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CEO 분석

대한민국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그들은 누구인가. 한경비즈니스는 2012년 100대 기업의 CEO 프로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100명 CEO의 평균 나이는 58세였다. 50대가 60%를 차지했고 이어 60대는 31%, 40대는 8%에 불과했다.

올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지난해와 달리 여성 CEO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으로 100대 기업에 속한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은 유일한 여성이자 100명 중 최연소다. 이 사장은 1970년생, 42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은 2010년부터 호텔신라를 이끌고 있고 현재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삼성복지재단에서 근무했다. 호텔신라로 옮긴 것은 2001년으로 기획부 부장을 맡았고 2005년부터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이때부터 호텔 신라의 실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이 사장이 CEO에 오른 후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신성재(44) 현대하이스코 사장, 박지원(47)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가장 젊은 CEO 축에 속하는데 모두 재벌가 경영인이다. 신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부인 정윤이 씨)로 지난해 초 김원갑 부회장과의 현대하이스코 공동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에 올라섰다. 신 사장은 1998년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해 2001년 임원, 2002년 전무, 2003년 영업본부장 및 기획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계 사위 중에서도 초고속 승진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2 대한민국 100대 기업] 여성 CEO는 단 1명…올해 선임 22명
박 부회장은 두산가(家)의 4세 경영인으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2007년 두산중공업 CEO로 선임된 후 두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오다가 지난 5월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직함이 변경됐다. 그의 부회장 승진은 업무 영역 및 권한과는 별도로, 두산가 4세의 ‘비즈니스 패밀리’ 체제 돌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가 3세 중 3남인 박용성 회장과, 정지택 부회장 및 박지원 부회장이 최고 경영진을 구성해 왔다. 실제로는 박지원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경영활동을 주로 수행해 왔으며 부회장이 된 후에도 CEO를 계속 맡고 있다.



일명 SKY대 출신 비중 65%

전문 경영인으로는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가장 젊었다. 올해 48세인 김 대표는 1990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현대건설·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등 다양한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당시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 비서실 수행비서, 2007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비서실 실장 등 2대에 걸쳐 오너를 보좌했다. 그리고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취임했다.

반대로 최고령 CEO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으로 둘다 1944년생, 올해 68세다. 우리금융지주 이 회장은 1979년 한일은행 도쿄지점 근무로 금융계에 발을 들인 후 한빛증권·우리투자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코리안리재보험 박 사장은 행정고시(14회) 출신으로 재무부·통계청·재정경제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코리안리재보험 사장에 올라 13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0대 기업 CEO의 출신대학으로는 서울대 출신이 총 3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고려대 18명, 연세대 15명, 한국외국어대 7명, 성균관대 4명, 한양대·경희대 각 3명, 동국대·부산대·중앙대 각 2명 순이었다. 이 밖에 서강대·영남대·울산대·조선대·청주대·명지대·관동대 출신이 각 1명씩으로 조사됐다. 국내 100대 기업 CEO 중 ‘SKY’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다수를 차지했다.
[2012 대한민국 100대 기업] 여성 CEO는 단 1명…올해 선임 22명
한편 해외 대학 출신은 5명이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주)두산의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이 매캐나 칼리지 경제학과, 나세르 알마하셔 에쓰오일 대표가 이스턴미시간대 화학과,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대표가 캘리포니아루터대 경영학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터프츠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전공별로는 경영학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학·전기공학이 각 8명, 경제학·화학공학이 각 7명, 행정학 5명, 정치외교학·금속공학이 각 4명으로 집계됐다.

100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단일 학교 단일 학과는 연세대 경영학과로 나타났다. 총 6명의 CEO가 이곳 출신이다. 즉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 백우석 OCI 대표이사가 직속 선후배 사이다. 뒤를 이어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총 5명으로 김신 현대증권 대표이사, 정헌 SK가스 사장, 이현봉 넥센타이어 부회장, 강유식 (주)LG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이다.

외국인 CEO는 지난해 3명에서 올해 2명으로 줄었다. 올해 에쓰오일의 수장을 맡은 나세르 알마하셔 대표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이자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람코에서 22년간 근무했다. 그는 정제 부문 글로벌 책임자로서 정유 시설 현황과 내수·해외 판매, 전략적 비축 계획 등을 파악해 ‘제품 공급 최적화 시스템’을 운영했다.
[2012 대한민국 100대 기업] 여성 CEO는 단 1명…올해 선임 22명
외국인 CEO는 단 2명 불과

또 다른 외국인 CEO는 제임스 비모스키 (주)두산 부회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14년에 걸쳐 아시아 지역에 몸담그면서 한국 경제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고 맥킨지한국 서울 지사장과 싱가포르 지사장을 지낸 뒤 말레이시아의 서던뱅크 수석 부행장을 거쳐 (주)두산에 입성했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24년간 컨설팅 업계에서 일해 왔고 1992년부터 6년간 맥킨지에 몸담았다. 그는 맥킨지 시절인 1998년 두산의 오비맥주 매각 등을 주도했고 두산에서도 삼화왕관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올해 대표 자리에 선임된 신인 CEO는 100명 중 22명이었다. 2년 차가 21명, 3년 차가 18명, 4년 차가 12명, 5년 차가 7명, 6년·7년 차가 각 3명, 8년 차 4명, 9년 차가 1명, 10년 이상이 9명이었다. 최장기 집권 CEO는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으로 1996년 사장직에 오른 이후 17년 차다. 최 회장은 창업주 고(故) 최기호 회장의 3남으로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과 차남 최창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형제 경영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