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Ⅲ 외국계 기업, 이런 사람 뽑는다

“요즘 기업에 국적이란 게 있을까요? 국적이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내게 돈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다국적 기업을 사들일 수 있겠죠. 그럼 그게 외국 회사인가요, 한국 회사인가요? 국적은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법적으로 어느 나라에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어떤 사회에 더 많은 공헌을 하는가가 중요하죠.”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뉴욕 증시의 등락이 이튿날 그대로 우리 주가에 반영되는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만큼 글로벌 비즈니스가 보편화되었고, 바꿔 말하면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높은 임금과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능력 위주의 평가와 보상, 자율을 강조하는 업무 분위기…. 외국계 기업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 덕분에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들 기업 입사는 ‘로망’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비해 입사에 필요한 정보가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 캠퍼스 잡앤조이가 국내 비즈니스가 활발한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전격 공개한다.
<YONHAP PHOTO-0416> Journalists and attendees line up outside of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in San Francisco to attend Apple's special media event to introduce the iPhone 5 on September 12, 2012 in California. AFP PHOTO/Kimihiro Hoshino../2012-09-13 07:17:0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Journalists and attendees line up outside of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in San Francisco to attend Apple's special media event to introduce the iPhone 5 on September 12, 2012 in California. AFP PHOTO/Kimihiro Hoshino../2012-09-13 07:17:0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nglish? ‘원어민’ 수준 원한 기업 한 곳도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 미국발 재정·금융위기 등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다. 한국도 ‘위기 탈출과 극복’이 지난 대선에서 경제 공약의 주요 화두였다. 이런 경향은 채용에서도 두드러진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16개 외국계 기업 중 ‘올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8개사다. 반면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도 7개사에 이르렀고, 아예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한 곳 있었다.

외국계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외국어 실력이다. 일단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굿 뉴스를 전한다. 조사에 응한 외국계 기업 중 ‘원어민 수준’의 실력을 원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외국어 실력이 빵점인 신입사원이 환영받는 건 물론 아니다. 16개 기업 중 총 14곳이 ‘비즈니스 회화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초급 회화 수준도 좋다’는 기업도 2곳이나 됐다.

외국계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외국어, 특히 영어를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건 주지의 사실. 실제로 ‘해외 근무 기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16개 기업 모두가 ‘있다’고 답했다. 영어 실력이 원어민 뺨칠 정도로 탁월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업무에 지장을 받을 만큼 형편없는 실력도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런 경향은 서류 전형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외국어로 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나’를 묻는 질문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8곳에 달했다. ‘필수 사항은 아니고 선택 사항’이라 답한 기업이 3곳이었고,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업은 4곳에 불과했다.

‘공인 영어 성적을 제출해야 하나’를 묻는 질문엔 ‘필수 사항이 아니고 선택 사항’이라 답한 기업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은 6곳이었다. 반면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업은 역시 2곳에 그쳤다.

외국어 실력을 유달리 강조한 기업도 있다. 한 소비재 기업은 ‘사내에서 사용하는 공식 언어는 영어’라고 답했다. 기본적인 영어 구사 능력이 없으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 역시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공인 영어 성적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지만, 해당 국가에서 학위를 취득했거나 3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는 면제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2013 외국계 기업] “스펙보다 인성·열정 먼저 본다”
‘전공과 상식’은 필수!

외국계 기업의 입사 전형을 살펴본 결과 1차 서류 전형에 이은 ‘필기시험’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6개 기업 중 ‘필기시험’을 치르는 기업이 무려 14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필기시험을 치르는 기업 모두 ‘전공’과 ‘상식’을 시험 과목으로 제시했다. 해당 직무와 관련한 지식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보는 전공 필기시험에 이어, 균형 감각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상식 시험이 주종을 이룬다는 결과다.

‘전공·상식’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2곳의 기업 중 금융권 기업 한 곳은 ‘온라인 적성검사’를 치른다고 밝혔고, 가전·헬스케어 관련 기업 한 곳은 ‘논리력·성격 검사’를 치른다고 답했다. 따지고 보면 서류 전형에 이어 어떤 방식으로든 필기시험을 한 번 더 거친다는 뜻이다.

