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이상 채널 가동…타운홀 미팅 선호”

어느 날 석가세존이 제자들을 영산에 모아놓고 설법했다. 그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세존은 연꽃 한 송이를 말없이 집어 들고 비틀어 보였다. 제자 중 오직 한 사람,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 그제야 세존도 가섭에게 미소를 보내고 불교의 중요한 진리를 그에게 전수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유래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염화미소를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경지로 간주해 왔다. 그런데 ‘마음이 통하는’ 본질보다 ‘말이 적어야 한다’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말이 적어야 군자가 되는 것(君子以愼言語)이라는 가르침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말을 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서 규범으로 정착하게 됐고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유교의 가부장적인 고용 관계에 바탕을 둔 국내 기업들에서는 윗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아랫사람들은 그 뜻을 이해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랫사람들의 의견 제시나 시도는 용납되지 않고 항명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구성원이 대부분 유교에 바탕을 둔 집단성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경영자가 하고 아랫사람은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을 회피할 수 없게 됐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됐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구성원 모두가 재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재빨리 실행해야 겨우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 환경은 스피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과 실행을 재빨리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실행은 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같은 기준과 가치관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하고, 이는 오직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전달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YONHAP PHOTO-1402> An exterior view of the Starbucks Center, headquarters for the international coffee and coffeehouse chain, is seen on March 22, 2011 in Seattle, Washington. Starbucks is the world's largest coffeehouse company with 17,009 stores in 50 countries, including over 11,000 in the United States.       AFP PHOTO / Mark RALSTON
/2011-03-24 11:23:0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n exterior view of the Starbucks Center, headquarters for the international coffee and coffeehouse chain, is seen on March 22, 2011 in Seattle, Washington. Starbucks is the world's largest coffeehouse company with 17,009 stores in 50 countries, including over 11,000 in the United States. AFP PHOTO / Mark RALSTON /2011-03-24 11:23:0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 활용 사례

세계적인 기업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공 요인으로 삼고 이를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리서치 회사이자 컨설팅 기관인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 LLC)가 2012년 여름 3M·액센츄어·AT&T·코카콜라·메트라이프·지멘스 등 98개 세계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운용하는지 알 수 있다.

중요 내용 몇 가지를 보면 첫째, 조사 기업의 50%는 중앙집권화된 그룹 조직이, 26%는 개별 단위 조직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관장하고 있다. 둘째, 81%가 적어도 4개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고 있다. 셋째, 그중 가장 효과적인 채널은 e메일과 타운홀 미팅(Townhall Meeting)으로 각각 87%와 84%로 나타났다. 넷째, 76%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들이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들 역시 매우 다양하다. 먼저 ‘가상회의’로 오디오·비디오 콘퍼런스나 위성 미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정보 게시’로 게시판, 회사 CD나 비디오, 사내 방송, 사내보, 전자 사내보, 포스터, 회사 인트라넷 등이다.

세 번째는 ‘면대면 미팅’으로 포커스 그룹, 팀 미팅, 타운홀 미팅, 회사행사 등이 포함된다. 네 번째는 ‘최고경영자(CEO) 커뮤니케이션’으로 CEO 월별 레터, CEO 원탁회의 등이다. 다섯 번째는 ‘기술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단문 문자 메시지(SMS),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인스턴트 메시징 등이 있다. 마지막 ‘임시 커뮤니케이션’으로는 긴급한 공지, 특별한 보고, 캐스케이드 브리핑 등이 있다.

이 다양한 도구들을 실제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세계적 문구 브랜드인 오피스디포(Office Depot)는 경영 현황 설명은 물론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정확한 전달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 타운홀 미팅을 활용한다. 타운홀 미팅은 원래 정책 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이나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회의를 뜻한다.

오피스디포는 분기별 1회, 전 직원들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CEO가 직접 경영 현황을 설명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 현황을 공유한다. 또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패널 토의, 직원의 질문과 피드백 시간도 함께 갖는다. 임원이 참석하는 패널 토의의 주제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사전에 조사한 실제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으로 선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이나 제도를 담당하는 최고 실무자가 참석해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직원들로부터 피드백과 질문을 여과 없이 경청한다.

질문은 가능한 한 현장에서 응답하지만 즉각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은 1주 정도의 시기 내에 e메일이나 사내 게시판으로 대답해 준다. 심지어 전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해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배부한다. 실제 GE와 페덱스(FeDex) 등도 활용하고 있는 타운홀 미팅은 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직원들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수렴해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주인의식도 고취된다.

전동 공구 기업인 힐티(Hilti)에는 ‘콕피트 차트(Cockpit Chart)’라는 것이 있다. 비행기 조종석을 뜻하는 콕피트는 비행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힐티는 이를 다양한 계층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한다. 회사 전체의 사업을 파악하는 전사 콕피트 차트는 물론 재무·인사·생산·마케팅 등의 부문에도 활용한다.

예를 들면 인적자원(HR) 부문의 콕피트 차트에는 조직 문화 프로그램(OJT) 이수, 조직 유효성 조사(OES) 결과를 필두로 직원 보유율, 결원 기간, 퇴직률 등을 추적 모니터링해 전 직원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 전체와 각 부문의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런 종류의 대시보드(Dashboard)를 회사의 경영 정보에 대해 직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스킵레벨 미팅(Skip-Level Meeting: 상사를 배제한 미팅)도 눈여겨볼만하다. 스타벅스의 CEO는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호텔을 빌려 해당 매장의 매니저를 제외한 직원들과 스킵레벨 미팅을 가진다. 매니저가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최선의 결정을 도출하고 스스로가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실행에 협조한다고 동의한다. 조직 계층에 따른 제약 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그 과정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최고 높은 실행력을 보이는 도구인 것이다. 눈치 보기가 조직 문화로 자리 잡은 우리 기업들도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세계적 기업들에서 배울 점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기며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다양한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그 성과를 측정해 개선한다는 점도 기억해 둘만하다. 이 밖에 우리가 세계적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화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관심과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구성원이 주체와 객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외 대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전 과정에 걸쳐 모든 계층의 구성원 동의와 피드백을 얻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일치돼야 한다. 셋째, 목적에 부합하는 도구를 설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넷째, 목적에 따라 도구 간 혹은 채널 간 균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의하달식의 일방적 도구에만 편중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섯째, 주기의 준수다. 정기적인 주기의 도구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일정을 거르지 않고 실행돼야만 신뢰가 쌓인다.

염화미소는 21세기에도 최고 경지의 커뮤니케이션일지 모른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관계가 얼마나 될까. 가족끼리도 마음만으로 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모인 기업에서 마음만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이자 객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존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소수의 가섭은 이제 무한 경쟁의 글로벌 환경에서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뿐이다.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것을 통해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 우위 요소다.


박기찬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