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싱크탱크는 어디일까. 한경비즈니스가 각 분야 전문가 181명에게 물었다.

이를 토대로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여성·노동, 환경 등 5개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연구소 100개를 가려 뽑았다. 2008년 시작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선정은 올해로 다섯 번째다.

싱크탱크는 지식과 정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한국 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강력한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대한민국판 브루킹스, 100대 싱크탱크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는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여성·노동, 환경 등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매긴 점수를 기준으로 전체 연구소를 한 줄로 세우고 이 가운데 상위 100개를 가려낸 것이다. 경제·산업은 상위 40위, 정치·사회는 상위 25위, 외교·안보는 상위 15위, 여성·노동과 환경은 상위 10위까지 100대 싱크탱크에 들어간다.

설문 평가 항목은 ▷영향력 ▷연구의 질 ▷연구 역량 등 3가지다. 각 항목별 최고의 싱크탱크 10개를 순서대로 답하도록 한 다음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했다. 최종 순위는 이렇게 산출한 항복별 추천 점수를 더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정렬한 것이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대한민국판 브루킹스, 100대 싱크탱크
정부 연구소 이례적 강세

조사 대상은 현재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각종 연구소를 모두 포함한다. 정부 연구소와 정부 출연 연구소, 기업 연구소, 업종 단체 및 협회 부설 연구소, 대학 연구소, 정당 및 사회단체 부설 연구소, 순수 민간 연구소가 모두 해당된다. 설문 항목에서 ‘영향력’은 의제 설정 능력, 언론 활동, 정책 영향력 등을 말한다. ‘연구의 질’은 연구의 전문성·객관성·신뢰성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역량’은 연구원의 전문성, 네트워크, 연구원 수 등을 뜻한다.

올해 최대 이변은 경제·산업 분야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삼성경제연구소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이다. KDI는 2008년 1회 조사 때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 밀려 줄곧 2위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대외적 영향력’은 삼성경제연구소에 뒤졌지만 ‘연구 보고서의 질’과 ‘연구 역량’에서 앞서며 1위에 등극했다. 정부 연구소의 ‘맏형’이라는 자존심을 5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

여성·노동 분야도 1위가 바뀌었다. 작년 3위였던 한국노동연구원이 두 계단 뛰며 1위를 차지했다. 노동연구원은 2009년 연구원 노조와 갈등을 빚던 전임 박기성 원장이 사임한 이후 장기간 원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는 파행을 겪어 왔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실시한 연구 기관 평가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인재 인천대 교수가 10대 원장에 취임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환경 분야 역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국립환경과학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면 외교·안보 분야는 올 초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이름을 바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지난해에 이어 선두 자리를 지켰다. 정치·사회 분야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조사 대상 5개 분야 중 절반이 넘는 3개 분야에서 1위가 새 얼굴로 바뀌었다.

올해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연구소의 강세다. KDI가 맞수인 삼성경제연구소를 제치고 5년 만에 1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경제·산업 분야 ‘톱 5’에는 삼성경제연구소(1위)·LG경제연구원(3위) 등 기업 연구소 두 곳이 들어갔지만 올해는 삼성경제연구소(2위) 한 곳만 살아남았다. 빈자리를 정부 연구소가 채웠다.

이런 추세는 100대 싱크탱크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한층 분명해진다. 100대 싱크탱크 중 정부 연구소가 작년과 비교해 3개(38개→41개), 민간 연구소 2개(25개→27개), 대학 연구소가 1개(7개→8개) 늘어났다. 반면 공공 연구소는 4개(17개→13개), 기업 연구소는 2개(13개→11개) 감소했다.

100대 싱크탱크는 대한민국의 지식 지형도를 보여준다. 100대 싱크탱크의 평균 모델은 ‘1988년 설립, 연구원 73.8명’인 연구소다. 수백 명의 연구원을 둔 정부 연구소들이 대거 포함돼 평균 연구원 수가 다소 많게 나왔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연구소가 압도적이다. 90%가 서울에 있으며 경기도 6개, 부산 1개(국립수산원), 인천 1개(국립환경과학원), 제주 1개(제주평화연구원), 충북 1개(국립보건연구원) 등이다. 내년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되면 이러한 지역 편중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종시 이전 대상 연구소에서 인력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소의 세종시 이전이 싱크탱크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