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CEO 이장석의 경영 노하우] M&A 노하우 구단 운영에 활용, 과감한 인사·혁신으로 환골탈태
19승 9패(5월 9일 기준). 올해 프로야구 시즌 1위를 달리는 ‘넥센 히어로즈’의 현재 스코어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 영광의 원동력은 ‘안정화된 투타 밸런스’라고 평한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히어로즈가 지금의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말이다.

히어로즈 변화의 중심에는 구단주인 이장석(47)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투자 전문 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로 2008년 존폐의 위기에 놓인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인수하고 지금의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이 사장의 행보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자금난에 허덕이다가 급기야 현금 트레이드를 단행해 야구계의 질타를 받았다.

‘선수 팔아 곳간 채운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팬들은 당시 이 사장의 결정을 두고 ‘신의 한 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히어로즈로 영입한 이정훈·김민성·박병호부터 이택근·송신영·김병현·이성열 등의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며 이 사장의 안목이 재평가 받게 된 것이다. 그 덕에 이 사장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단장인 빌리 빈의 이름을 빌려) 빌리 장석’, ‘제갈 장석’이란 별명이 붙었다. ‘과감한 트레이드’는 어느새 이 사장의 상징이 됐다.

그가 가진 남다른 안목은 ‘결행’과 ‘혁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장은 모두를 만족시킬 선택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숱한 반대와 비난에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냈다. 또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흐름을 읽고 판을 주도하는 법을 깨쳤다.
[넥센 히어로즈 CEO 이장석의 경영 노하우] M&A 노하우 구단 운영에 활용, 과감한 인사·혁신으로 환골탈태
한국 최초의 스폰서십 구단 탄생

이 사장의 안목은 야구판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출신이다. 졸업 뒤 미국계 경영 자문사인 ‘아서 디 리틀(ADL)’에서 일했다. 1998년 외환위기 뒤 정부에서 대기업 빅딜(사업 맞교환)을 유도하는 ADL 평가단의 핵심 구성원이었다. 당시 그는 30대 초반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대기업의 빅딜을 이끌 만큼 그의 판단력과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30대 후반에는 아서 디 리틀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가 어떤 카드를 제시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스폰서십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겠다.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생각했고 자신 있었다. 우리 구단이 흑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뉴스로 보이겠다.”

히어로즈 창단 당시 밝힌 이 사장의 포부다. ‘스폰서를 통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국내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은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매년 대기업의 광고용으로만 사용되는 프로 구단의 의미에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변화를 줄 것이라는 일종의 예언이기도 했다. 그러나 희망적인 반응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많았다.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프로야구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흑자를 내겠다는 이 사장의 발언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이 사장이 구현하고 있는 히어로즈는 ‘모기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독립 구단’이다. 모기업의 지원에서 벗어나 구단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춰 구단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이 사장이 타 구단주와 달리 진취적인 행보를 보이는 바탕이 여기에 있다. 구단의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모기업으로부터 든든한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수익 창출의 목적보다 기업 홍보 의도가 강하다. 그래서 되도록 잡음을 내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한다.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트레이드 건수는 1년 동안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두산 베어스 팀의 한 팬은 “많은 팬들과 스태프들까지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히어로즈의 프런트를 부러워한다. 늘 변화하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젊음과 패기가 느껴진다”며 “타 구단도 역동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여 팀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감독들끼리 합의해 선수들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서로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구단의 트레이드가 전체 야구계의 수준을 높여 프로야구가 상생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넥센 히어로즈 CEO 이장석의 경영 노하우] M&A 노하우 구단 운영에 활용, 과감한 인사·혁신으로 환골탈태
현금 트레이드가 불러온 긍정적 효과

‘한국의 야구 경제학’ 저자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운영 구단이 변화하면 야구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기업의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구단의 현실이다 보니 타성에 젖어 있는 게 사실이며 그룹에서 내려온 인사들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 프로야구 산업을 위해 이장석 사장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우려했던 것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사장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애를 먹었다. 구단 인수 전 그는 ‘선 메인 스폰서 확보, 후 유니콘스 인수’를 계획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구단 인수 확정이 된 순간에도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창단을 고민하던 시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메인 스폰서를 연결해 주겠다’고 한 약속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히어로즈가 태동 초반부터 혼란스러웠던 이유다.

당장 120억 원의 KBO 가입비와 한 해 구단 운영비 150억 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 사장은 책상에 앉아 있는 대신 스폰서를 찾아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담배와 2008년 3월 첫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해마다 100억 원 상당의 후원을 약속받았다. 프로야구 최초로 메인 스폰서를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는 신개념 야구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반 시즌 만인 8월에 계약은 결렬됐다.

