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얼마 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000선(상하이종합지수) 밑으로 내려갔다.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다시 2000 위로 올라왔지만 2007년 겨울 6000을 뚫으며 찍은 사상 최고치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는 2001년 세계 143위에서 2010년 2위로 뛰어 오른데 이어 7~8%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 내년 중국 증시는 어떻게 될까. 중국 런민대의 우샤오추(53) 금융증권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우 소장은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텅쉰(텐센트)이 2010년 증시 개설 20주년을 기념해 설문 조사한 ‘중국 자본시장 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5위에 오른 경제학자다. 1, 2위는 당시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던 샹푸린(현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였다.
[중국] 우샤오추 런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 인터뷰 “중국 증시, 10년 전 삼성 찾아라”
중국 증시가 약세인 이유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탓이 크다. 고성장 시대가 점차 저물고 전환기에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아 효율적으로 전환될지 걱정이 있다. 도시화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 성장 동력이 어디서 나올지 불투명하다.

증시 내부의 수급 불균형도 문제다. 주식을 현금화하려는 압력이 큰 데다 기업공개(IPO)를 대기하고 있는 회사가 800개에 달해 물량 압박이 크다. 중국 당국은 향후 상장사를 1만 개 정도로 늘린다는 구상이다(현재 중국 증시 상장사는 2400여 개에 달함). 하지만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다.


증시 약세는 언제까지 갈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저점이 될 것으로 본다. 더 내려갈 수 있지만 제한적일 것이다. 상하이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9배 수준으로 지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투자한 사람에는 좋지 않지만 투자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다. 집에 있는 물건을 팔아 주식에 투자해도 좋다. 미국의 재정 절벽이나 유럽의 재정 위기와 일본 경제 등이 매우 심각해진다면 증시 회복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중국 당국은 내년 초 기초 시설 투자 확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에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IPO를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양로기금의 20~30%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지방의 양로기금도 일정 비율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지금 중국의 양로기금의 80%는 은행 예금이다. 투자자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없다.

요즘 은행주는 안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양로기금과 같은 국가 자금이 운용할 대상으로 적격이다. PER가 5배도 안 되고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배도 안 된다. 중국 은행들은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도 400%로 안전성도 높다. 중국 은행주처럼 값싸고 안전한 주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자본시장 (전면)개방은 위안화 국제화 이후 이뤄질 것이다.


어떤 상장사에 투자하는 게 좋나.

안전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은행주를 추천한다. 연 수익률 8%는 큰 문제없을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원한다면 창업판이나 중소기업판의 첨단 기술주에 투자해 볼만하다. 3가지 기준이 있다. 시대가 변해도 지속 가능한 기술을 보유했는지, 정부가 지지하는 업종(일례로 신에너지·신소재 등에 속하는지), 기업 규모는 작지만 미래 업종의 규모는 큰지 등을 살펴야 한다. 10년 전의 삼성(전자)을 찾아야 한다.


중국의 소비주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 소비주의 기초는 좋다. 13억 인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최근 바이주(白酒)와 주구이(酒鬼)에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다른 바이주 상장 업체의 주가도 타격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진짜 좋은 소비주는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상장사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