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 분석-디스플레이·TV

5월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소니가 최근 미국 소매상들에게 자신들이 제시한 가격 이하로 TV 판매 가격을 광고하거나 팔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이는 TV 생산 업체들이 수익성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TV 시장 환경을 확인하는 뉴스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TV 시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가격 하락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였으며 새로운 TV 생산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등의 새로운 TV 생산 업체들은 저가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한국 정보기술(IT) 산업 중에서 반도체와 휴대전화에 이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디스플레이 산업은 수요 산업에서 TV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TV 산업 선도국은 일본, 그중에서도 소니·도시바·파나소닉 등이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평면 디스플레이인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부품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부품·세트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 세계 TV 시장 선두 업체로 발돋움했다. 적기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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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 무너지나

브라운관(CRT) TV 시대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디스플레이 광원 장치 역할을 했다. 1920년대 브라운관 TV가 개발된 이후 TV 산업은 흑백·컬러 TV로 진화하면서 오랜 기간 TV 산업의 성장세를 구현했다. 하지만 30인치 브라운관 TV는 어른 2명이 운반하기에도 어려운 브라운관의 유리 무게, 공간적인 전자총의 광폭 등 기술적인 한계성이 있었다. 이 같은 브라운관 TV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제품인 TFT-LCD TV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공간적인 평면 효율성, 무게의 가벼움에 따른 벽걸이 기능성 등이 소비자들의 소비 매력을 촉진했다. 한국·일본·대만 TFT-LCD 패널 생산 업체들의 대량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TFT-LCD TV 가격을 급격하게 하락시키면서 100년의 TV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브라운관 TV에서 TFT-LCD T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프로젝션 TV, PDP TV 등 몇 가지 다른 기술 형태의 TV 시장도 있었지만 TFT-LCD TV만큼 전체 시장을 전환할 정도의 기술 혁신은 이루지 못했다.

가격 하락이 소비 증대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투자가 곧 매출액 증가로 이어지는 구도가 지난 10여 년은 TFT-LCD TV 산업의 발전 과정이었다. 삼성전자·소니의 합작 사업, LG·필립스 합작 투자 등은 TFT-LCD 패널 산업 성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8년 LG와 필립스는 결별했으며 삼성과 소니는 2011년 갈라섰다. 한국 디스플레이 선두 업체들은 모두 단독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 세계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두에 있다. 이는경쟁력 지표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 효율성 등으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투자 전략에 할증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할증보다 상대적으로 할인되는 양상이다. 이는 성장 산업의 요건인 ‘P(가격)×Q(물량)=S(매출액)’에서 제품 가격(P) 하락이 수요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년의 브라운관 TV의 역사는 일시적이고 급격하게 TFT-LCD TV로의 전환이 마무리됐다. 이미 전 세계 TV 시장에서 LCD-TV 시장의 점유율은 90%에 이르고 있다(디스플레이서치 전망).

단기적인 측면에서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가전하향 정책으로 가전제품 구매에 대한 보조금을 정부가 지급하면서 일시적으로 2010년 전 세계 LCD-TV 시장은 금액 기준 31%, 물량 기준으로 18% 증가했다. 하지만 제품의 평균 가격은 9.9% 하락했다. 2011년에도 LCD-TV의 평균 제품 가격은 6.3% 하락했다. 2012년 전망치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2010년 급격하게 보급된 TV의 내구 연수를 감안한다면 조사 기관의 전망치가 낙관적일 수 있다. TV의 내구 연수가 휴대전화와 같이 1~2년, PC의 3~5년(최근에는 PC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보다 더 높은 5~10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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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 필요

새로운 기술이 TV 산업에 접목되고 있다. 3D-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범용 제품으로의 전환인 브라운관 TV에서 LCD-TV로의 전환과 같은 메가톤급 기술 혁신, 생산성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선도 기술력에 대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자리매김은 있을 수 있지만 TV 시장 전체에서의 기대치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TV 산업의 변화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기대하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 산업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할인 요인이 있다. LCD-TV에서 광원 역할을 했던 CCFL(냉음극형 형광램프)은 한때 가장 성장하는 산업이었다. 관련 백라이트유닛(BLU) 업체들이 성장했으며 매출액이 1조 원대에 이르는 업체들로 성장했다. 하지만 LCD-TV는 LED-TV의 출현으로 광원이었던 CCFL 업체, BLU 등 관련 부품, 모듈, 장비 업체들의 수요 기반이 사라지게 됐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광원이 CCFL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2년 5월 더 이상 국내 제품에서 CCFL 광원 LCD-TV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불과 3~5년의 경과 기간 이후 산업 내 부품 산업은 소멸 기술(CCFL)과 신기술(LED)로 자리매김했다. CCFL 관련 산업 기반은 사라졌다. 최근 새로운 OLED TV 산업이 성장의 초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CCFL·LED-OLED로 전환되고 있다. LED 부품 관련 산업은 조명 사업, 자동차용 조명 등으로 수요 산업의 확장이 가능하지만 TV 수요 기반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OLED TV는 마지막 TV 기술인가”, “OL ED 관련 부품, 재료, 장비 생산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성장 촉진 기회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성장 요인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CCFL의 경험을 보았고 LED의 경험을 보았던 부품·재료·장비 업체들이 OLED 관련 사업에 얼마나 많은 역량을 투입할지는 두고 볼만한 사례다.

IT 세트 산업은 끝없는 기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노키아의 몰락은 새로운 스마트폰 강자인 애플·삼성전자에 뒤처졌다. TV 선도국 일본 TV 생산 업체들은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에 자리를 내줬다. 이제 LCD 패널 공장은 중국 각 성마다 생기고 있다. 패널이 있고 세트를 생산하는 중국 TV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 주주의 가치가 성장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인 듯하다.

LG디스플레이의 최근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 3년간 주주 가치인 자본 총계는 10조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3년간 총 유형자산 투자 금액(CAPEX)은 12조7000억 원이었다. 설비를 증설하고 생산 규모가 커지면 이익이 발생해 ‘자본 총계=주주 가치’가 늘어나야 하지만 지난 3년간 증가하지 못하고 제자리 수준이다. 2012년에도 4조 원대를 투자한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산업 선두 업체의 재무제표와 주가 추이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