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치명적 합병증

당뇨병 환자 400만 명 시대. 국민 질병인 당뇨병은 질환 자체보다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그중 다리가 저리고 쑤시는 당뇨병성 신경 병증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다. 심하면 당뇨발,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으로 이어져 발을 절단할 정도로 심각하다.

당뇨환자에게 이러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혈액순환 장애와 혈관 속 높은 당 수치가 신경세포를 죽여 감각을 무뎌지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발에 감각 이상 정도를 느끼지만 차차 감각이 마비돼 상처가 생겨도 모른 채 방치하게 되고 이것이 염증으로 발전해 심해지면 절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의 자각증상이나 검사상 이상이 없더라도 상당수의 환자가 이미 발의 말단부 신경에 변화가 시작되며 자각증상이 있기 전이라도 말초 신경 이상을 더 일찍 발견할 수 있게 됐다.
[헬스 칼럼] ‘당뇨병성 신경 병증’ 조기 발견하려면?
당뇨병 환자의 말초신경 병증 검사는 기존에 팔다리 및 발목 부위의 근전도 검사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연구팀은 현재의 검사 부위에서 더 아래 부위인 발끝 부분에서 근전도 검사를 시행했다.

조사 대상은 건강한 성인 남녀 50명, 내당능장애(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지만 당뇨병으로 진단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은 상태) 49명, 당뇨병 환자 48명 등 총 147명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모두가 발 저림이나 통증 같은 자각증상이 없고 기존 검사에서 말초신경 변화 여부가 정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으로 검사한 결과 내당능장애 환자 16%, 당뇨병 환자는 41%가 신경 이상 소견을 확인했다. 그중 일부 환자를 2년 동안 경과 추적한 결과 이런 변화가 더 두드러지게 악화됐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 또는 고위험군에서 발끝 근전도 검사를 하면 보다 일찍 말초 신경 변화 징후를 포착할 수 있고, 이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훗날 당뇨발, 궤양 등 최악의 상황을 막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따라서 혈당이 높은 당뇨병 초기나 내당능장애라고 진단받은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안심하기보다 초기부터 당뇨병 전문의의 체계적인 진료와 주기적으로 신경 변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 연구는 미국당뇨병학회의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

당뇨병으로 인해 말초신경 변화가 진행되면 감각이 떨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후유증이 생긴다. 따라서 조기 검사와 함께 평소 엄격한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면 경미한 이상 소견이 완화되거나 회복될 수 있다. 내당능장애 환자는 신경 병증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

요즘처럼 기온이 높은 시기나 다가오는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당뇨발 궤양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발이 외부 자극에 쉽게 노출돼 다칠 위험이 늘어나고 무좀이나 피부 질환 등이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가벼운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좋다. 운동은 식사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가 가장 적당하고 공복 상태 또는 식전 운동, 늦은 저녁에 하는 운동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박근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