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취득자격증명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모 씨는 얼마 전부터 토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여윳돈으로 수도권 인근의 농지를 사서 얼마간 묻어두기로 했다.

이 씨가 관심을 갖는 토지는 경매로 나온 경기도 평택에 있는 밭이었다. 920㎡ 규모의 이 땅은 감정가 1억8000만 원에서 2번 유찰돼 감정가의 64%인 1억1500만 원부터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3m 도로와 접해 있어 효용 가치도 높다고 생각했다.

1억2000만 원을 써내 낙찰에 성공한 이 씨는 법원에서 요구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이하 농취증)을 발급 받기 위해 면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농취증 발급 신청서를 접수하자 담당 공무원이 심사를 거쳐 4일 이내에 발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일 후 이 씨는 해당 면 주민센터로부터 농취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반려 사유는 이 씨가 낙찰 받은 땅에 창고 건물이 있는데, 이는 불법으로 형질 변경한 농지이므로 밭으로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농취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진 이 씨는 법원에 전화를 걸어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농취증 없이 낙찰을 허가해 줄 것을 사정해 봤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엄연히 지목상 농지로 되어 있으므로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에 농취증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씨가 입찰표와 함께 제출했던 보증금 1500만 원이 몰수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창고 주인과 상의해 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제출 기한까지 남아 있던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결국 이 씨는 1500만 원을 날리게 됐다.
경기도 하남
/허문찬기자  sweat@  20080902
경기도 하남 /허문찬기자 sweat@ 20080902
관청에서 영농계획서·농지의 기능 검토해

국가에서는 농민이 아닌 자가 투기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방지하고 경자유전을 실현하기 위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이란 제도를 마련해 뒀다. 이는 농지를 매수하려는 사람의 농지 소유 자격과 소유 상한을 확인하고 심사해 적격하다고 판단할 때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취증 발급 대상이 되는 농지는 전·답·과수원이 해당된다. 농지를 낙찰 받은 사람은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에 농지를 관할하는 시·구·읍·면장으로부터 농취증을 발급 받아 해당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기간 내에 농취증을 제출하지 못하면 낙찰 허가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 따라서는 입찰 보증금을 몰수하기도 한다.

농지 취득 자격을 심사하는 행정관청에서는 농취증 발급 때 크게 두 가지를 심사한다. 첫째, 신청자가 농사를 지을 만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신청자가 제출한 영농계획서를 통해 농지 이용 계획, 노동력 확보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둘째, 해당 토지가 농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불법으로 형질이 변경됐거나 지상에 무허가 건축물 등이 있으면 원상회복 대상으로 봐 농취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 불법으로 형질 변경한 농지는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발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수인이 농지복구계획확인서를 제출하고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받아주기도 한다. 원상복구를 당장 실시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복구할 계획이라는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사실상 대지화돼 농경지로 사용되지 않아 객관적인 현상으로 보아 농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토지의 최고가 매수인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경락을 불허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었다(대법원 1987년 1월 15일 86마 1095 결정).

그러나 실무에서는 법원과 행정청이 각자의 주장만 할 뿐 낙찰자의 속 타는 심정을 헤아리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손해의 당사자는 낙찰자인 만큼 미리 확인해 보는 것만이 방도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