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62호 (2012년 06월 13일)

[스티브 워즈니악] “혁신은 인간과의 소통을 더 쉽게 하는 것”

기사입력 2012.06.12 오후 08:46

“애플도 덩치가 커져 앞으로 방향성을 찾지 못하면 소니처럼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지난 5월 31일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7회 제주포럼 특별 세션에서 애플과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그는 소니·노키아·림(RIM) 등 한때 최고였던 기업들이 지금과 같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으로 몰락한 까닭은 바로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니의 워크맨은 애플의 제품처럼 혁신적이었지만 소니는 더 혁신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었다. 한때 수익이 보장되지 않더라고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소니는 덩치가 너무 커져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설정된 방향에 따라 기업이 맞춰 나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담을 진행한 서 원장은 “급변하는 IT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끊임없는 발전의 원동력인 창조와 혁신이 중요해졌다”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IT 거장이 배출될 수 있는 창의적인 외부 환경을 가정과 기업에서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워즈니악과 서 원장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스티브 워즈니악] “혁신은 인간과의 소통을 더 쉽게 하는 것”

애플의 제품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개발 당시 이를 예상했었나.

그렇다. 큰 변화를 예상했었다. PC를 통해 전기신호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교육도 하고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꿈꿨다. 당시에는 100만 달러 가치의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처럼 수십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론 예상하지는 못했다.

애플이 놀라운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스티브의 경영 스타일과 제품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바탕이 됐다. 창업 당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지 세상을 변화시킬 꿈만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가 애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아이팟을 출시했다. 아이팟의 장점은 플러그인을 하면 바로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함이 아이팟의 성공 요인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새로운 시장을 보게 됐다. 개발팀이 고립돼 탁월한 제품을 고안하고 이를 최고로 만들 것을 꿈꿨다. 최고가 아니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교훈도 얻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갖고 싶어 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제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낳게 했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는….

과거 스티브가 애플에 떠나 있을 때 애플은 회사를 운영할 만큼 수익은 있었지만 우수한 제품을 만들지는 못했다.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1997년 스티브가 돌아와 디테일을 디자인하고 혁신을 추구하며 현재의 애플을 성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스티브가 없다는 상실감이 있지만 애플은 남아 있고 계속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다.
[스티브 워즈니악] “혁신은 인간과의 소통을 더 쉽게 하는 것”

삼성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한데 애플이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지속하고 좋은 인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 애플의 성공 배경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리테일 스토어, 아이튠즈 스토어 등 여러 채널들이 유기적으로 제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주효했다. 애플은 델·히타치·삼성 등과 경쟁하기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두 분야 모두를 섭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더욱 통합적으로 묶는 시스템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단계의 혁신 제품은 무엇인가.

인간과 더욱 쉽게 소통하는 기계다. 인간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기계에 말하고 원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묻듯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라고 말하면 기계는 자연스럽게 답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기술 발전을 통해 인간의 언어·표정·감정을 기계가 읽는 단계로 가고 있다. 불과 1년 전 아이폰 4S에 적용된 시리(Siri) 기술은 애플리케이션(앱)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컴퓨팅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전력 소모를 줄여 나가면 더 많은 혁신 제품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혁신 기술은 인문학과의 융합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통합이 중요한가.

스티브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스티브는 아주 디테일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고 고치려고 했다. 일종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스티브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 모두가 생각했다.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부품 와이어를 연결하는 작업 모두가 예술이라고 여겼다. 이런 점에서 이 작업들이 인문학과 닮았다고 본다.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사람들이 그 뒤의 기술을 알 필요는 없다.

스티브 잡스의 완벽주의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똑똑했고, 판단력도 뛰어났다.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만든 제품에 대해 스티브는 “휴지통에 버려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티브는 ‘나이스 가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세계적 영웅이 되기 위해 너무 빨리 맥킨도시를 내놨다. 만일 4년 후 세상에 내놓았다면 랜 가격도 많이 떨어져 성공할 수 있었지만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제품을 내놓은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이후 아이폰 개발에 있어서는 “좋은 제품만 만든다면 수년이 걸려도 상관없다”며 접근한 자세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담자로 나선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서 원장은 KT와 SK텔레콤 임원 출신의 IT 전문가다.

대담자로 나선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서 원장은 KT와 SK텔레콤 임원 출신의 IT 전문가다.


어떻게 창의력을 높일 수 있을까.

흔히 ‘틀에서 벗어나 발상하라(Think out of the box)’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후발 주자들은 선구자가 한 것을 보고 쉽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뭔가를 만들려면 다른 사람의 제품을 보지 말고 완전히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창의력이다. 그래야 애플과 같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CEO의 핵심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는 탁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된 모든 것을 통제할 한 사람이 필요한데 바로 그것이 CEO의 역할이다. 나는 PC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고 스티브는 모든 과정을 총괄했기 때문에 애플이 잘될 수 있었다. 많은 CEO들이 주가와 수익만 생각하고 이를 만들어 내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CEO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이용해 보며 퀄리티를 관리해야 한다. 때로는 기업이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스티브 워즈니악] “혁신은 인간과의 소통을 더 쉽게 하는 것”
최고의 CEO는 누구라고 보는가

애플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 팀 쿡은 이제 미국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다. 정치인의 행동은 긍정적인지 어떤지 평가하기 힘들지만 그는 세상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PC 시대의 종말’에 동의하는가.

우리가 PC 앞을 떠나 이동 기기를 이용하는 형식으로 변한 것일 뿐이다. 아직도 PC로 많은 일을 하지만 손안의 작은 기기로 하거나 아이패드를 갖고 PC처럼 일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기기가 클라우드로 연결돼 그 안에서는 많은 컴퓨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변화는 ‘단지 PC로만 일하는 시대가 끝난 것’이다.

컨버전스의 시대가 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불법 복제가 개발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가.

소프트웨어의 복제가 불법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매우 까다롭다. 소프트웨어를 파괴하고 훔치려는 의도가 아니라 호기심으로 복제하는 화이트 해커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품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재미있는 동영상이나 농담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할 때 이것이 불법 복제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나도 공유하고 싶은 게 있으면 e메일로 URL을 전달하고 다운 받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확산이 때로는 (마케팅을 위한) 비용이 절감될 수도 있다.

최근 구글이 개인 정보를 수집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빅 브러더’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시민들의 모든 전화 내용, e메일이 모두 저장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보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는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관련 법을 제정해 이런 정보 저장을 막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에 정보가 들어가지 않은 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
기업이 탁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것을 통제할 한 사람이 필요한데 바로 그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워즈니악은 강조했다. 서종렬 원장과 대담 중인 워즈니악.

기업이 탁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것을 통제할 한 사람이 필요한데 바로 그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워즈니악은 강조했다. 서종렬 원장과 대담 중인 워즈니악.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학교에서 스킬을 취득하고 논리를 익히고 기술 공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애플과 같은 기업을 꿈꿀 수 있고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생 시절 수줍음이 많고 그 어느 모임에도 끼이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하지만 컴퓨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컴퓨터에 대한 책을 읽으며 재미를 찾았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절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들을 이길 필요도 없고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살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대담=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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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06-13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