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초보인 최모 씨는 얼마 전 부천에 있는 다세대주택에 관심을 갖고 입찰에 참여했지만 입찰 보증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가 도전한 다세대주택의 감정가는 2억5000만 원. 2회 유찰로 최저가는 1억2250만 원부터 진행됐고 인근에 지하철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편의 시설도 들어서 있어 실거주와 동시에 투자 대상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최근 들어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항상 고민이던 최 씨로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최 씨는 경매에 응찰해 1억3000만 원에 단독으로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경매 입찰 보증금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 다세대주택에는 2011년 3월 8일에 전입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있었고 등기부등본에는 2002년 11월 2일 W은행의 근저당과 2012년 8월 13일 경매 신청 채권자인 K은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권리 분석상 임차인의 전입 일자가 선순위 근저당 설정 일자보다 늦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었고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임차인은 배당요구 종기 이후에 배당요구를 해 임차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마저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즉,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지만 매각 대금에서 한 푼도 배당받을 수 없게 된다.



[대법원 2008.12.24. 선고 2008다65242]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경매 개시 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한 채권자, 민법·상법·그 밖의 법률에 따라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 한해 비로소 배당받을 수 있고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체법상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매각 대금으로부터 배당받을 수 없으며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한 채권자라고 할지라도 채권의 일부 금액만 배당요구한 경우 배당요구의 종기 이후에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채권을 추가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

[경매] 세입자가 은행 빚 대신 갚아 대항력 취득한 경우 “입찰 전날 등기부등본 ‘꼭’확인”
세입자의 채권 선순위 변경에 주의해야

최 씨는 권리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고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므로 명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낙찰 후 임차인을 찾아간 최 씨는 임차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이유는 경매가 2회 유찰돼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이 선순위 근저당권자 W은행의 채권을 대위변제한 것이다. 즉,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서 배당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자 선순위 근저당의 피담보 채무인 2000만 원을 대위변제하고 근저당 설정 등기를 말소함으로써 선순위 임차인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소유자의 채무를 대위변제함으로써 경매 절차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임차 보증금 1억3000만 원을 낙찰자에게 주장할 수 있게 되므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임차인의 대위변제가 낙찰 후에 이뤄졌다면 낙찰자는 법원에 매각 불허가 신청을 하거나 매각 허가 결정 취소 신청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이때 응찰자는 매각 기일 전날 등기부등본을 재차 확인하거나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 최선순위설정일자란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등기부등본의 선순위 권리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