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이 구상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삼성과 애플이 곧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삼성은 9월 4일 베를린에서 손목시계형 기기 ‘갤럭시 기어’를 공개합니다. 갤럭시 폰과 연동하는 액세서리 기기죠. 애플도 올가을 웨어러블 기기를 발표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애플이 공식 확인해 준 것은 아니지만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금년 가을부터 내년 사이에 혁신적인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겠다”고 밝힌 터라 기대가 큽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음성 중심의 기기로 진화할 듯
삼성 갤럭시 기어에 관해서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삼성 측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어떤 기기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3가지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첫째, 갤럭시 기어는 손목시계형 액세서리 기기입니다. 둘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습니다. 셋째, 갤럭시 폰과 마찬가지로 음성 기능을 갖춰 음성 명령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손목시계에 스마트폰 기능 몇 가지를 얹은 기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독립된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액세서리’라고 말합니다. 액세서리란 점에서는 전에 소니와 LG전자가 내놓았던 스마트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큼직한 손목시계 화면을 닮은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는데, 그렇다면 ‘워치폰’이 아니라 ‘액세서리’가 맞습니다.

손목시계형이라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야 제격입니다. ‘플렉서블’은 화면이 휘어졌다는 뜻이니까 손목을 빙 두르는 제법 큰 화면이 가능해집니다. 폰과 연동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시계폰(워치폰)’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디자이너가 소문을 듣고 만들어 본 콘셉트 디자인을 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는데 펼치면 화면 크기가 아이폰 5와 비슷합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시기상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손목시계형 기기에 적용하면 워치폰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품질이 상용화할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손목에 두르기 위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면 충분히 얇고 가벼워야 합니다. 패션 액세서리로도 가치가 있어야겠죠. 게다가 배터리 수명이 길어야 하고 열이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길게 보면 웨어러블 기기는 굳이 머리 숙여 화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웨어러블 기기라면 움직이면서 사용하는 걸 전제로 하는데 화면이 있으면 정지해야 합니다. 정지하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죠. 그렇다면 진화 방향은 음성입니다. 사람이 말로 물어보거나 명령을 내리면 기기가 답변하고 명령을 실행한다는 뜻입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음성 중심의 기기로 진화할 듯
애플과 구글은 이미 이쪽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2010년 4월 시리라는 회사를 인수해 이듬해 음성인식 개인 비서 시리(Siri)를 내놓았습니다. 홈 버튼을 두 번 연속 누르고 말로 물으면 말로 답해 주는 기능입니다. 구글도 같은 해 기존 음성 검색을 활용한 지능형 개인 비서 ‘구글나우(Google Now)’를 내놓았죠. 시리든 구글나우든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 기어를 내놓으면 삼성-애플 간 ‘웨어러블 기기 경쟁’도 본격화됩니다. 애플 기기는 손목시계형이 아니라 시리 음성 개인 비서 기능을 활용하는 팔찌형 기기, 나이키 ‘퓨얼밴드’를 닮은 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과 음성인식 개인 비서 기능이 플렉서블 기기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는 묻지 않아도 기기가 주인의 의도를 간파해 알려주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