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아리도 스펙이다. 이력서를 쓰다 보면 동아리 경험을 쓰는 공간이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원자가 어떤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궁금해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동아리 범위에 한계가 없다.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경우는 아주 많다.

특히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강의실 밖에서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 바로 전공 학회(전공 동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회를 통해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을 더 깊이, 더 다채롭게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학회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막강한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학회의 경우 선배와의 교류를 통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홍익대 영어영문학과 원어연극학회
H.E.L.P(Hongik English Literature & Play)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장 최성준(홍익대 영어영문 4)
창설연도: 1983년
주요행사: 원어 연극 공연 매년 3회 개최
회원 수: 재학생 40여 명(연출진, 배우, 무대팀, 음향팀, 조명팀, 자막팀, 분장팀, 의상팀, 소도구팀, 대도구팀 등 포함)

H.E.L.P만의 매력은?

교수님들과 함께 모든 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올해 30주년 전통을 자랑하는 학회인 데다 졸업 논문과 직결되다 보니(홍익대 영어영문과는 지도교수가 제시한 연극 관련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답으로 제출하는 페이퍼 형식으로 졸업 논문을 쓴다.)

다른 학회에 비해 교수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학회로는 유일하게 지도교수가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도교수가 아니라도 ‘교수님 리허설’이라는 기회를 통해 개선 방안을 제시해 주시기도 한다. 방학을 반납하고 연습을 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회원들 사이에 정이 돈독하다. 공연이라는 명확한 결과물이 있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30년의 전통이 느껴지는 때는?

선배들의 확실한 지원과 결속력을 확인할 때. 매해 원어 연극 공연을 위해 동문 선배들이 지원금을 모아 보내준다. 고생한다며 밥 한 끼라도 더 챙겨 먹이고, 뭐 도와줄 일 없나 물어보기도 한다. 교수님들 역시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한다.

매년 하는 행사라 귀찮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보고 평가해주시는 모습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다. 여러 학회를 동시 활동하는 회원들도 공연을 앞둔 여름방학에는 원어연극학회를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인다.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 활동을 하면서 얻는 것은?

2008년에 배우로 참여했을 때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조명을 받고 박수를 받을 때의 기분은 환상적이었다. 연기를 해보니 낯선 사람에게 말 붙이는 게 편해졌고, 원어 연극이라 발음 교정을 받다 보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았다.

올해 처음으로 연출자로 참여했는데 이번엔 ‘연극이란 게 참 어렵다’고 느꼈다. 한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한 연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정(情)이다. 연극 뒤풀이를 할 때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전공 학회, 이래서 좋다!

소속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일반 동아리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친해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공 학회는 이미 하나의 학과에 소속된 사람들이므로 소속감을 가진 상태에서 출발한다. 또 전공 수업을 같이 듣고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학회 활동 외에도 만날 기회가 많다.

일반 동아리에서 갈등이 생기면 동아리를 탈퇴하면 끝이지만 전공 학회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함께 갈등을 풀기 위해 더 노력한다. 또 일반 동아리는 공식적인 지원 루트가 없어서 스폰서나 졸업한 선배들에게 의지하기도 하지만, 전공 학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학과 선배들이나 학과 차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한국외대 일본어학부 학회
나나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장 정호진(한국외대 일본어 3)
창설연도: 1977년(77년에 설립됐다는 이유로 ‘나나’. 일본어로 ‘나나’는 숫자 7이다.)
주요행사: 일일호프, 나나 선배님 찾아뵙기, 나나인의 밤
회원 수: 1기부터 34기까지 300여 명

나나만의 매력은?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선후배 관계를 첫손에 꼽고 싶다. 35년 전통이 있는 학회라 선배들과의 나이 차가 크지만 부드러운 관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선배라 해도 오빠 또는 누나라고 부르는 식이다.

또 매주 모여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강의 내용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자발적인 일본어 향상을 꾀하고 있다. 회원들의 외모가 출중하기로 유명한 학회라는 점도 빼먹지 말아야 할 사실!


35년의 전통이 느껴지는 때는?

1기부터 34기까지 모든 기수가 한자리에 모일 때. 선배들이 취업 정보를 알려주거나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소중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나에는 일종의 전통이 있는데, 새내기 회원은 뒤풀이 회비가 무조건 공짜라는 것.

선배들이 모든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선배의 사랑을 계속 이어간다는 취지인데, 그 덕분에 사랑을 받은 후배는 이후 자신의 후배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베풀게 된다.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 활동을 하면서 얻는 것은?

대학 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이 최고의 학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돈 주고도 못 살 인맥을 가족과 같은 존재로 얻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큰 행사를 학회원들과 함께 치르고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더욱 관계가 돈독해진다. 학회 활동을 하며 작지만 엄연한 ‘사회’를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전공 학회, 이래서 좋다!

전공 학회는 배움의 장이다. 전공 관련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주목적이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모이는 시간을 정해놓고 함께 모여서 공부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해서 목표량을 채워야 비로소 놀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놀면서도 마음이 뿌듯한 경험을 한다. 공부하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 날린 뒤에는 또다시 다음 공부를 위한 준비를 한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영상학회
틀만들기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장 변재영(중앙대 신문방송 2)
창설연도: 1993년
주요행사: 틀만들기의 밤(졸업생과 재학생이 모여 영상을 감상하는 자리)
회원 수: 290여 명(졸업생 포함)

틀만들기만의 매력은?

틀만들기 출신 중 방송국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많고, 재학생들의 실력도 높다고 자평한다. 2011년엔 삼성커뮤니케이션 멤버십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에서 베스트 커뮤니케이터(Best Communicater)상을 수상했고, SBS 파워FM에서 개최한 ‘두시탈출 컬투쇼 UCC 콘테스트’에선 본선 진출작 10작품 중 3작품이 틀만들기에서 출품했다.

대상도 우리가 차지했다. 영상 관련 아르바이트 제의도 많이 받는데, 간단한 작업부터 고임금의 기업 일까지 다양하게 하고 있다. 능력 있는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학회다.


20년의 전통이 느껴지는 때는?

명성만 듣던 높은 기수의 선배들을 술자리에서 만날 때. 위아래로 폭넓은 만남이 가능해서 좋다. 졸업한 뒤에도 학회에 대한 애정으로 행사가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전통이 있으니 능력있고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학회에 대한 애정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전통의 막강 학회 열전] 수십 년 전통은 기본 성적 ‘쑥쑥’ 선후배 관계 ‘끈끈’
학회 활동을 하면서 얻는 것은?

촬영이나 편집 같은 과정과 기술을 처음으로 직접 접한 곳이 전공 학회였다. 전공 수업에서 영상물을 과제로 내야 할 때면 학회에서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은 것인지, 왜 그렇게 찍었을지 고민도 해보고 더 흥미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후배 사이를 돈독하게 다졌다는 것도 큰 자산이다. 관심사가 비슷한 데다 같은 과, 같은 학회를 하다 보니 서로 챙겨주게 된다. 선배들한테 배운 것들을 나중에 후배들에게 베풀고 싶다.


전공 학회, 이래서 좋다!

일반 동아리보다 선후배 간 교류가 활발하고 결속력이 강하다. 동아리 일로 만나도 후배가 선배에게 전공과 관련된 사항을 물어볼 수 있다. 이중으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속력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글 이시경 인턴 기자 ckyung@kbizweek.com│사진제공 각 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