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16년에 G1에 올라설 것이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 ‘정글만리’에서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이면을 분석하기 위해 20년간 자료를 수집, 100여 권이 넘는 취재 파일을 만들었다. ‘정글만리’는 문학의 틀로 중국을 이해하는 소설이자 심층 보고서인 셈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추석을 맞아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수치로 미래를 말하는 증권 전문가와 작가의 혜안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증권가 25년 차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팬’을 자처하며 조정래 작가를 찾았다. 이 센터장은 한 시간 반 남짓 ‘선생님’에게 귀를 기울였고 조 작가는 이에 화답하듯 물 한잔 마실 틈 없이 쉬지 않고 답변을 토해냈다.
[스페셜 인터뷰] “중국의 분열? 서구인들이 헛다리 짚는 거죠”
이종우 센터장(이하 이 센터장) 중국은 변화가 빠르고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소설로 그려내기가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조정래 작가(이하 조 작가) 똑같은 중국을 보더라도 ‘작가의 치열성’을 가지고 보면 쓸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죠. 소설을 쓰기 위해 5차 자료까지 만들었습니다. 1차 자료는 잡지·신문에서 모은 중국 관련 자료로 90권에 달합니다. 2차 자료는 중국 경제 변화와 현실에 대해 쓴 외국 자료를 섭렵했고 그중 스물댓 권을 뽑아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분석했죠. 그것을 머릿속에 넣고 취재 현장에 가서 증언을 듣습니다. 종합상사 이야기를 듣기 위해 포스코도 찾아가고, 그렇게 5차 자료까지 만든 후 머릿속 구상을 총정리해 글을 쓴 겁니다. 준비 과정만 20년이 걸렸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죠. 사람들을 어떻게 감동시켜요.

이 센터장‘정글만리’만 20년이 걸렸다고요?

조 작가 처음 쓰게 된 계기가 ‘아리랑’ 취재 차 1990년 중국을 방문하면서입니다. 평소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몰락하는데 왜 중국은 건재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가 보니 밥상을 차려 놓은 것처럼 눈에 보이는거예요. 상점마다 쌀이 남아돌고 물건이 꽉꽉 들어 차 있어요. 덩샤오핑 개혁·개방 10년의 결과 물적 토대가 만들어진 겁니다. 10년 만에 13억 인구가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향후 20~30년 후 중국이 어떻게 될까. 21세기의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경제 기관에서는 2050년이 돼야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2010년 이미 G2가 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죠. 덩샤오핑도 2030년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년 동안 8번 정도 중국에 다녀왔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건 2년 전입니다.

이 센터장 처음 방문했을 때와 8번째 방문했을 때 차이점이 있다면요.

조 작가 처음엔 베이징과 소도시 모두가 중심가를 벗어나면 비포장도로였습니다. 몽골 방향으로 900리 도로를 달렸는데 앉아 있을 수가 없었죠. 도로 포장률이 5%밖에 안 됐습니다. 지금은 비포장도로가 5% 수준입니다. 50층 100층짜리 건물들도 그땐 없었죠. 중국 5000년 역사의 중요성을 소설에서도 얘기하고 있는데,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한국 사람들의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중국은 짝퉁 천국이다, 더럽다”고 말하면서 무시하잖아요. 중국에 가서 한국 사람들의 장점을 물으면 똑똑하고 열심히 한다고 말합니다. 단점을 물으면 자세를 언급해요. ‘잘난체한다’, ‘제 스스로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무서운 소리예요. ‘만만디’라는 중국 특유의 문화를 보며 게으르다고 말하지만 그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1990년에만 해도 옌볜이나 베이징에서 기차로 27시간이 걸려요. 그 지구력이 만만디를 만든 겁니다. 대륙에서 생존의 조건일 뿐 중국 사람들이 돈 앞에선 얼마나 재빠른데요. 40년을 앞당겨 G2가 됐는데, 게을렀다면 됐겠습니까. 모두 눈을 부릅뜨고 잘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대목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덩샤오핑 집권 전 농민 인구가 당시 12억 인구 중 85%였습니다. 그 중 개혁·개방으로 도시화·산업화되면서 1억 인구가 근로자가 됐죠. 정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1억 명입니다. 선진국에서 20년간 운동화·셔츠 등 값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중국의 힘입니다. 또 2억5000만 명의 농민공(농촌 출신 근로자)들이 비포장도로를 포장으로 바꾼 주역이죠. 도시화 과정에서 3억 명의 농민공이 저임금으로 들어올 겁니다. 이게 바로 중국을 발전시키는 힘이에요. 세계 석학들이 중국의 내일을 얘기할 때 놓치는 핵심이 중국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중국의 분열? 서구인들이 헛다리 짚는 거죠”
이 센터장 서양인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그렇겠죠.

