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준 텔레톡비 대표

혹시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쓴 경험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자. 사람에 따라서는 TV를 보면서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스마트폰으로 나누거나 드라마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이나 배경 장소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하여간 관련된 행동을 한다. 이번에 소개할 텔레톡비라는 회사는 TV를 시청하는 중에 일어나는 이런 관련 행동에 관한 서비스다. 이왕 같은 프로그램을 본다면 그 사람들끼리 일종의 동일 프로그램에 대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형성돼 대화도 나누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여기에서 어떤 의미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까.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텔레톡비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갖고 시작됐다.


재수 시절 창업을 계획하다
서동준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홍익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재수를 할 때 그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기숙사형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하루 종일 갇혀 있다시피 한 생활을 하면서 어찌 하루 종일 공부만 하겠는가. 지쳤을 때, 지루할 때 그는 틈만 나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어느새 방대한 아이디어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냥 기록만 남긴 게 아니라 이 중 한 아이디어를 갖고 그는 특허 출원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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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한테 돈을 빌리고 갖고 있는 돈도 끌어 모아 200만 원으로 특허를 신청했죠.” 무엇에 대한 특허인지 물었다. “휴대전화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이 아바타가 위치 기반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나처럼 활동하는 그런 것이었어요.”

그러면 그 아이디어로 창업했을까. 그렇지 않다. 특허 출원이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은 특허 자체가 비즈니스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대학에 입학도 하기 전인 2012년 1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창업했지만 다들 창업하겠다고 모여 앉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우리가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결국 창업 멤버들이 내린 결론은 ‘흩어져서 배우자, 그리고 다시 모이자’였다. 외부의 평가와 함께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은 외부의 각종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에 적극 참여했다. 2012년 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2등에 올랐고 2012년 5월 서울대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는 1등에 뽑히기도 했다.

서울대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이들이 발표한 아이템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팬들끼리 채팅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였다. 그런데 기존 인터넷 TV 또는 인터넷 동영상 포털 서비스와 다른 점은 경기를 보면서 곧 벌어질 경기 내용을 예측하는 게임 기능을 붙였다는 점. 즉 이번에 타석에 등장한 타자가 안타를 때릴지, 삼진을 당할지, 사구로 걸어 나갈지, 홈런을 칠지 등을 4지선다형 또는 5지선다형으로 문제를 내고 맞히면 포인트를 쌓게끔 하는 그런 서비스였다.

서 대표는 이처럼 각종 대회에 나가고 외부 강연도 열심히 듣던 중 프라이머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벤처기업 온오프믹스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온오프믹스에서 일하면서 일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왕 경험을 쌓는 거 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1년 정도 일할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엉덩이가 들썩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나가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사업화하자고 결심했죠.”

프라이머 창업자이자 스타트업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와 만나는 기회도 갖게 됐다. 물론 그가 개인적으로 권 대표를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창업할 계획인데 투자를 받고 싶다’는 취지의 e메일을 그가 권 대표에게 보낸 것. 그런데 권 대표는 화끈하게 ‘만나서 얘기합시다’라고 화답했고 바로 만나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프라이머를 만나면서 창업이 구체화됐다. 8월에 사무실을 구하고 팀 빌딩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팀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모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 중심으로 모여야 일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텔레톡비는 우선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가 서비스의 방향에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0월, TV를 보면서 채팅을 즐길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출시했고 구글플레이를 통해 공개했다. 조용히 진행했지만 1200건이 다운로드됐고 채팅방만 5000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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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특히 채팅방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쓰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돈 5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프라이머로부터 2000만 원의 투자를 받았고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창의도전형소프트웨어 R&D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행운도 있었다. 그 덕분에 6개월 동안 7000만 원이라는 제법 큰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에서 하는 스마트 앱창작터 지원 사업에서 40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올 6월 28일 출시된 텔레톡비는 처음에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나왔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이른바 ‘소셜 TV’ 시장. 소셜 TV 시장은 TV를 시청하면서 감정이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 상호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이 글의 모두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졌지만 실제로 리서치 기관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TV 시청 중 스마트폰으로 SNS 웹서핑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86%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TV를 보면서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라고 텔레톡비는 해석한 것.


TV 보면서 소통하고 싶은 심리 이용
텔레톡비 서비스는 간단하다. 앱을 설치하면 방송편성표를 기반으로 TV 프로그램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면 TV를 보면서 채팅할 수 있는 창이 뜬다. 실시간 방송이 아닐 때에는 게시판을 이용하면 된다.

사용자의 이런 수요가 있다는 것을 물론 다른 회사들이라고 몰랐을 리 없다. SBS콘텐츠허브에서는 쏘티라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 서비스는 SBS 프로그램만 제공하고 주로 댓글 달기에 치우쳐 있다. 캐치티비와 겟글루 등도 기존에 나온 서비스들이다. 캐치티비는 드라마와 관련된 프로그램만 있고 겟글루는 미국 최대 소셜 TV 서비스이긴 하지만 국내 방송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기존 서비스들에 비해 대화하는 기능을 강화한 게 텔레톡비의 차이점이다.

최근 약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앱을 지원하려는 차원에서 웹 페이지를 오픈했는데 앱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고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래서 이들은 일단 잘되는 웹 서비스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앱은 주로 채팅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키운다는 방침.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소셜 TV 1위가 되는 것. 수익 모델은 TV 프로그램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커머스와 연결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사용자들이 채팅을 많이 하는 등 감정 표현이 많은 시간대나 그런 부분을 분석, 데이터베이스화하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1등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지만 수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소셜 TV 시장에선 사용자 10만 명만 모아도 바로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에서 TV나 각종 동영상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소통이 집중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