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러스는 포드의 베스트 셀링 모델이자 아메리칸 대형 세단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다. 1985년 첫 출시 이후 2011년까지 900만 대 이상 판매된 히트 모델이다. 유럽 대형 세단의 우아함, 일본 차의 몸에 착 감기는 편안함과는 차이가 있는 미국 차만의 중후함과 무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모델이 바로 토러스다.

디자인부터 웅장하다. 토러스의 5m가 넘는 거대한 차체 사이즈는 옆에 그 어느 차가 있건 왜소하게 만든다. 그릴·범퍼·보닛·헤드램프의 굵직한 선은 운전자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마력을 갖고 있다. 토러스의 도어는 마치 대형 금고의 문처럼 두껍고 육중하다.

토러스의 도어를 옆에서 살펴보면 3중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두께가 20cm에 가깝다. 이 안에서 운전한다면 외부의 어떤 충격에도 자신을 지켜줄만한 튼튼함에 믿음이 간다. 뒷부분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테일램프가 깔끔하다.
[카&라이프] 포드 토러스 3.5, 도로 위 ‘아메리칸 뷰티&파워’ 과시
위압감을 주는 외관과 달리 금고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부드러운 인테리어와 마감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화사한 느낌의 가죽 시트와 함께 센터패시아의 디지털 컨트롤 버튼들은 럭셔리 대형 세단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하자 토러스의 진가가 발휘된다. 3.5L V6 Ti-VCT 엔진은 이 육중한 차를 미끄러지듯이 흘러가게 하기에 충분한 힘을 보인다. 정속주행뿐만 아니라 급가속하더라도 큰 배기량에서 나오는 토크가 정숙하고 여유 있는 운전을 보장한다. 후륜구동인 만큼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코너링을 부드럽게 해주는 토크 벡터링 컨트롤(Torque Vectoring Control)과 커브 컨트롤(Curve Control) 기능을 더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 점도 인상적이다. 토크 벡터링 컨트롤 기능은 코너를 돌 때 앞쪽 휠 안쪽에 미세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또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커브 길에 진입하면 커브 컨트롤 센서가 이를 파악하고 브레이크를 잡아준다.

여기에 ‘액티브 니블 컨트롤’이라는 포드의 신기술도 승차감 향상에 한몫했다. ‘니블’은 바퀴의 불규칙적인 진동을 뜻하는데, 이는 직진 주행 때 핸들을 통해 전달된다. 포드의 액티브 니블 컨트롤은 EPAS(전자식 파워 보조 스티어링) 모터 내에 토크 센서를 넣어 진동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차체는 노면을 적게 타고 운전자는 편안하게 핸들을 잡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2013 Ford Taurus SEL. (07/09/12)
2013 Ford Taurus SEL. (07/09/12)
편의 장치를 하나하나 체험하는 건 토러스를 타면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늦은 밤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다 우연히 발견한 오토 하이 빔 기능은 꽤 편리한 기능이었다. 전방에 차가 없을 때 자동으로 하이 빔이 됐다가 전방에 다른 차가 등장하면 알아서 램프를 낮추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달 밝은 가을밤의 주행과 어울리는 음악이 더욱 가슴 사무치게 하는 390와트 12개 스피커를 갖춘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도 토러스의 자랑이다. 7개의 공기쿠션으로 시트의 곡면을 조절하면서 운전자를 마사지 해주는 액티브 모션 기능, 자동 주차 기능 등을 모두 체험하기에 시승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연비는 리터당 9.73km로, 기존 3.5 엔진에 비해서는 연비가 리터당 0.85km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토러스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좀 더 향상된 연비와 터보엔진의 박진감을 원한다면 지난 9월 상륙한 2.0 에코부스트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토러스 3.5의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3875만~4455만 원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