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헌법(법치)·경륜·안전·보안. 5년간 앞으로 친숙해져야 할 단어들이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단어들이기도 하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이후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의 키워드’인 것이다.

박 당선인의 ‘미래’ 사랑은 각별할 정도다. 박근혜표 작명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새 정부에서 신설되는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유일하고, 가장 핵심 부처가 되어가고 있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에도 ‘미래정책수석’을 새로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박 당선인의 당 외곽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에 출범했다.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인수위원 24명(위원장·부위원장 제외) 중 7명을 미래연구원 출신으로 채웠다. 박 당선인이 2002년 당권·대권 분리 등을 주장하며 이회창 당시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만들었던 당도 ‘한국미래연합(미래연합)’이다. ‘미래’가 반드시 들어간다.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후보로 지명된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20130124 강은구 기자 egkang@.....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후보로 지명된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20130124 강은구 기자 egkang@.....
유년 시절 경험이 영향 미친 듯

헌법과 법치 등 법질서도 박 당선인이 좋아하는 단어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들고나온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공약에도 법질서가 들어간다. 법질서에 대한 중시는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작년 10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당선인은 대선을 총괄할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을 영입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수사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한 직후였다. 김 전 헌재 소장은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도 임명됐으며 지난 1월 24일엔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또한 법조계에서 ‘경륜’을 쌓았고 인수위원들도 전문적 경륜이 많은 대학 교수들로 대부분을 채웠다.

이는 ‘안전’과도 이어진다. 행정안전부를 정부 조직 개편안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기로 했다. 말장난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경찰청과 소방방제청 등에 무게를 싣는 조치란 설명이다. 실제 경찰청 인력을 임기 중 2만 명 더 늘리겠다는 게 대선 공약이다.

‘보안’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박 당선인의 보안에 대한 강조는 “거의 노이로제 수준(새누리당 한 의원)”이다. 박 당선인과의 회담 내용은 박 당선인의 허락 수준에서 밝혀야 하고(2012년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의 박 당선인 회동 수첩 사건), 그 이상이 새어나가면 강한 질책과 함께 눈 밖에 나기 십상이다. 이번 인수위도 ‘보안인수위’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괜히 그런 게 아니다. 1월 24일 국무총리 후보자 발표도 일부 언론사들이 먼저 특종으로 쓸 경우 1000만 원의 상금을 걸었는데 날짜조차 맞히지 못했다.

이런 박 당선인의 키워드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의 유년 시절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에겐 5·16 군사정변이나 유신 독재 등 ‘헌법’을 훼손한 ‘과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이게 ‘미래’와 ‘법질서’, ‘헌법’, ‘안전’으로 승화됐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측근에게 사망한 사건도 보안에 대한 강조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박근혜의 키워드’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한 교수는 “미래·법질서·안전 등에 대한 국정 운영은 좋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느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면 결국 국정 밸런스가 깨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안 중시도 정당 대표일 때는 괜찮겠지만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면 국정 과정과 인사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고 이게 소통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