생명줄이었던 스폰서의 지원이 끊기자 히어로즈는 더 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이때 이 사장은 연봉 삭감에 나섰다. 선수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구단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인수 전 현대는 KBO의 야구기금으로 연명하면서도 주요 선수들의 연봉은 삼성·LG보다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주로 고액 선수의 연봉부터 삭감했다. 한 예로 주전 포수였던 김동수는 전년도 연봉 3억 원에서 80%가 깎인 6000만 원을 제시받았다.

그렇게 히어로즈는 창단 첫해 8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목동 구장 입장료 18억 원, 스폰서 후원금 46억 원, 중계료권 10억 원, 서브 스폰서 및 기타 수입이 6억 원이었다. 지출은 250억 원으로 수입보다 3배가 많았다. 목동 구장 리모델링비를 포함한 초기 투자로 30억 원, 가입비 60억 원, 순수 운영비만 160억 원이 들었다.

우리담배 계약 결렬 이후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한 히어로즈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독자 경영에 들어갔다. 자금난은 더욱 극심해졌다. 이 가운데 그는 잦은 현금 트레이드를 하며 물의를 빚었다. 팀의 ‘끝물’이 아닌 주축 선수들을 타 구단에 보내고 현금과 선수 혹은 선수만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10년은 거뜬할 에이스 장원삼(삼성), 좌완 이현승(상무), 3할이 보장된 이택근(넥센)·마일영(한화), 한국 야구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황재균(롯데)·고원준(롯데)·송신영(넥센)·김성현(제명) 등을 떠나보냈다. ‘선수 팔아 구단을 유지한다’는 구단으로 소문났다. 그때부터 한동안 이 사장은 야구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넥센 히어로즈 CEO 이장석의 경영 노하우] M&A 노하우 구단 운영에 활용, 과감한 인사·혁신으로 환골탈태
이 사장 역시 비난의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구단의 재정 확보’를 위해 트레이드를 감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실제 이를 통해 구단은 재정의 안정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 2010년 3월 넥센타이어와 30억 원 규모의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현재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서브 스폰서로 현대해상의 지원도 이어졌다. 12억 원의 헬멧 광고비를 받으며 수입 폭이 커졌다. 서브 스폰서가 70여 개까지 늘어나 2010년에는 총 150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출은 160억 원으로 10억 원 적자에 그쳤고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결과적으로 이 사장이 추진한 트레이드는 줄줄이 대박을 치고 있다.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던 박병호가 지난해 31홈런을 쳐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이성열은 올 시즌 9홈런으로 SK와이번스의 최정 선수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5월 9일 기준). 지난해 겨울 넥센은 이택근을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영입했고 ‘핵잠수함’ 김병현도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야구광으로 알려진 이 사장이 히어로즈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선수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실제 그는 아마추어부터 고교, 대학 야구 대회를 자주 보러 다니며 분석하는 데도 열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LG에서 운영팀장을 지내며 나도 트레이드를 해봤지만 이 사장이 감이 있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창투사 센테니얼, 현대 대신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30일 오전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조인식에서 신상우 KBO 총재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 대표이사가 합의서를 교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see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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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 센테니얼, 현대 대신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30일 오전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조인식에서 신상우 KBO 총재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 대표이사가 합의서를 교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seephoto@yna.co.kr (끝)
경영 방침·감독상 등 ‘MLB 스타일~’

이 사장이 프로야구단에 도입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감독은 헤드 코치(Head coach)가 아닌 필드 매니저(Field manag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종종 발견되는 형태의 감독상을 한국 야구에 접목했다.

이 과정에서 히어로즈는 또 한 번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 시즌 넥센을 성공 반열에 올려놓은 조력자인 김시진 감독 해임 건이다. 그리고 그해 10월 염경엽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팬들에게는 또 한 번의 배신이자 아픔이었다.

당시 이 사장은 언론을 통해 “창단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대폭적인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갈 리더로 염경엽 신임 감독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선수단과의 소통은 물론 젊은 선수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해 팀 체질을 바꿔 놓은 점은 우리 팀이 거둔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염 감독이 경기의 흐름을 예상하고 파악한 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필드 매니저의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선수단의 컨디셔닝은 물론 소통까지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구단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마케팅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감사 마케팅’이 관심을 끈다. 넥센 임직원과 응원단이 목동 구장에 직접 나가 입장 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이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윗사람부터 팬과 소통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철칙이다.

전문가들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이 사장의 경영 행보를 두고 “기업의 전형적인 인수·합병(M&A) 과정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헐값에 사들인 기업을 M&A 후 연봉 삭감 또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재정을 확보한다. 이후 마케팅 등을 통해 수익을 증대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더 큰 성장을 위해 투자에 집중하는 단계인 것이다.

