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박원재·류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2013년 대한민국 IT 전성시대의 개막’을 선정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대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국내 IT 업종은 세계 경기 부진과 애플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2012년 놀라운 경쟁력 강화를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 시장 1위의 효과가 후방 산업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부품 산업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한국의 부품이 없다면 제품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2013년은 IT 제품의 하드웨어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스마트폰에서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가 본격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두 가지로 예상된다. 하나는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채택으로 하드웨어의 변화를 준비할 것이다.

둘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출시다. 물론 OLED TV가 매출액 및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차세대 TV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2013년 대한민국 IT 전성시대의 개막, IT 제품 하드웨어 변화 ‘ 본격화’
한국 IT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 때문이다. IT 제품의 수명은 보통 S자 모양의 곡선을 그린다. 초기 시장 침투율은 서서히 증가하지만 점차 가속이 붙어가며 정점에 다다른다. 반면 수익성은 정확히 반대다. 초기 시장 침투율이 낮을 때는 수익성이 매우 높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며 4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확보한 게 그 예다.

그러나 모든 IT 제품은 초기 시장을 지나면 다양한 참여자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확대되지만 수익성은 낮아진다. 바로 지금 스마트폰 시장과 같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제품의 대응력이다. 즉 누구나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면 누가 더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2013년 대한민국 IT 전성시대의 개막, IT 제품 하드웨어 변화 ‘ 본격화’
서플라이 체인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플라이 체인이 확실하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TV를 만들고 부품은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며 부품을 만드는 재료는 제일모직이 뒷받침한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가 부품을 담당하고 LG화학이 주요 전자재료 공급원이다.

반면 애플은 뛰어난 창의력과 품질관리가 강점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폰·아이패드·아이튠즈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애플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애플은 폭스콘에 외주를 맡겨 제품을 만들고 부품은 한국·일본·대만 것을 쓴다. 이런 사업 구조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제품을 가지고 있을 때 큰 힘을 낸다.

그러나 제품의 침투율이 높아지며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제품’이 되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소니가 그 예다. 소니는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브라비아 TV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IT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제품들이 보두 범용화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장을 빼앗겼다. 소니의 사업 구조는 애플과 비슷하다. 물론 생산은 자체적으로 하지만 부품과 전자재료는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한다.

한국의 IT 산업은 전방 산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전자 부품, 전자재료 산업의 성장이 이어지고 이로 확보된 후방 산업의 경쟁력이 다시 세트(휴대전화 및 TV 등)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