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889호 (2012년 12월 10일)

[아! 나의 아버지] 사진 속에 남은 내 인생의 등대

기사입력 2012.12.13 오후 02:20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은 전통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먼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가 많아 마음속에 아버지를 중요한 역할 모델로 삼을 때가 많다. 이건 심리학 개론 수준의 지식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딱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성장기에 주신 직접적인 가르침이나 당신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신 간접적인 지침들은 내 가치 판단과 의사결정의 중요한 지표가 됐다. 아버지는 내 인생의 꺼지지 않는 등대인 것이다.

내가 만 스무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실재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어른이 되고 싶고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나만의 확신을 지닌 독립적인 인격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고통스러운 고민의 순간에는 아버지와의 교감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학업을 이어갈 때, 처음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할 때, 뭐든 해보지 않은 일들을 처음 시작할 때, 중요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면 나는 늘 사진 속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어쩌면 아버지의 실질적 부재가 내 마음속에 더 확고한 아버지상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셨고 회화와 서예 작품을 수집하셨고, 야구장에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하셨고 집에서는 자주 풍성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셨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 아버지로부터 가르침이나 지침을 받는 사람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의 인생이 다다르지 않았던 곳으로 나는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 아버지로부터 가르침이나 지침을 받는 사람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의 인생이 다다르지 않았던 곳으로 나는 향하고 있는 것이다.


늘 사소한 것부터 먼 미래까지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집중하셨고, 그 과정을 가족들에게 때론 신나게, 때론 비장하게 얘기하곤 하셨다. 스시를 좋아했던 나는 단골 일식당을, 구이를 좋아하던 동생은 데판야키 집을 따로 데리고 다니셨다

. 테니스와 등산으로 허리 사이즈를 관리하셨고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좋은 습관들을 늘려가려고 노력하셨다. 지금의 나는 딱 이런 사람이었다. 소소한 양상은 좀 다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일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한다고 믿는 것들은 아버지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

얼마 후면 나는 돌아가실 때의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된다. 여전히 서재 한편에 놓아둔 사진 속 아버지는 아마 지금의 내 나이 정도이셨나 보다. 이젠 친구 같은 모습이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드는데 아버지는 이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시니,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 아버지로부터 가르침이나 지침을 받는 사람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의 인생이 다다르지 않았던 곳으로 나는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 골치 아픈 일이나 힘든 고민거리는 별로 없다. 그보다 아버지도 좋아하셨을 법한 소소한 일상들을 떠올리며 당신의 사진 앞에서 미소를 짓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이제야 나는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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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12-13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