조 작가 동양 사람이라도 미국 유학 다녀온 사람은 미국식으로 생각합니다. 서양에서는 민주주의와 직접 투표를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시각이 아닌 인민 시각에서 봐야 해요. 중국 14억 인구 중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마오쩌둥 시절 대약진운동을 하고 그 시절을 벗어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맞았는데 첫째는 법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한 것. 둘째는 이주와 결혼의 자유가 생긴 것. 셋째는 달러 규제 없이 쇼핑과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등입니다. 그 정도로 보장해 주기 때문에 당이 더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 거죠. 부정하다고 욕하지만 한편으론 관대해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낙관주의적 사람들인데 서구에서는 헛다리를 짚고 있어요.

이 센터장 중국이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자본주의지 않습니까.

조 작가 정치만 제외하고 자본주의보다 더한 자본주의죠. 앞으로는 더할 겁니다. 내수 시장으로 경제 발전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이미 시작됐잖아요. 마오쩌둥이 경제 혁명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빈부 격차 해소와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사회혁명의 시대가 왔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인물이 누가 될지가 관심사죠. 이 두 문제만 해결하면 중국 공산주의는 100년도 더 넘게 유지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이 센터장 취재하면서 중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나요.

조 작가 가장 먼저 칭다오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진출해 온 중소기업을 만났습니다. 한국 신문에서 4~5년 전부터 계속 보도한 게 10년 전, 15년 전부터 나간 기업들이 다 망했다는 것이었죠.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극중 하경만이라는 사람은 실존 인물입니다. 실명에서 한 글자만 바꿨죠. 이 사람에게서 해답을 구했고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려면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명을 썼어요. 결국 필요한 건 친화죠. 사람과 문화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센터장 기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했던 것과 향후 진출하는 모양새는 달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작가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돈을 벌려는 다급함 속에 움직였지만 중국이 경제 토대를 갖춰 나가는 상황에서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중국만 ‘짝퉁’이 있나요. 국내에서도 호주산이 국산으로 둔갑되는 사례가 계속 나옵니다. 단 정도의 차이가 있고 종류가 다를 뿐이죠. 소설에도 있지만 중국 교통사고 건수가 엄청나다고 나오는데 인구 비율로 봤을 때 한국이 더 높죠. 우리만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한 답이 나오지 않아요. 겸손해야 합니다. 또 기여하라는 거예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명품 회사들이 연말에 사회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서 지적했잖아요.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1000원을 벌었으면 10원이라도 내놔야 합니다. 액세서리를 만드는 하경만이 그렇게 하잖아요. 꾸준히 친화하면서 “우리는 돈만 벌러 온 게 아니다. 함께 형제로 잘 살고 싶은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스페셜 인터뷰] “중국의 분열? 서구인들이 헛다리 짚는 거죠”
소설에서 전대광은 1차적 주인공일 뿐입니다. 선발대로 최전방에 서 있고 기반을 닦아 놓았죠. 20대 30대가 주인공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미남인 송재형이 중국의 미녀와 골인하는 결론을 만든 겁니다. 얼마나 상징적입니까. 그렇게 애정을 나누는 것처럼 친화력을 쌓아야만 중국과 오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경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이 총 26%를 넘어가기 시작했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은 16% 이하로 줄어들고 있어요. 일본은 5~6%로 줄었고요. 소니가 무너진 이유를 굳이 소설에 쓴 이유는 기술 격차가 없어지면서 중국이 일본보다 한국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특히 ‘한류’라는 뒷배경이 있죠. 백범 선생이 “우리나라가 힘센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문화 대국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실제로 한류가 아프리카까지 세계로 뻗어가고 있어요. 한류가 제일 먼저 시작된 게 중국입니다. ‘대장금’이 시작이었어요. 충칭대 물리학과 학생들과 얘기해 보니 중국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와 스토리텔링에 감동하고 있어요. 중국에는 그런 아기자기한 면이 없어 감동을 주는 겁니다. 한국의 문화 감각에 놀라면서 강소국이라고 말해요. 5000만 인구에서 왜 이렇게 잘하는 게 많으냐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이 5000년 역사에서 외침을 1000번 받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남은 종자들이라는 겁니다. 생존 욕구가 강하고 생존 DNA가 있는 민족이죠.

