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투자 자문사가 실적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삼호SH투자자문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투자 자문사가 성장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펀드 수익률이 시장을 이기는 것’이다. 불과 2~3년 전 3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운용 자금은 벌써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성장의 비결은 최남철 대표의 합류였다.

최 대표는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다. 1988년 푸르덴셜자산운용에 입사한 그는 1998년 수석 펀드매니저를 맡아 바이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높은 수익을 냈다. 그 결과 1996년에는 영국 펀드 평가 회사로 유명한 마이크로팔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 펀드상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미국 펀드 리서치 회사 리퍼가 평가한 외국인 전용 펀드 부문에서 수익률 1~3위를 싹쓸이했다.

2008년에는 직접 바이오 신약 기업 대표를 맡아 경영에 참여한 후 이때의 경험을 살려 2010년부터 삼호SH투자자문을 ‘헬스 케어 산업 특화 운용사’로 키웠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확실히 ‘성공적’이다.
최남철 삼호SH투자자문 대표, “확 달라진 헬스 케어 산업 눈여겨봐야”
대표님께서는 시장에서 ‘헬스 케어 산업의 전도사’로 불립니다. 언제부터 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헬스 케어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습니다. 2007년의 일입니다.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 간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이미 병원에서도 포기해 손쓸 방도가 없었습니다. 딱한 마음에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던 한 바이오 벤처기업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그 기업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습니다.

당시는 황우석 사태로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암흑기였습니다. 분명 희망은 있는데 투자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회사 측에서 제 경력을 알고 도움을 청했던 것이죠. 고민 끝에 기업을 맡게 됐지만 저 역시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헬스 케어 관련 기업 거의 모두가 사기꾼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생명공학 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헬스 케어 산업에서 일하는 의사·간호사와 생명공학 전문가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몸으로 배운 게 지금은 크나큰 자산이 됐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헬스 케어에 특화된 운용사를 일궈 보겠다는 열정으로 삼호SH투자자문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시장에선 아직 헬스 케어 관련 종목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것에 투자하는 일은 단지 헬스 케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20년 전 저는 한 자산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로 일했습니다. 당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주식에 투자했다가 감사실에 불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어떻게 이리 위험한 주식을 펀드에 10%나 담고 있느냐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7년 동안 그 주식은 50배나 올랐습니다. 산업의 발달 과정을 먼저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집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부를 쌓았고요.

한국의 헬스 케어 산업도 현재 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헬스 케어 산업이 커다란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투자를 하기에는 낯설고 왠지 불안해 보이는 것이죠. 일종의 ‘낯가림’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헬스 케어 주식들의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수익 기반이 확고하지 못한 데다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평가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또 시가총액이 적다 보니 수급상 기관 선호 종목도 아니어서 자연히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가능성과 잠재력마저 외면한다면 큰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최남철 삼호SH투자자문 대표, “확 달라진 헬스 케어 산업 눈여겨봐야”
말씀처럼 헬스 케어 산업이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가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또 치료(cure)에서 관리(care)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웰빙(wellbeing) 바람이 가세하고 있고 정보기술(IT)·나노와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더 큰 성장의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0년 81조 원에 달하던 국민 의료비가 2020년에 가면 210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헬스 케어 산업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대기업들이 잇달아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헬스 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죠. 최근 대학교의 생명공학과 출신들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고요. 이는 헬스 케어 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만드는 가장 좋은 신호입니다. 1970~1980년대 전자공학과 붐이 일어나면서 그 뒤 한국이 글로벌 IT 강국이 됐던 경험을 되새겨볼 때입니다.

참고로 보스턴에 있는 웰링턴 헬스 케어 펀드의 지난 13년간 누적 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의 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헬스 케어 주식의 수익률이 여전히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죠.

현재 전체 산업에서 헬스 케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은 헬스 케어 산업이 전체의 12%를 차지하고 일본은 10%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은 그 비중이 고작 2%에 불과합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헬스 케어 산업이 일천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5년 후에는 일본 정도의 비중으로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20조 원 정도의 시가총액이 100조 원 정도로 커질 수 있는 것이죠.

현재 헬스 케어 산업의 주도국은 어디인가요.

