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입 금액의 50% 미만 적당

A 씨는 아이들 학교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 가기를 원했다. 마침 5·10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투기 지역이 해제되자 강남으로 입성할 계획을 세웠다. 투기 지역이 해제되면서 소득 대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40%에서 50%로 높아졌고 이에 따라 대출 한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매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고 대출도 많이 해준다는 말에 경매 물건을 살펴봤다.

개포동에 D아파트가 경매로 나와 있었다. 감정가 5억2000만 원에 1회 유찰돼 최저가가 4억1600만 원까지 내려와 있었다. A 씨는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본 경락 잔금 대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투기 지역 해제로 기존 KB 시세의 40%까지 대출해 주던 것을 50%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시세가 6억 원이 넘어가지 않으면 기존 KB 시세의 50%에서 투기 지역 해제로 60%까지 대출이 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D아파트의 KB 시세가 5억 원이니 대출이 60%인 3억6000만 원까지 가능했다. A 씨는 3억6000만 원을 대출받기로 생각하고 급매보다 조금 싸게 4억8000만 원을 써내기로 했다. A 씨의 바람대로 최고가 매수인이 됐고 경락 잔금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고 기존의 전세 보증금으로는 빚을 청산했다.

위의 예처럼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경락 잔금 대출을 이용한다. 경락 잔금 대출은 법원 경매나 공매로 낙찰 받은 부동산에 대한 잔금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대출해 준 금융권에서 1순위로 근저당을 설정한다. 낙찰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별도의 담보를 제공할 필요 없이 낙찰 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납부 기한 내에 맞춰 주기 때문에 유리한 면이 있다. 이를 잘 이용하면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해 적은 자금으로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물건에 따라 대출이 안 되는 것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처럼 권리상 하자가 있거나 낙찰 받은 부동산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물건은 금융권에서 대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한 직장인이 서울 중구 중림동 우리은행 한경센터지점 대출 창구에서  아파트 담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한 직장인이 서울 중구 중림동 우리은행 한경센터지점 대출 창구에서 아파트 담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낙찰로부터 2주일 후에 잔금 납부 기한이 정해진다. 대체로 한 달의 기한이 주어지므로 결국 낙찰 받은 후 45일 이내에 잔금을 납부해야 되는 셈이다. 낙찰되면 금융회사를 방문하거나 법원 입찰장 주변에서 금융회사 영업 사원에게 받은 곳에 연락해 상담을 받는다. 1금융권, 2금융권, 대부 업체까지 경락 잔금 대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많지만 각기 대출 한도와 금리, 상환 조건 등이 상이하므로 2곳 이상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협의되면 금융회사는 낙찰자에게 주민등록등본·낙찰영수증·잔금납부통지서·인감증명서 등 필요 서류를 요구한다. 잔금 납부일 전까지 은행이 대출해 줄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대출 은행에 송금하면 낙찰자가 할 일은 끝이 난다. 대출 기관은 담당 법무사를 통해 잔금 납부와 저당권 설정, 소유권 이전을 위한 등기 작업을 완료하게 된다.

아파트·다세대·상가·토지의 대출 한도가 각기 다르고 지역과 권리관계에 따라 대출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경락 잔금 대출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대출이 안 되거나 원하는 한도만큼 받지 못하면 잔금 납부에 차질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다. 대출 영업 사원 간에 경쟁하면서 낙찰 대금의 80~ 90%까지 대출해 준다고 얘기했다가 실제 대출을 신청하면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이용 한도가 적거나 과다한 이자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이 있으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 대개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은 대출 한도가 큰 대신 금리도 높다. 지나치게 많은 대출 금액은 이자 부담으로 장기 보유가 어렵고 세입자를 구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대출 금액은 전체 매입 금액의 50% 이내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