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89호 (2012년 12월 10일)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경제·산업 “KDI 5년 만에 첫 1위…국책 연구소 ‘ 강세’”

기사입력 2012.12.13 오후 02:10

경제·산업 분야는 100대 싱크탱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100대 싱크탱크’ 중 경제·산업에 배정된 자리는 모두 40개다. 전문가 평가에서 상위 40위 안에 들어야만 100대 싱크탱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도 90개가 넘는 연구소들이 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올해는 국책 연구소의 ‘맏형’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처음 100대 싱크탱크 조사를 시작한 이후 5년 만에 선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반면 4년 연속 1위를 지킨 삼성경제연구소는 2위로 순위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3개 평가 항목 중 ‘대외적 영향력’은 삼성경제연구소(600점)가 KDI(548점)를 앞섰지만 ‘연구 보고서의 질(KDI 557점, 삼성경제연구소 506점)’과 ‘연구 역량(KDI 595점, 삼성경제연구소 541점)’에서 KDI가 삼성경제연구소를 따돌렸다.


16개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내년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 지난 11월 2일 세종시에서 열린 KDI 신청사 기공식.

16개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내년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 지난 11월 2일 세종시에서 열린 KDI 신청사 기공식.


현대경제연구원, 기업 연구소 ‘빅3’ 복귀

현오석 KDI 원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다양한 정책 제안을 통해 나름대로 방향타 역할을 한 것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KDI는 2009년 현 원장 취임 이후 국제개발협력센터를 개설해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해외에 전파하는 등 ‘글로벌 싱크탱크’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DI 포커스’ 발행 등 시의성 있는 정보 제공과 연구 성과의 효율적인 확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위를 차지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부진 원인으로 극심한 경기 불황을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 류한호 전무는 “워낙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들의 컨설팅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대응하다 보니 외부로 공개되는 연구 보고서의 수가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제·산업 분야 싱크탱크는 국책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가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KDI·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소 ‘빅3’와 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소 등 기업 연구소 ‘빅3’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조사에서 KDI(2위)·대외경제정책연구원(4위)·산업연구원(5위)과 삼성경제연구소(1위)·LG경제연구원(3위)·포스코경영연구소(8위)가 상위권에 나란히 포진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이 구도가 깨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위로 밀렸고 LG경제연구원은 6위로 순위가 3계단 하락했다. 작년 8위였던 포스코경영연구소도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업 연구소의 전반적 부진 속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약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12위에서 올해 10위로 순위가 2계단 뛰며 기업 연구소 ‘빅3’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다.

빈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국책 연구소들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3위)·대외경제정책연구원(4위)·산업연구원(5위)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순위 급등이 도드라진다. 1973년 한국은행 조사1부 내의 특수연구실로 출발했으며 지난해 현재 명칭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 선임연구위원에서 자리를 옮긴 최운규 원장이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금융사 연구소 중에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16위)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그 뒤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19위)·농협경제연구소(35위)·산은조사분석부(36위)·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36위)·IBK경제연구소(38위)가 이었다.

순수 민간 연구소 중에서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15위)이 선두를 차지했다. 이어 산업정책연구원(21위)·경제개혁연대(24위)·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29위)·한국소비자연맹(33위)·세계경제연구원(38위)·시장경제연구원(40위)순이었다. ‘경제 민주화’가 한 해 동안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지만 관련 시민 단체 연구소들의 순위는 대체로 큰 변화가 없었다. 경제개혁연대(27위→24위)는 순위가 뛰었지만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21위→29위)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국내 싱크탱크 중 매우 독특한 존재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68년 설립돼 역사가 오래된 연구소 중 하나다. 오늘의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을 탄생시킨 주역은 백영훈 현 원장이다. 80이 넘는 고령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 원장은 대한민국 경제학 박사 1호다. 6·25전쟁이 정전된 후 이승만 정부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선발한 국비 유학생에 뽑혀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29세에 중앙대 교수가 됐지만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경제정책 판단관이라는 직함으로 서독 차관 협상을 이끌었고 그 후 대통령 경제고문, 경제개발계획 자문위원장 등으로 활약했다. 1968년 백 원장이 설립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초기부터 정부 연구 용역을 활발하게 수행했다. 현재 산업경제연구본부·지역개발본부·경영개발본부·경영기술정보본부·산업교육본부 등을 두고 있다.

21위에 오른 산업정책연구원도 눈길을 끈다. 1993년 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주도해 설립됐으며 국가 경쟁력 순위와 국가 브랜드 가치 평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연구원에서 운영하던 교육 프로그램을 떼어내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을 설립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경제·산업 “KDI 5년 만에 첫 1위…국책 연구소 ‘ 강세’”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경제·산업 “KDI 5년 만에 첫 1위…국책 연구소 ‘ 강세’”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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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12-14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