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를 위한 현명한 아이디어다.” “기회를 준 미국에 대한 배반 행위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에두아르도 새버린이 페이스북의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자 제기된 논란 가운데 일부 내용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그는 최근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상장 이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국민은 세계 어느 곳에 거주하든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주식을 처분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브라질 태생의 새버린은 1992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8년 시민권을 딴 다중국적자다. 그의 페이스북 지분은 약 4%. 금액으로는 4조 원 안팎에 이른다.
<YONHAP PHOTO-0191> Monitors show the value of the Facebook, Inc. stock at the closing bell at the NASDAQ Marketsite in New York, May 18, 2012. In late trading, Facebook shares were only a few cents above the company's initial public offering price of $38, after opening 11 percent higher, rapidly heading south to touch their initial price and then rebounding by several dollars. REUTERS/Keith Bedford (UNITED STATES - Tags: BUSINESS)/2012-05-19 07:30:30/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Monitors show the value of the Facebook, Inc. stock at the closing bell at the NASDAQ Marketsite in New York, May 18, 2012. In late trading, Facebook shares were only a few cents above the company's initial public offering price of $38, after opening 11 percent higher, rapidly heading south to touch their initial price and then rebounding by several dollars. REUTERS/Keith Bedford (UNITED STATES - Tags: BUSINESS)/2012-05-19 07:30:30/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근 새버린과 같은 갑부(super-rich)들의 국적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각국 정부의 통계 등을 인용, 세계 부자들이 국적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프랑스 부자들은 높은 세금을 피해 이민을 떠나고 있다. 최근 이들 국가에서 고소득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700명을 넘어섰다. 2009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올 들어서도 1분기에만 460명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스위스·영국·싱가포르로 이민 가는 부자들이 많아졌다. 최근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부자 증세안을 제안함에 따라 이 같은 이동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증세안은 연간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 벌어들이는 부유층에게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러시아·중국·브라질 등 신흥국 부자들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치안이 좋은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부유층은 높은 수준의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영국을 선호한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를 비롯해 런던에만 1000명 정도의 러시아 갑부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인들은 미국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2000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미국 투자 이민을 신청했다. 20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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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재산 보호 위한 전략적 선택

부자들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 때문이다. 부자들이 세계 어디서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부자들의 이민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캐나다의 데이비드 레스퍼란스 변호사는 “세계 부자들의 이동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며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 이민에 대한 부자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부자들이 이민을 가는 이유가 과거에는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보는 경험 등 흥미 위주였다면 지금은 절세와 재산 보호 등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세금을 덜 내고 부(富)를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것이 당연한 움직임이란 것. 돈은 대접받는 곳으로 흐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 부자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국가를 선택하는 현상이 심화되면 지역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자들을 영입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져 조세 권한이 무력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