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내 일

채용설명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대기업의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9월이면 100~200개 대기업 및 해당 계열사, 해외 유명 기업 등이 취업·채용 박람회에 참여한다. 서울대에서 지난 9월 4일부터 개최한 채용박람회에는 무려 186개의 기업이 몰리기도 했다.

반면 지역 대학의 채용박람회를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찾는 경우는 드물다. 부산대와 조선대, 동아대 등 지역 주요 대학의 채용박람회 참여 기업도 20~50곳에 그칠 정도다. 이마저도 인사담당자가 직접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 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다 보니 10년 사이 대기업에 입사한 지역 대학 졸업생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매년 취업 시즌이면 지역 대학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한 행사가 열려 화제다. 지난 9월 3일부터 11일까지 하반기 공채를 앞둔 4대 대기업이 직접 지방을 찾아 채용설명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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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아닌 실력 보는 ‘열린 채용’ 지역 숨은 인재 찾기,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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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화 기업과 대학의 만남

고용노동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주최하고 현대자동차, LG, SK, 롯데그룹 및 계열사가 참가하는 ‘지역 인재를 찾아가는 대기업 채용설명회’에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직접 참여했다.

9월 3일 첫날 대구를 시작으로 5일 대전, 6일 부산, 10일 광주를 직접 방문했다. 이번 채용설명회는 학력보다 실력을 우선시하고 수도권과 지역 대학에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현대자동차(울산), LG전자(광주) 등 지역별로 특화된 대기업 채용 수요 및 산업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기업의 인재상, 채용 일정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박람회장에 마련된 각 기업의 지역 계열사 상담 부스에서는 채용과 관련한 즉석 상담도 이루어졌다.



5000여 명의 학생 몰린 대구 영남대, 생생한 입사 성공기를 소개한 대전 충남대

9월 3~4일 이틀간 대구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첫 번째로 진행된 채용설명회에는 하루 평균 5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등 취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각 기업 그룹 및 계열사 인사담당자들은 기업 내 젊은 직원들을 위한 제도 등을 소개하고, 면접 시 면접관들이 원하는 답변 등 평소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대전 충남대 정상화홀에서 5~6일 진행된 채용설명회에서는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 방식, 면접 계획뿐만 아니라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SK건설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기업 입사 방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설명회에 참여한 박주현(영남대, 24세) 씨는 “대기업 입사 자격 요건이 궁금하던 차에 수도권이 아닌 대구 지역에 취업설명회가 열려 ‘기업의 생산관리 분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민감할 수 있는 연봉에 관한 궁금증도 속 시원히 해결돼서 좋았다”고 밝혔다.
스펙 아닌 실력 보는 ‘열린 채용’ 지역 숨은 인재 찾기,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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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입사원의 하루를 알려준 부산 부산대, 일자리 찾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한 광주 조선대

9월 6~7일 부산 전역의 대학생 2000여 명이 다녀간 부산대 채용설명회에서는 각 기업의 지역별 채용 수요와 지역 산업 정보를 집중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6일 진행된 그룹 계열사 상담 부스에는 하반기 공채 정보를 알기 위해 많은 학생이 몰리는 등 채용설명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부산대 4학년 김 모 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이날 대기업 채용설명회에서 평소 관심 있던 그룹의 인사담당자와 직접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설명회 이틀째인 7일에는 지난해 SK C&C 공채에 합격한 조성규 신입사원이 자신의 ‘입사 성공기 및 신입사원의 하루’ 특강을 진행해 생생한 취업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역 인재를 찾아가는 대기업 채용설명회’의 마지막 일정은 10~11일 광주 조선대 해오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10일 행사에는 롯데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사담당자가 참석해 채용 방식, 일정 등을 소개하고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11일에는 LG그룹과 SK그룹의 채용설명회가 열렸으며, 해오름관 대공연장 1층 로비에 LG그룹과 SK그룹의 해당 지역 계열사 상담 부스 9개를 설치해 학생들에게 생생한 취업 정보를 제공했다.

전경련이 지난해 20개 주요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 2만5751명 중 42%인 1만885명이 지방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번 채용설명회를 주최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학벌이 아닌 능력을 보는 ‘열린 채용’이 화두가 되면서 대기업이 점차 지역 대학생들에게 채용의 문을 열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채용설명회가 지방대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고, 향후 지방 채용설명회를 자주 열어 지역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펙 아닌 실력 보는 ‘열린 채용’ 지역 숨은 인재 찾기,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제공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