이 센터장 지금까지 중국에 주로 자본재를 팔았다면 앞으로는 소비재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보십니까.

조 작가 무한대 아니겠어요. 소설에서도 14억 망망대해의 소비 시장이라고 했고 앞으로 20~30년 중국에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전대광이 하는 사업 아이템은 모두 제 아이디어입니다. 취재하다 보니까 선제 시장을 파고들어 특화하면 성공할 아이디어가 보이더군요. 이랜드도 중국에서 고가 전략을 펴면서 대학생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죠. 1970년대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길바닥에 돈이 굴러다니는 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팔 게 많다는 거예요. 코끼리밥통이 대표적이죠. 지금 중국이 그렇습니다. 특히 소비재는 구멍이 숭숭 비어 있는 곳이 많아요. 내의, 돈지갑, 배꽃 이화 등 다 제 아이디어죠. 분유도 중국 시장으로 가야 합니다. 이영애를 모델로 쓰고 소황제·소공주에게 먹인다는 콘셉트로 나가 보세요. 100%입니다.

이 센터장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소비재에 강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리온만 해도 한국 매출보다 중국 매출이 더 많죠. 홈쇼핑도 한국만 유일하게 성공했고요.

조 작가 한국 사람들의 센서티브한 부분입니다. 또 한 번 생각하면 행동에 옮기는 결단력과 추진력, 중국과 친화하려는 노력 등이겠죠. 현지에 진출한 기업 실무자들을 보면 중국어도 정말 잘해요. 일본이나 미국·독일·프랑스에서는 다 영어로 통역을 쓰는데 한국 사람들은 통역이 필요 없어요. 중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요.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단 근세사에 들어와 굴욕의 세계를 보냈다고 생각하고 다시 복구하려는 욕구가 엄청나가 강하죠. 그것을 계속 당이 교육해요.

이 센터장 그런 것들을 한국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조 작가 한국 사람이 눈치가 빨라 현지화를 잘해요. 현대차만 해도 현지에서 여론 조사를 해서 그들만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었어요. 중국에서만 팔고 있죠. 금호고속도 좋은 케이스예요. 중국의 거대한 땅에 지방과 지방이 연결되기 위해선 앞으로 30년이 걸리는데 그 틈새에 버스가 들어가야 해요. 금호가 그 시장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 한국식 서비스를 했어요. 중국이 서비스 정신은 부족하잖아요. 비행기가 3시간, 4시간 연착해도 방송도 안 하는 곳에 가서 짐을 실어 주고 단 한 사람만 와도 정시에 차가 출발하니 탄복하는 거죠. 그러니까 뿌리를 박고 들어가는 거예요. 소자본을 가지고 갈 수도 있어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주자면 삼계탕 가게를 하면 돼요. 일본 사람들도 한국에 와서 삼계탕 집은 꼭 들러요. 인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세계가 다 아는데 한국 인삼이 최고죠. 중국에 음식 종류가 수천 가지인데 삼계탕이 없어요. 중국 넓은 땅덩어리를 빌려 토종닭 오골계를 풀어 놓는 거예요. 평균 33㎡(10평)에서 뛰어논 특별한 닭들이라고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만 팸플릿을 돌려도 전국 체인이 만들어져 10년이면 몇 백억 원을 벌 겁니다. 하경만이 12년 전에 액세서리 공장을 시작할 때 3만 달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300억 원, 1000배가 늘어났어요.