미국·영국·일본입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을 양대 축으로 하는 생명공학 단지는 미국경제의 활력소인 동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 500개, 보스턴에 300개 이상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입주해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신약은 1600개에 달하며 관련 특허만 5000건이 넘습니다. 또 매년 13억 달러 이상의 벤처 자본이 바이오 기업에 투자돼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영국은 1970년대 초 케임브리지 시 정부 주도하에 케임브리지 바이오클러스터가 탄생했습니다. 현재 300개의 기업이 입주해 3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글락소·셀텍 등과 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여기서 탄생했습니다.

한국의 헬스 케어 산업이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 미국·영국·일본에 비해 업력이 짧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5년 이상 앞서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분자 진단 분야에서도 로슈를 5~10년 이상 앞서고 있는 것은 큰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세계 최초로 2개의 치료제를 상용화했고 현재 20개 이상의 제품이 임상 과정에 있거나 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3년 정도면 뇌성마비, 알츠하이머 치매, 황반변성에 의한 실명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암 등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유해 단백질의 합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유전자 간섭 치료 기술(RNA Interference) 분야에서도 한국이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장비 분야도 아직은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필립스·애보트 등에 많이 뒤져 있지만 한국의 최첨단 IT와 접목하면 이 분야에서도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최남철 삼호SH투자자문 대표, “확 달라진 헬스 케어 산업 눈여겨봐야”
투자는 산업의 성장세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업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헬스 케어 기업을 찾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신발이 닳도록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헬스 케어 기업의 특성상 재무제표 분석보다는 기술성 평가와 향후 성공적 시장 진입 가능성, 진입 시기, 경쟁 관계, 미래의 수익 창출 능력, 경영진의 전문성·합리성·도덕성 등 수많은 변수들을 점검하려면 지속적인 현장 방문과 면담을 통한 점검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전해주는 수평적 정보만 믿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업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균형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감각(intuition)입니다. 될 성싶은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고 적기에 베팅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삼호SH투자자문 고유의 다중 분석 모델과 PEG 모형을 실전 운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산업에 종사해 본 제 경험이 큰 자산이 되고 있으며 그 외에 의학 전문가, 생명공학 전문가 등 회사 내부의 인력을 활용해 크로스 체크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님 취임 후 회사가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헬스 케어 전문 운용사’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2년 전 대표를 맡았을 때 아직 신설 회사여서 영업 기반, 자산 기반이 취약했습니다. 150개가 넘는 투자 자문사가 난립하고 있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한 레드오션(red ocean)에서 생존하려면 나만의 특화 전략, 즉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헬스 케어 산업, 이제 막 개화되고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에서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투자 자문사는 음식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작은 음식점에서 20여 가지 메뉴를 만들다 보면 모든 음식이 맛이 없게 됩니다. 차라리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메뉴에 특화하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메뉴를 찾는 틈새 고객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운용 목표를 1500억 원으로 설정했고 향후 3000억 원 정도에서 더 이상 운용 규모를 키우지 않을 계획입니다. 한국의 헬스 케어 시장 규모에서 알차게 양질의 운용을 하자면 그 이상의 규모는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과거에 투자신탁 국제부에서 12년간 글로벌 운용을 해 본 경험을 살려 외국의 헬스 케어 전문 운용사와 제휴해 글로벌 헬스 케어 운용사로 발돋움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입니다.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요.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 이후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움직임입니다. 그러나 Fed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채찍과 당근(carrots & sticks)의 수사학을 구사하면서 시장을 조절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지천에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일시적 쇼크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한국 등 이머징 주식시장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도 기회는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과 함께 채택되고 있는 정책 변화입니다. 경제 민주화, 창조 경제가 던지는 화두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맥킨지 한국 보고서가 시사하듯이 한국은 더 이상 전통 산업에 의존해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창조 경제에 50조 원의 마중물이 쏟아부어질 예정입니다. 각종 정부의 지원과 후원이 뒤따를 것입니다.

이제 투자의 시각을 달리 가져야 합니다. 창조 경제에 맞는 창조 투자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MB 정부에서 대기업 우대 정책의 결과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과 전차 군단의 신화를 만들었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소기업과 코스닥의 전성기가 될게 분명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1조 원어치를 매수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향후 5년은 지난 14년간 바닥을 기면서 상승 에너지가 응축된 코스닥 시장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