용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연봉 일등 회사, 꼴찌 회사] 근속 연수 긴 기업들 - S&T중공업 ‘최장’…제조업 ‘눈에 띄네’
10위권 이내 2곳 제외하면 모두 제조업

‘높은 연봉’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좋겠지만 선택을 해야 할 때에는 개인의 가치에 따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고 연봉을 더 많이 올리고 싶다면 한 곳에 오래 있는 것보다 이직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평생직장 개념으로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근속 연수가 긴 기업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10위에 랭크된 곳은 KT로 제조업은 아니지만 과거 공기업의 체질이 남아 있는 곳이다.

주목할 점은 연봉 순위와 달리 근속 연수 상위 기업은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근속 연수 1위에서 7위까지 기업은 모두 직원의 평균 연봉이 5000만 원 이상인 곳이었다.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만족하며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