이 센터장 중국이 미국을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 작가 G2에서 G1이 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2016~2018년이라고 전망했어요. 농민공들을 보면서 이것을 확인했죠. 2억5000만 농민공이 노동자가 되고 싶어 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저임금으로 계속 일할 수 있어요. 이들이 정기 근로자가 돼서 월급을 받으면 중산층이 되는 겁니다. 인력 자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예요.

이 센터장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보십니까.

조 작가 미용과 화장품도 성공할 수 있는 분야죠. 성형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온 것도 중국의 현실입니다. 중국 여성 인구 7억 명 중 화장하고 싶어 하는 인구가 5억 명인데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이 센터장 저는 중국에 갈 때마다 BB크림을 사 가지고 갑니다.

조 작가 1980년대에만 해도 스타킹을 선물로 가져갔어요. 남자들에겐 가스라이터가 인기였죠. 또 중국은 한국 식품에 대한 신뢰가 커요.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으면서 중국 부자들이 홍콩에 가서 수입품을 사는데 한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곳이 중국에 진출하면 100% 성공이에요. 분유 먹는 아이들이 3000만 명으로, 한국 시장의 100배예요. 빨리 가야 합니다.

이 센터장 한국의 젊은이들이 중국에 유학 가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 작가 가야죠. 우리 손자도 중학교 1학년인데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추천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청대에 건륭제와 무굴왕국 당시가 아시아가 세계적으로 힘이 가장 강했던 때입니다. 지금 이렇게 발전하면 그때 이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긴 역사와 근대사를 포함해 총체적으로 알아야 해요. 그들이 왜 그렇게 발전했는지부터 문화가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자는 의미에서 소설에 역사를 포함했죠.
[스페셜 인터뷰] “중국의 분열? 서구인들이 헛다리 짚는 거죠”
이 센터장 중국이 계속 발전하니까 미국이 계속 태클을 걸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조 작가 군사력으로 하겠죠.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번에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일본 일장기가 등장했죠. 한국은 일본이 참여한 걸 뒤늦게 알았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어요. 중국에서 이걸 보면 동맹한다고 해놓고 결국 우릴 치러 들어오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도자기점에서 쿵푸를 한다’고 표현한 겁니다. 도자기점에서 쿵푸를 하면 다 박살이 나는데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견제하지 말고 등거리 외교를 해야죠.

이 센터장 ‘태백산맥’, ‘아리랑’을 읽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에는 열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조 작가 그들의 책임이 아니고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권 집행자들의 책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슬픈 역사를 가진 국가가 없습니다. 우리가 첫 번째고 두 번째가 유대인이에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죠. 역사를 모르면 비극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우리처럼 험한 역사일수록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어느 순간 아문 것처럼 느껴지면 소금을 뿌려서라도 아픔을 느껴야 해요. 소금 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작가입니다. 역사를 환기하는 단계에서 자아의식과 정체성도 생기는 겁니다.



정글만리는?
작가 조정래가 ‘허수아비춤’ 이후 3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한국·중국·일본·미국·프랑스 등 5개국 비즈니스맨들의 경제 전쟁 이야기다. 소설은 중국 주재 상사원 전대광이 상하이국제공항에서 한국 의사 서하원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능한 의사였지만 의료 사고를 일으킨 서하원은 전대광의 뒤를 봐주는 중국 세관 고위 관료의 의뢰로 상하이 한 병원의 성형외과로 취직하고 재기를 꿈꾼다. 중국 주재 포스코 직원인 김현곤은 전대광과 함께 수주한 프로젝트가 중국 내 알력 싸움으로 무산되자 서부 시안으로 좌천되지만 시안에서 큰 프로젝트를 따냄으로써 도약한다. 이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중국계 미국인 왕링링은 미모와 거침없는 사업 수완으로 상하이 재계에서 화제가 된다.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은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리옌링을 만나면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각 인물들은 사업·인척·연애 등으로 얽히고설키며 개혁·개방 이후 ‘정글’로 변한 중국에서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을 보여준다. 작가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바라보며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대담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