1차 서류 전형과 필기시험에 이은 2차 면접(선배, 실무자, 임원) 과정은 대동소이했다. 다만 구체적인 면접 방식은 인성, 집단토의, 롤플레이(Role-play), 영어 스피킹·라이팅 등으로 기업마다 조금씩 달랐다.
[2013 외국계 기업] “스펙보다 인성·열정 먼저 본다”
어디서든 ‘인성’부터 챙겨~

‘신입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조건과 역량’도 물었다. 우선 설문조사지에 적은 객관식 보기부터 살펴보자. ‘인성, 다양한 직무 관련 경험, 어학 능력, 해외생활 경험, 전공, 출신 학교, 회사에 대한 열정, 글로벌 마인드’ 등이다.

결과는? 16개 기업 중 8곳이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제1 조건으로 ‘인성’을 꼽았다. 흔히 어학 능력이나 글로벌 마인드 같은 조건이 우선될 것 같지만 외국계 기업 역시 인성, 즉 사람 됨됨이를 가장 중요한 입사 요건으로 콕 찍은 것이다. 지원자의 기본적인 인성을 알아보기 위해 압박 면접, 합숙 면접, 산행 면접 등 별의별 방법을 동원하는 국내 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과다.

인성에 이어 ‘회사에 대한 열정’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4곳). 글로벌 마인드를 꼽은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고, 어학 능력을 말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자사의 비전과 인재상을 들며 보기 답변 외에 구체적인 답을 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맡을 업무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자세 : 필립스코리아’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지 여부 : 한국P&G’ ‘지원자의 비전과 가능성(잠재력)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해외생활 경험이나 출신 학교 등 이른바 이력서에 써넣을 만한 스펙은 실제로 해당 기업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보는 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인상 깊다.
<YONHAP PHOTO-0917> 한국씨티銀, 그린산타 포토존 및 모바일 게임존 설치

    (서울=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은 4일 오전 명동중앙지점에 `그린산타 테디베어 포토존'과 `모바일 게임존'을 설치, 방문 고객들이 지점 내 설치된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번 행사는 명동중앙지점에서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2012.12.4 << 한국씨티은행 >>

    photo@yna.co.kr/2012-12-04 14:08:4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씨티銀, 그린산타 포토존 및 모바일 게임존 설치 (서울=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은 4일 오전 명동중앙지점에 `그린산타 테디베어 포토존'과 `모바일 게임존'을 설치, 방문 고객들이 지점 내 설치된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번 행사는 명동중앙지점에서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2012.12.4 << 한국씨티은행 >> photo@yna.co.kr/2012-12-04 14:08:4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높은 연봉’과 ‘글로벌 경험’은 당연

외국계 기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빙고! ‘연봉’이다. 그것도 높은 연봉. 실제로 조사해보니 외국계 기업의 좋은 처우는 사실로 드러났다. 신입사원 초봉이 ‘3000만~3500만 원’이라 답한 곳이 4개사, ‘3500만~4000만 원’이라 답한 기업도 4개사였다. 16개 기업 중 과반이 3000만 원 이상인 셈. ‘2500만~3000만 원’이라 답한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고, ‘4000만~4500만 원’인 기업은 2곳이나 됐다. 반면 ‘밝힐 수 없다’고 답한 기업이 5곳이나 됐는데, 최근 구글의 인턴사원 월급여가 700만 원이 넘는다는 뉴스가 나왔다는 것을 참조하자.
[2013 외국계 기업] “스펙보다 인성·열정 먼저 본다”
연봉 못지않게 중요한 메리트가 바로 글로벌 경험이다. 조사에 응한 16개의 외국계 기업 모두가 ‘입사 시 해외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영어 실력을 체크하는 건 대부분의 기업이 마찬가지지만, 외국 대학 졸업 여부는 입사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대학 졸업자를 우대한다’고 답한 기업은 2곳에 불과했고, ‘우대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업무에 따라 다르다’고 답한 기업이 3곳이었고, ‘외국 대학 학위보다 전공을 더 우선한다’는 기업도 있었다.

‘입사 시 나이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6개 기업 모두 ‘없다’고 답했다. 학벌, 연령, 성별 파괴가 주요한 입사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까지 지원자의 연령에 제한을 두는 곳이 많은 국내 기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