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자기의 권리를 공시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전세권 등기와 임차권 등기가 있다. 그러나 전세권 또는 임차권 등기는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 별다를 것도 없다.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의한 대항력이다.

임차인이 주민등록(전입신고)과 점유의 요건을 갖추면 그다음 날 0시부터 제삼자에 대해 대항력을 갖는다. 그런데 경매 주택의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구비한 시점이 해당 주택에 최선순위로 설정된 다른 권리보다 앞설 때 낙찰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낙찰 대금 외에 추가의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차인은 대항요건, 즉 주민등록과 점유라는 요건을 언제까지 갖추고 있어야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해당 주택이 낙찰되고 임차인이 배당 받을 때까지 대항요건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임차인은 대항요건을 해당 경매 사건의 배당요구 종기까지만 갖추고 있으면 족하고 이후 다른 주소지로 전출하더라도 기존의 대항력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점의 차이는 실무에서 간혹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직장인 K 씨는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 부동산 경매 사건을 검색하던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선순위로 대항요건을 구비한 임차인이 있을 때 그 임차권이 낙찰자에게 인수될 수도 있다는 정도는 이미 여러 서적을 통해 알고 있는 터였다.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세대 열람을 해 봤지만 해당 주택으로 전입신고돼 있는 세대는 없었고 내친김에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시세도 파악했다. 고민 끝에 입찰가를 산정했고 결국 낙찰에 성공했다.

그런데 기쁨보다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입지와 단지 규모, 주변의 편의 시설 등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 경매에 입찰자가 오로지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한 K 씨는 전문가에게 문의했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은 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강은구기자egkang@hankyung.com 2012.6.27
/강은구기자egkang@hankyung.com 2012.6.27
법원의 현황조사서와 비교 필수

부동산 경매의 절차상 배당요구의 종기가 있은 후에 일반인들에게 해당 경매가 공고된다. 즉 입찰자들이 그 주택이 경매로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시점은 이미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후라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선순위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 종기 이후에 다른 주소지로 전출한 상태라면 입찰자들이 동 주민센터에서 세대 열람을 하더라도 그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고 그 세대 열람 결과를 신뢰하고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예기치 못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K 씨가 낙찰 받은 아파트에도 선순위의 임차인이 있었고 이 임차인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배당요구 종기가 지난 후에 다른 주소지로 전출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대로 낙찰 대금을 완납해 소유권을 취득한다면 임차인의 보증금을 고스란히 물어줄 수밖에 없어 결국 K 씨는 입찰 보증금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처럼 스스로 동 주민센터에서 세대 열람을 해 보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를 반드시 법원의 현황조사서와 비교해 봐야 한다. 집행관이 현황을 조사하는 시점은 배당요구 종기 전이다. 따라서 현황조사서에는 배당요구 종기 전에 대항요건을 유지하고 있던 임차인에 관한 사항이 틀림없이 기재돼 있다. 결국 K 씨가 잃어버린 입찰 보증금은 현황조사서만 꼼꼼히 살폈더라도 피할 수 있었던 손해인 셈이다.


김재범 지지옥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