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위에서 올해 82위로 119계단 껑충 뛰어오른 금호타이어는 순이익 증가율이 1000%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경영 위기, ‘형제의 난’ 등을 겪은 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는 실적 개선과 함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순위 상승 폭이 큰 두 기업 모두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이목을 끈다. 삼성 계열사 약진, 해운·항공은 부진
신규 기업 중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돋보인다. 에스원(105위→90위), 호텔신라(121위→94위), 삼성정밀화학(103위→97위)이 100위권에 새로 진입한 것. 이들 기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호텔신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1.47%, 12.75%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무려 38.74%나 불어났다.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폭발적 실적을 기록하는 등 내년 성적도 기대되는 기업이다.
이 밖에 SK가스(114위→87위), (주)STX (117위→89위), 넥센타이어(124위→92위), LG패션(112위→93위), 한전KPS (106위→96위), 롯데칠성음료(135위→99위) 등이 10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음료 업계 절대 강자인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0.17%, 43.05%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52.60% 증가해 36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롯데칠성음료의 실적이 급상승한 것은 롯데주류 인수로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2010년 주식시장 신규 상장과 함께 100대 기업에 진입한 기업은 대한생명(21위)과 삼성생명(23위), 만도(64위), 코오롱인더스트리(65위)다. 생명보험 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은 신규 상장과 함께 나란히 100대 기업 상위권에 랭크돼 눈길을 끈다.
100위 밖으로 사라진 15개 기업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특히 부진했던 업종들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지난해 9위였던 LG디스플레이의 끝없는 추락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시가총액(25위)과 매출액(11위)은 상위권에 들었지만 991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448위로 추락했다. 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도 66위에서 500위로 떨어졌다.
대한항공(26위→462위)과 아시아나항공(68위→137위)의 수직 하락은 항공 업계의 불황을 보여주는 결과로, 대한항공 역시 시가총액과 매출액은 각각 72위, 25위를 차지했지만 항공 업계 침체 및 유류비 급증 등에 따른 3010억 원의 적자가 치명적이었다.
해운 및 조선 업계의 불황은 현대상선(28위→469위), 한진해운(41위→485위), STX팬오션(74위→409위), STX조선해양(87위→471위)의 순위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삼성SDI(52위→454위), 하나금융지주(57위→113위), 동국제강(69위→162위), GS(73위→126위), 금호산업(90위→539위), SK케미칼(93위→122위) 등이 10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이 중 금호산업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 무려 426계단 상승하며 순위 상승률 순위 2위에 올랐으나 1년 만에 다시 5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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