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를 주목하는 이유, 업황‘ 맑음’…‘ 생존’서‘ 성장’으로 전환
최근 SK하이닉스에 주식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외국인 매수세가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7일부터 2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총 5조7771억 원어치를 팔았지만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총 193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매수 종목 전체 1위다. ‘셀 코리아’ 우려가 지속되던 시기에 매수 물결이 이어져 관심을 받았다.

한경비즈니스가 지난 916호에서 하반기 경제 전망을 했을 당시 7인의 투자전략팀장 중 3명이 추천한 하반기 유망 종목이 바로 SK하이닉스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보기술(IT)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추천 종목으로 SK하이닉스를 꼽았고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엔·달러 환율 등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3분기 안도 랠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IT 등 경기 민감주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를 첫 번째로 꼽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실적 호전과 밸류에이션 메리트’를 이유로 같은 종목을 추천했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 ‘매수’ 리포트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중이다.

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합병(M&A) 되기까지 부침을 겪었다. 실적으로는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러 차례 위기의 겪으며 ‘어려운 기업’으로 인식되던 SK하이닉스를 증권가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대외적 요인으로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호조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수요가 증가했지만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D램은 2012년 시장 규모가 264억 달러에서 올해 311억 달러로 약 1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은 전년 대비 11% 역성장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모바일 D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업체들이 공급 조절에 나선 반면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늘면서 D램 공급 부족이 지속돼 2~3분기 메모리 업황은 예상 대비 호조”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주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매출 비중으로 볼 때 7 대 3으로 주로 D램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D램 공급 업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진영(엘피다 인수) 등 3강 체제다. D램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다. 전체 D램 시장에서 2012년 1분기 24%, 2013년 1분기 25.7%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D램도 23%의 비중을 갖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난립하던 업체가 최근 3개 진영으로 정리되고 과거에 비해 ‘묻지 마 경쟁’이 줄어들면서 공급 증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하는 SK하이닉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를 주목하는 이유, 업황‘ 맑음’…‘ 생존’서‘ 성장’으로 전환
중국 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 또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D램 가격은 작년 12월 0.8달러에서 올 6월 1.55달러로 껑충 뛰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종전 최고치인 2010년 2분기 매출 3조2800억 원, 영업이익 1조160억 원에 육박하는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는 기술력이 있어도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아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경쟁력이 돋보이는 상황”이라며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올해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조6000억 원과 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주식 시장을 보면 이러한 실적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IT 우량주 삼성전자가 최근 130만 원 수준까지 급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 27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1.32% 오른 3만650원에 장을 마감했고 연초 대비 15% 이상 올랐다. 반도체 업종이 변동성 장세에 내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반도체 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업종 호황의 날개를 달고 IT 업종 최선호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적 요건과 함께 SK하이닉스 내부 경쟁력 강화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선 신규 거래처 확대에 주목할 만하다. 장희종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해외 매출 지역별 비중 중 1위를 차지하는 곳은 미국(38%)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수급에 힘을 기울였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맞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D램, 멀티 칩 패키지(MCP), 임베디드 멀티 미디어 카드(eMMC) 등 모바일 제품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중고가 스마트폰에 쓰이는 부품인 eMMC는 기존 삼성전자·도시바에서 시장점유율도 확고한 편이었지만 SK하이닉스도 최근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 기기 수요 증가가 부품 업체들에 좋은 소식”이라며 “과거에는 D램 하면 PC용 제품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바일·게임기·셋톱박스·스마트 기기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방향성에 맞춰 생산 및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주로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도시바·엘피다 등 제품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장기 관점으로는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적기에 맞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술 경쟁력’이 필요하다. 반도체에서 말하는 경쟁력은 나노급 기술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기술 경쟁력 제고에 공을 들여 왔다. 특히 미세 공정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모바일 D램을 포함한 모든 D램 제품군에 20나노급 공정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20나노급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8기가비트 LPDDR3 (Low Power DDR3)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10나노급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컨트롤러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컨트롤러 개발 업체인 LAMD를 인수하기도 했다. 원래 SK하이닉스는 자체적인 컨트롤러 기술이 없었지만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반도체 호황·내부 경쟁력 ‘쌍끌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선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최근 SK하이닉스 내부 경쟁력은 투자 확대로 설명된다. 지난해 연간 시설 투자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총 3조8500억 원을 사용하면서 미세 공정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좋지 않고 해외 경쟁사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와 제3자 배정으로 자금을 마련해 투자에 나섰고 그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시설 투자와 M&A 등 굵직한 전략들은 하이닉스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로 탈바꿈한 이후 변화된 상황이다. SK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진출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판단에서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M&A를 단지 ‘몸집 불리기’가 아닌 그룹 성장 동력의 ‘키’로 활용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그룹 편입 이후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고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M&A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회사로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룹의 힘을 받으면서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과거 ‘생존’에서 현재는 ‘성장’ 모드로 분위기가 전환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이러한 내부 변화에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6월 21일 신용 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SK하이닉스의 회사채 신용 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