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올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15가지 뻘짓.

최근 블로그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뻘짓’이란 사투리를 쓴 게 걸리지만 황당하면서도 구경꾼으로선 재미있기도 해 일부러 이 단어를 썼습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실리콘 앨리 인사이더가 15가지 실수를 소개했는데 그중에서 몇 가지만 간추렸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이어서 ‘뻘짓’에 얽힌 사연과 배경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불명예 15위는 미국 TV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의 이해하기 어려운 트윗입니다. 윈프리는 11월 18일 트위터에 ‘서피스를 좋아하게 됐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12개를 샀다’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서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신제품입니다. 그런데 윈프리의 트윗에는 애플 아이패드에서 트윗을 날렸다는 증거가 남았습니다. 일부러 그랬는지, 실수한 건지….

불명예 13위 ‘블랙베리 10’은 IT 바닥에서 속전속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줍니다. 블랙베리는 캐나다 림(RIM)의 스마트폰 브랜드죠. 아이폰이 나오기 전엔 북미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혔죠. 그런데 림은 아이폰에 맞설 신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했고 블랙베리 10을 지난해 내놓겠다고 했다가 금년 봄으로, 가을로, 이젠 내년 1월로 미뤘습니다. 이렇게 하는 동안 림의 주가는 곤두박질했습니다.

구글도 실수를 했습니다. ‘구글 넥서스Q’가 9위에 꼽혔습니다. 구글은 6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넥서스Q를 공개했습니다. 볼링공처럼 생긴 제품인데 구글은 ‘소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라고 소개했습니다. 소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휴대용 스피커인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이걸 선물로 나눠줬는데 끝내 상용화되지 못했습니다.

소셜 게임 1위 업체인 미국 징가는 8위와 5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8위는 ‘드로섬싱 인수’. 드로섬싱은 그림을 보고 단어를 맞히는 모바일 게임으로 한때 인기가 대단했죠. 징가가 현금 2000억 원이나 주고 인수했는데 인수하자마자 인기가 식고 말았습니다. 징가의 기업공개는 불명예 5위로 꼽혔습니다. 징가는 작년 말 주당 15달러에 주식을 상장했죠. 그런데 악재가 겹쳐 주가가 2달러대까지 곤두박질했습니다.
대박보다 불명예가 두드러진 2012년 IT 업계 “애플·구글·야후…너도나도 실수 연발”
불명예 4위는 ‘애플지도’입니다. 저는 이것을 1위로 꼽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천하의 애플이 형편없는 지도를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해 내놓았습니다. 다리가 끊기고 고속도로가 엿가락처럼 휘고…. 구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이폰에서 구글지도를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점, 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수 중의 실수였습니다. 결국 책임자인 스콧 포스탈 부사장이 쫓겨났죠.

불명예 3위는 페이스북 기업공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구글도 잡아먹을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혔죠. 그러나 기업공개 후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 아직은 모바일에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 반 토막’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불명예 1위는 ‘야후의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CEO) 임명’. 야후가 CEO로 임명한 인사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들통 나 반년 만에 쫓겨난 사건입니다. 그 바람에 구글 간부인 마리사 메이어가 후임으로 임명됐죠. 뒤돌아보면 2012년은 ‘대박’보다 ‘불명예’가 눈에 띈 해였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 버금가는 대박은 없고 특허 싸움만 요란했습니다. 짬이 나면 한국 IT 업계 대박과 쪽박도 선정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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