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많던 박모 씨는 최근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을 샀다. 진행 중이던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1억5000만 원. 1회 유찰로 최저가 1억500만 원부터 진행됐으며 주변의 상권과 교통 여건 등 입지가 양호해 실거주 목적인 박 씨에게 적절한 물건이었다. 진행되던 경매 사건은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로, 집합건물등기부등본의 권리 분석상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매각물건명세서에 근저당 설정일보다 이른 임차인 A가 등재돼 있었고 임차인 A는 법원에 권리 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피던 박 씨는 약 1년 전 이 물건에 대해 임의경매가 진행돼 현재 소유자가 예전 낙찰자인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인터넷 경매 정보 등을 통해 과거 경매 사건을 검색한 결과 현재 임차인A는 과거 경매 사건에서도 선순위 임차인이었으며 그 당시 법원에 권리 신고 및 배당요구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분당 정자동 단독주택 단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1019..
분당 정자동 단독주택 단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01019..
이에 따라 박 씨는 임차인 A가 전입만 등재돼 있을 뿐 과거 사건 임차인이므로 현재까지 거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에 응찰해 1억2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러나 매각 허가 결정 후 잔금을 납부한 박 씨는 임차인 A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임차인 A는 과거 경매 사건에서 확정일자를 갖추고 배당요구를 했지만 확정일자가 최초 근저당 설정 일자보다 느려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 A는 현재 소유자(채무자)로부터 임대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를 반환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매수인이 된 박 씨가 그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보증금 전액이 변제되지 않는 한 주택이 경매 절차에서 매각되더라도 임대차가 소멸되지 않고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증금을 반환 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경매 사건의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지만 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배당받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매 절차가 진행된다면 기존의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대법원 2006.2.10. 선고 2005다21166]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두 가지 권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선택해 제1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 전액에 대해 배당요구를 했지만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없었던 때에는 경락인에게 대항해 이를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고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이므로 제2 경매 절차에서 우선변제권에 의한 배당을 받을 수 없는 바, 이는 근저당권자가 신청한 1차 임의경매 절차에서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 계약서를 첨부하거나 임차권 등기 명령을 받아 임차권 등기를 하였음을 근거로 하여 배당요구를 하는 방법으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그 확정 판결에 기하여 1차로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임차인 A는 현재 경매 사건에서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매각 대금으로부터 보증금을 배당 받을 수 없고 낙찰자인 박 씨에 대해서는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박 씨는 임차인의 보증금 8000만 원을 인수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