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헌의 리더의 스피치

작가 이외수 씨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백수시절엔 제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더니 직장을 가지니 집에 있던 시절이 좋았다고 회상하는 마누라, 그때는 비위를 맞추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알겠다. 여자의 모든 변덕은 사랑해 달라는 말과 동일하다.”

아내가 남편에게 출퇴근하라거나 집에 있으라는 말은 표면적 요구다. 그런데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도 남들처럼 남편을 출근시키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여자로서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내재적 요구가 담겨 있다. 단지 돈을 벌어오라는 말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너무 바쁘니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역시 표면적 요구 사항이다. 내재적인 요구는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디 여자의 마음만 그러할까. 부하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을 핑계 삼아 상사에게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내보지만 결국 속마음은 ‘나를 인정해 주세요’다. 리더가 부하와 대화할 때 가장 본질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부분을 묵과한다면 시간만 길어지고 대화는 실패하고 만다.
[리더의 스피치] 상대에게 힘이 되는 말,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재된 욕구를 찾아라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경쟁사에서 새로 영입된 김 차장은 오자마자 첫 프로젝트에서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실패를 인정하려니 영 억울하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 회사의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느니 다른 부서와 협력이 잘 안 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팀원들은 그런 김 차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들어온 주제에 자신들이 애써 만든 시스템을 탓하고 부족한 실력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팀의 책임자인 박 이사가 김 차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가진 불만의 근저에는 자신이 전문가라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깊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 이사는 팀 전체를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스템의 문제이건 김 차장의 실수이건 그것은 나중 문제고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김 차장의 도움이 가장 필요합니다. 최고의 전문가인 만큼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면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 차장이 실수했다면 이번은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 줄 기회다. 처음부터 실수가 없었더라도 현재 회사의 정신적 지지에 다시 한 번 직장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을 것이다. 일이 틀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부하의 내재적 욕구를 발견하고 인정해 준다면 상사는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부장님, A와는 도저히 같이 일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에 교훈적인 이야기는 삼가라. “다 같이 조금씩 양보해 일해야지, 서로 자기 욕심만 부리면 어떡하나?”라는 말보다 “자네가 일에 대한 기준이 완벽해 스트레스 받는 건 내가 잘 알지. 하지만 자네가 거기 있어줘야 일이 제대로 풀린다네. 도와 줄 수 있겠나?” 라고 하면 문제 해결이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숨겨진 의도가 있을 때 만약 그것이 나쁜 것이면 우리는 아주 빨리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의도는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자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촉이 느려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성장과 행복에 관심을 갖는 리더라면 당연히 이러한 의도를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너그러움과 지혜로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윗사람의 아량이고 그릇의 크기다. 진정한 리더는 상대를 힘나게 하는 좋은 선물거리를 빨리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리더의 스피치] 상대에게 힘이 되는 말,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재된 욕구를 찾아라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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