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의 상징…기업인·인기 스타‘ 이웃사촌’

대한민국 0.1%가 사는 곳. ‘부자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하늘 아래 모든 사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재력의 상징. 펜트하우스(Penthouse: 아파트·호텔 등의 고층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주거 공간)를 말한다. 최고층 전망을 보유해 고급스럽게 지어지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이 복층형으로 구성돼 같은 주택형이더라도 훨씬 넓게 쓰는 효과가 있다. 분양가도 일반 아파트의 배가 넘는다. 주상복합에서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의미다. 높은 곳에 살면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까.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는 명제를 펜트하우스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펜트하우스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조사는 공동주택 공시가 톱 10 내외를 중심으로 했다. 조사 결과 정·재계부터 연예계의 유명 인사가 그득했다.
[비즈니스 포커스]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
먼저 공시가 1위인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5차(273㎡, 공시가 54억4000만 원)를 살펴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소유하고 있는 이곳의 펜트하우스에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곽정환 코웰이홀딩스 대표가 살고 있다. 2003년 4월 트라움하우스가 건설한 이 빌라는 총 3개 동에 최고층은 4층이다. 한 개 층에는 2가구만 배치됐고 B동 2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이 복층 형식으로 지어졌다. 트라움하우스는 지하 벙커로도 유명하다. 단지 내에는 두께 70cm의 콘크리트 벽이 있는 지하 벙커가 있다. 핵전쟁과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끄떡없고 200명이 한꺼번에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래서일까. 이곳 펜트하우스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와 기업 경영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최철종 삼풍건설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김근수 퍼스텍 회장 등이 살고 있다.


유명 연예인·기업인 주로 거주
2위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265.5㎡)다. 공시가는 42억7200만 원이다. 이곳은 재벌 2세인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 배우 한채영 씨가 거주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총 27가구(전용면적 248~345㎡) 중 9가구의 펜트하우스가 있는데, 19층 최상층의 주인은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이다. 2009년부터 약 2년간 삼성전기 사장을 맡아 온 그는 최근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인 독일 노바엘이디 인수를 추진하며 제일모직을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성장시키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빌라 최상층은 아니지만 펜트하우스로 분류되는 주택에는 앞서 말한 임세령 상무와 한채영 씨가 거주하고 있다. 이 밖에 전증희 을지재단 회장, 오매화 전 코데즈컴바인 회장, 구본욱 LIG손해보험 상무 등이 이들의 이웃사촌이다.

공시가 40억8000만 원으로 5위인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2차(244.3㎡)는 펜트하우스가 아닌 일반층 거주자들은 화려하지만 정작 펜트하우스에 사는 주인공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일반층에 거주하는 재계 인사로는 손경식(39억2800만 원) CJ그룹 회장과 구자용(39억2800만 원) LS네트웍스 회장(E1 회장 겸직), 최주현(37억1200만 원)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이 있다. 연예인 가운데는 가수 정지훈(39억2800만 원) 씨와 조영남(39억2800만 원) 씨가 산다.

또 다른 청담동 강변상지리츠빌의 13층 펜트하우스 주인은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직을 6일 만에 사퇴한 최대석(10억800만 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이화여대 대학원 교수 겸)이다. 최 원장은 인수위원 사퇴 이후 가급적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채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
그의 아랫집에 사는 이웃사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녀딸 김화영(10억2400만 원) 씨다. 2005년 결혼한 김 씨는 김 전 대통령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셋째 딸이다. 또 다른 이웃인 이건희 회장의 치과 주치의인 임순호(12억1600만 원) 대한치과보철학회 회장은 12층에 거주하고 있다. 임 회장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과 동서 관계이기도 하다.

카카오톡의 최고경영자인 김범수(27억400만 원)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펜트하우스 주인이다. 그는 2009년 7월 도곡동 매봉역 인근에 있는 로덴하우스 웨스트빌리지 펜트하우스를 매입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듬해인 2010년 11월에도 청담동에 땅과 건물을 매입하며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청담동 93의 8 건물과 부지를 총 113억5893만 원에 사들여 김 의장은 어림잡아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부동산 부자가 됐다.

김 의장 아래층에는 김동주 두산베어스 선수와 김지은 씨 부부(23억3600만 원)가 산다. 이 밖에 도은식(23억6000만 원) 더 좋은 병원 원장, 김현숙(22억8800만 원) 경신 회장, 우창록(22억8800만 원) 법무법인 율촌 대표가 살고 있다. 또한 곽수일(22억4000만 원) 전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안덕수(22억4000만 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이곳에 집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
공시가 8위(269.4㎡, 38억9600만 원)인 삼성동의 아이파크 펜트하우스는 범 현대 가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스트윙·웨스트윙·사우스윙 세 동으로 구분되는데 이스트윙은 박세종(36억 원) 세종공업 회장이 살고 있다. 세종공업은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가 95%에 육박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로 현대·기아차 완성차 밸류 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웨스트윙은 ‘포니 정’으로 불렸던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 소유로 현재는 가족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스윙은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주식회사(22억800만 원)가 갖고 있다.


한남동 최고가 ‘100억’짜리는 누가?
최근 용산구 한남동에 분양가가 최고 100억 원 대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가 등장했다. 동양그룹 건설부문이 한남동의 대표적 부촌 유엔빌리지에서 분양 중인 ‘라테라스 한남’이 그곳이다. 공시가 9위(38억2400만 원)를 차지한 라테라스 한남은 한남동 773의 4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층짜리 1개동으로 지어졌다. 전용면적 244㎡에 총 15가구로 이뤄졌다. 분양가는 최저 70억 원에서 시작된다. 최상층의 펜트하우스는 105억 원에 달한다.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서는 고가라고 해도 보통 50억 원대가 넘는 주택이 없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역대 최고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이 복층형으로 구성돼 같은 주택형이더라도 훨씬 넓게 쓰는 효과가 있다. 분양가도 일반 아파트의 배가 넘는다.


동양그룹 건설부문은 강남 삼성동에서도 같은 브랜드의 초고급 주택 ‘삼성동 라테라스’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6층에 총 18가구 규모로 분양가는 19억~55억 원 선이다. 배우 이정재 씨와 정우성 씨가 이미 복층형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호 라테라스 한남 분양본부장은 “이미 재계 명사들이 몇몇 계약을 했을 만큼 부유층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라테라스 한남 인근에 있는 하이페리온(227㎡, 23억 원)은 1차, 2차로 나뉘어 있는데 1차는 배우 안재욱 씨,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비롯해 이종욱 이종욱법률사무소 변호사, 고인경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2차는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씨가 펜트하우스를 갖고 있다. 개인 정원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어 인기가 높은 이곳의 펜트하우스에도 유명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흑석동의 마크힐스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장동건 씨와 현빈 씨,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살고 있는 이곳의 파워팰리스는 홍준기 전 웅진코웨이 사장도 거주하고 있다. 244.59㎡로 2013년 2월에 24억1953만 원을 주고 매입했다.

강북 주상복합의 또 다른 메카 성수동에 있는 갤러리아 포레(271.8㎡, 39억400만 원)의 펜트하우스는 수조 원의 자산가로 알려진 재미동포 김스티브윤(김윤종) 씨가 보유하고 있다. 44~45층을 모두 사용하는 이 집의 공시가는 38억7200만 원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