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붐, 미 제조업 부활 이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월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 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 1565.15를 웃돈 것이다. 66개월 만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미 3월 초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 증시 전문가들은 다우지수보다 S&P500지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우지수는 미국의 30대 우량 기업 주가만 포함하는데 비해 S&P500지수는 다양한 업종에 걸쳐 500개 기업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S&P500지수가 미국 경제를 더 잘 반영한다는 얘기다.

S&P500지수의 사상 최고치 기록에는 ‘제조업의 부활’이란 대형 호재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올 들어 제조업 경기 회복에 대해 ‘부활’ 또는 ‘르네상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유럽 제조업체들이 ‘셰일가스 붐’이 일고 있는 미국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셰일가스는 진흙 퇴적암층(셰일)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말한다. 최근 독일 최대 화학 업체인 바스프(BASF)는 오는 10월 미 루이지애나 주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바스프는 2009년 이후 북미 지역에 57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앞으로 미국의 생산 기지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하랄드 슈와거 바스프 유럽영업본부장은 “유럽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유럽 제조업체들의 미국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스트리아 철강 업체 보에스탈파인은 미 텍사스에 7억1500만 달러를 투자해 철강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의 울프강 에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투자를 확대해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을 2배 정도 늘릴 예정”이라면서도 “유럽 공장의 매출은 앞으로 10~20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열더치쉘은 지난해 미 펜실베이니아 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건설에 1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공장 가동에 수백 명의 정규직이 생긴다.
[미국] 가스비‘뚝’…유럽 제조사 속속 이전
생산 기지를 아시아서 미국으로

저임금을 찾아 아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던 유럽의 제조업체들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발걸음을 돌린 계기는 값싼 에너지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서 천연가스의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2000년 미국 내 천연가스 공급에서 셰일가스의 비중은 2%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37%로 상승했다. 그 결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금융 위기 직전 BTU(1 BTU=0.252Kcal/h)당 12.68달러에서 최근 3.32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럽은 현재 11.77달러 수준이다. 2007년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의 80% 수준이었지만 현재 2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015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럽은 천연가스를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윌 피어슨 애널리스트는 “유럽 제조업체들의 공장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는 만큼 유럽 당국이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셰일가스에 따른 에너지 혁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향후 수년간 연평균 0.5% 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