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헌의 리더의 스피치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면 그 사람의 반응에서 서로 통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어쩜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시네요. 혹 방부제라도 드세요?”라고 유머를 던졌다고 하자.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헉! 들켰네요”라고 반응하며 웃을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아니 이렇게 받아치는 능력이 없더라도 유쾌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에이 저보다 더 좋은 것을 드시나 봅니다. 여전히 멋져요”라고 두 배의 칭찬을 건네기도 한다.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사람은 상대가 방부제 드시냐고 농을 건네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방부제를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밥 잘 먹고 운동하면 그게 비결이겠지요”라는 정확한 답을 건넨다. 아주 바른말이지만 더 이상의 대화 무드는 조성되지 않는다.

말의 능력은 지식이나 교양에 의해 좌우되지만 말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사회지능(SQ)이다. 상대가 던진 말이 유머인지 불평인지 아니면 부탁을 하는 상황인지 가늠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응답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리더가 부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하가 건넨 말에 가장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면 그 어떤 말보다 더 높은 호감과 설득력을 갖게 된다.

“부장님 이번 팀 워크숍은 A리조트로 할까요. 거기가 교육장 분위기가 좋더라고요”라는 말에 “에이 놀기도 좋아야지”라고 말하라. 뭔가를 아는 리더라고 느끼면 워크숍은 즐거워진다.

“상무님 오늘 매신 넥타이 정말 감각적인데요”라는 말에 “내가 김 차장 자네만큼 멋있어지려고 엄청 노력한다고”라고 화답하면 분위기가 훈훈해질 것이다.

어떤 리더들은 부하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 따로 날을 잡아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어색한 대화보다 평소 상대의 말에 위트 있게 대답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부하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 가지 기술 - 응답하라 리더여! 반응도 실력이다
응답의 기술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무드 이어가기’ 기법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유머러스한 말은 그대로 유머러스하게 받아치고 칭찬은 그대로 칭찬으로 이어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반전의 기술’이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대답으로 분위기를 보다 즐겁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넥타이가 멋지다는 말에 “멋지죠? 제가 거울 보고도 놀래요”라고 천연덕스럽게 칭찬을 받아들이는 기술이다. 또한 부하가 흥분해 긴급하게 전달하는 내용에 오히려 침착하게 응답함으로써 리더의 내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부장님 큰일입니다. 거래처에서 마감 날짜를 못 지킨다네요”라는 말에 흥분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덤덤하게 이렇게 말해보라. “그래요? 규모를 줄이거나 단계별로 납품하는 건 가능한지 그쪽과 이야기해 보고 합의점을 찾아봅시다”라고 한다면 작은 것에 흥분하던 부하도 보고 배울 것이다.

세 번째 응답의 기술은 ‘촉(觸)을 살리는 방법’이다. 이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동물적 감각을 말하는 것으로, 부하 직원의 말에 숨겨진 내면의 심리를 끄집어내 응답하는 기술을 말한다.

“부장님, 제가 A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B를 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한다면 부하의 안색을 살펴라. “혹시 개성이 강한 김 과장과 부딪쳐서 그런가요. 그렇다면 내가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해보라. 부하가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일이 힘이 되고 즐거워야 한다. 진정 통(通)하려면 응답의 테크닉을 익혀라. 그것도 실력이고 리더십이다.
부하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 가지 기술 - 응답하라 리더여! 반응도 실력이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