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을 앞둔 각 계열사의 팀장들이 그룹 연수원에 모였다. 일류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에서 그들은 수평적 리더십에 대해 귀가 아프도록 강의를 들었다. 물론 옳은 말이지만 교육 내내 김 팀장은 속으로 이렇게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일도 힘든데 이제 권위마저 없어지는구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들기만 하는 부하한테 이제 비위까지 맞춰 줘야 하나”하는 절망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보면 이는 오히려 리더에게 선물이다. 말 그대로 수평은 서로가 동등하게 기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의 리더들은 이 수평적 리더십을 ‘부하한테 양보하고 넘어가는 관용’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책임감을 발휘한다.

진정한 수평은 리더가 한 발자국 내려오는 것만 아니라 부하도 한 발자국 올라와 동등한 책임과 기회를 갖는 것을 말한다. 리더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벗고 상대에게 일정 이상의 기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의 스피치]수평적 리더십의 순기능, 친절하고 냉정하게 활용하라
대화의 방법은 신사적이지만 결과는 반드시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원하기 때문에 부하 역시 같은 짐을 진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조직 구조에서 이 수평적 리더십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동등한 의사 발언권을 갖되 중요한 이슈에 봉착했을 때는 리더에게 책임과 결과를 맡겨버리는 식이었기 때문에 리더들이 이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부담이나 강박이 더 심했을 수도 있다.

부하들 역시 충분히 연습이 되지 않아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보지만 막상 코너에 몰리면 리더에게 맡기고 상황을 지켜만 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평적 리더십은 리더에게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리더 혼자 고민하고 정답을 제시했던 과거의 방법에서 벗어나 이제는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경청하고 공감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결 방법에 대해 상대의 구체적인 의견을 묻고 그것을 실행할 계획을 정하며 심지어 그것을 평가하는 기준까지 상호 합의하에 도출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수평적 리더십은 리더의 권위를 깎아내리기보다 리더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중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자네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은데 구체적인 계획을 좀 설명해 주겠나”라고 질문하며 부하의 생각을 현실화하고 과학화하라. 물론 여기서 리더가 단순히 취조하는 역할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그의 관록을 느끼게 해줄 조언도 추가돼야 한다. “그 방법을 실행하면 내가 예측하기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거야. 만약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이리이리 도움을 청하라고”라며 영양가를 느끼해 해줘라.

수평적 리더십은 훈훈한 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가 언제쯤 나올 수 있지”, “우리가 이것을 성공했다고 평가하게 될 근거는 무엇일까”라며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정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 이후다. 의논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다음 스케줄을 정해 구체적인 피드백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건 훌륭했는데 이 부분은 미흡하네.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하라. 만약 실행하지 않았다면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라.

그 어느 시대나 리더의 권위는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권위가 범접하지 못할 거리감이었다면 앞으로의 권위는 친절하지만 결과에 냉정한 피드백을 보여주는 권위로 대체될 것이다. 수평적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소통의 과제이기도 하다.
[리더의 스피치]수평적 리더십의 순기능, 친절하고 냉정하게 활용하라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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