만약 히어로즈가 보통 구단과 같은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야구계는 여전히 히어로즈의 독자적 경영 방식을 낯설고 의심스러워한다. 어떤 구단 사장은 ‘격’을 운운한다. 그를 가리켜 ‘사기꾼’이라고도 한다. ‘프로야구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질책도 한다. 이 사장이 아직도 구단주 사이에서 겉도는 이유다.

한 스포츠 산업 관계자는 “현재 히어로즈의 후원사가 100개가 넘지만 이를 다 합한 금액이 다른 구단의 반도 안 되는 후원사의 금액과 비슷하다”며 “이는 순수한 스포츠 비즈니스라고 하기 어렵다. 히어로즈가 야구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인 구조라면 구단의 선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구단이 돈을 벌기 위해 이러한 비즈니스를 단행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지금과 같은 운영 방식으로 구단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아시아스포츠산업협회장인 김종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은 “히어로즈에 대한 야구인들의 견제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히어로즈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자생력을 갖춰 나가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자극 받은 것은 인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과 히어로즈는 견디고 있다. 연봉도 정상화했다. 이 사장이 창단 당시 세운 구단의 네 가지 목표를 차근차근 지켜가고 있다. 첫째, 가입비 120억 원을 완납해 KBO 리그 정회원이 된다. 두 번째, 2011년까지 재정적으로 정상화한다. 세 번째, 2013년까지 반드시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한다. 네 번째, 2018년까지 10만 명의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해 한 시즌 1만 명 이상에게 홈구장 연간 회원권을 팔겠다는 것이다. 현재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는 이룬 듯하다.
<YONHAP PHOTO-1886> 넥센 6연승, '우리가 바로 히어로즈'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대 두산 경기
 두산을 9-1로 물리친 넥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3.4.24
    saba@yna.co.kr/2013-04-24 22:31: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넥센 6연승, '우리가 바로 히어로즈'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대 두산 경기 두산을 9-1로 물리친 넥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3.4.24 saba@yna.co.kr/2013-04-24 22:31: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흥행 몰이에 찬물 끼얹은 넥센 팬心
썰렁한 목동 구장…팬 충성도 여전히 낮아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이런 여세에 덩달아 넥센 히어로즈는 팬들 사이에서 ‘엘넥라시코’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1위에 오른 팀의 아성이 무색하게도 넥센 경기를 관람하는 팬은 별로 없다. 시즌 개막 이후 5월 9일 현재까지 야구장을 방문한 넥센 관중은 총 7만5918명, 9구단 중 꼴찌다. 지난 4월 19, 21일 넥센과 LG 트윈스의 목동 구장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입장 관중 3000명을 넘기지 못했다. 신흥 라이벌로 부각되는 넥센과 LG의 열기는 예상보다 썰렁했다. 더구나 홈팀 넥센은 5연승의 상승세를 구가하던 중이었다.

반면 전국구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가 원정 팀으로 나선 4월 19일 인천 문학 구장은 개막전 이후 두 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같은 날 꼴찌에서 허덕이는 한화 이글스가 원정으로 방문한 잠실 구장도 2만2051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충성도 높은 한화 팬들이 외면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전통의 영남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대구 구장도 개막전 이후 가장 많은 9720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어떤 차이일까. 바로 ‘충성 팬’이다. 꼴찌를 달리는 한화 이글스의 현재까지 관중은 11만5447명이다. 구단 중 4위다.

목동 구장이 썰렁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해부터 목동 구장이 입장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넥센의 좌석 배치도를 살펴보면 지난 시즌보다 좌석 분류 등급이 3개가 늘어났다. 그리고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시즌 일반석과 동급이랄 수 있는 내야석(주황색 부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주황색 좌석의 비중이 약 70% 정도였다면 올 시즌에는 주황색 좌석의 비중이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 대신 지난 시즌 주황색 내야석(일반석)이 차지하던 부분은 지정석 C(1, 3루)라는 새로운 등급이 생겼다. 내야석 요금은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대신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지정석 C는 평일 1만3000원, 주말 2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3000원이 올랐다. 그렇다고 야구장으로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두드러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전히 넥센 팬들의 저변이나 충성도는 기존 구단에 비해 상당히 미약하다. 심지어 개막 13연패 수렁에 빠졌었던 한화 이글스는 연패를 당하고 있을 당시에도 홈구장인 대전 구장에 6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 만큼 팬들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포츠는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아야 한다”며 “습관적인 관람을 하는 관중을 늘리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객의 습관적 소비성향과 관람 성향을 축적하는 것은 1000명 관중을 끌고 오는 마케팅보다 200명을 다섯 번 데리고 오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입장권을 할인해 주기보다 쿠폰을 발행해 다시 오게끔 하는 방법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할인 대신 쿠폰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또한 구단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좋다. 넥센의 ‘턱돌이’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구단의 경우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는 특성상 관중몰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구단은 충성심이 높은 팬 확보는 물론, 마케팅 역량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